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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양조장을 찾아서, 충북 괴산 목도 양조장
2024-08-23
문화 문화놀이터
K-유산속으로
드라마 속 양조장을 찾아서, 충북 괴산 목도 양조장
'우리 근현대사와 함께한 목도양조장'
막걸리는 우리 근대사를 풍미하는 술이다. 지역마다 크고 작은 양조장이 있었다. 비록 옛 위상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막걸리는 우리에게 사랑받는 술이다. 그리고 전통주의 명맥을 잇고자 하는 이들이 오래된 양조장의 추억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수사반장 1958>, 수사반장은 왜 양조장집 아들일까
1958년, 경기도 소 절도범 검거율 3년 연속 1위에 오른 박영한 형사. 그는 소똥밭을 구르는 투혼을 불사를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형사다. 이 젊은 형사가 종남경찰서로 발령 받으며 훗날 우리에게도 익숙한 ‘수사반장’이 된다.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배우 최불암 주연의 드라마 <수사반장>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 시점에서 10여 년 전으로 돌아간 프리퀄1)로, 주인공인 박영한 역의 이제훈은 ‘수사반장 최불암 아저씨’의 젊은 모습으로 나온다.
발령 마지막 날, 영한은 동료 형사들에게 한턱 쏘겠다고 말한 후 곧 취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자 동료가 바로 “에헤이, 양조장 큰 도련님께서 마지막으로 거하게 사셔야지 않겠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과거 우리 농촌에서 부자라면 양조장 아니면 정미소였을 정도로, ‘양조장집 아들’은 ‘부잣집 아들’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들은 박영한의 아버지 이름을 걸고 거나하게 마셨고, 다음날 박영한의 아버지가 ‘대체 몇 명이 먹었냐’며 놀란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큰일 하러 가는데 당연히 한턱을 내는 거’라며 두둔한다. 그리고 ‘불순물을 잘 거둬내야 맑은 술이 나오는 법’이라며, 아들에게 ‘맑은 술 같은 세상을 만들라’는 격려를 건넨다. 훗날 수사반장 박영한이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심지를 지니게 되는 것엔, 이렇게 양조장 집 아들이라는 든든한 배경도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근현대사와 함께한 목도양조장
극중 박영한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불암양조장은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인 괴산 목도 양조장과 부속건물(충청북도등록문화유산)에서 촬영됐다. 1939년 건립 후 지금까지 전통주를 빚어온 유서 깊은 양조장이다. 아직도 근대건축물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내부에서는 술밥을 만드는 증미장, 술 발효를 위한 사입실, 누룩을 배양하는 종국실과 양조장 관련 설비, 도구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금, 토, 일요일에는 양조장 견학도 가능하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양조장이 등장한 것은 20세기 초다. 조선 시대엔 집에서 술을 빚었으나 일제강점기인 1916년 주세령의 시행으로 가양주(家釀酒)2)가 금지되면서 양조장이 생겨났다. 현재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양조장은 괴산 목도양조장을 비롯해, 진천 덕산양조장, 양평 지평양조장 등 6군데로 모두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읍, 면 단위의 중심 지역엔 어김없이 양조장이 있었을 정도로 막걸리는 한시대를 풍미했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이들은 아버지 심부름을 하러 양조장에 술을 받으러 갔다가 몰래 술을 마셨다는 추억담을 말하곤 한다. 하지만 점점 맥주가 인기를 얻으며 막걸리의 위상은 사라져 갔고, 지역 양조장도 쇠퇴일로를 걸었다. 막걸리와 양조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부터이다. 그리고 지금은 천편일률적인 막걸리에서 탈피한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막걸리가 생겨나며, 기성세대뿐 아니라 MZ세대의 관심까지 끌고 있다.
목도양조장도 마찬가지다. 한때 폐업 직전까지 갔던 이 양조장은 현재 창업주 3세이자 손녀인 유기옥 대표가 이어 받았다. 유대표는 전통 막걸리의 맛을 살리는 한편, 요즘 세대의 입맛에도 맞는 다양한 전통주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 유서 깊은 양조장을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려 나가고 있다. 낡고 오래된 장소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며 공간 자체가 다시 태어난 것이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2>에 등장한 목도양조장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30대 동갑내기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다. 털털한 성격의 예능 작가 안소희(이선빈 역)와, 요가 강사 한지연(한선화 역), 터프한 성격의 소유자 강지구(정은지 역)는 모두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즌 1, 2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시즌 2에서 한지연이 항암치료를 받기 전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지연은 남해에서 바다를 보고, 달마산에서 20년 만에 피었다는 우담바라에 소원을 빌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향기에 이끌려 우연히 한 양조장을 찾는다. 이 양조장 장면의 촬영지가 바로 목도양조장이다. 양조장 주인은 지연에게 정말 귀한 술이라며 웅덩이주를 가져다준다. 전통주를 만들 때 재료를 넣어 발효한 것을 술덧이라고 하는데, 웅덩이주는 이 술덧 위쪽에 오목하게 고이는 소량의 맑은 청주를 말한다.
이렇게 항암치료 전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던 지연은 병원에서 놀랍게도 암 수치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과연 무엇이 기적을 일으켰을까? 달마산에서 본 우담바라 덕분일까? 목도양조장에서 마신 귀한 웅덩이주 덕분일까? 혹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려서일까? 기적의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기적은 무한한 가능성과 시도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마치 오늘날 오래되고 낡은 양조장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 <수사반장 1958>, 수사반장은 왜 양조장집 아들일까
1958년, 경기도 소 절도범 검거율 3년 연속 1위에 오른 박영한 형사. 그는 소똥밭을 구르는 투혼을 불사를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형사다. 이 젊은 형사가 종남경찰서로 발령 받으며 훗날 우리에게도 익숙한 ‘수사반장’이 된다. 드라마 <수사반장 1958>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배우 최불암 주연의 드라마 <수사반장>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 시점에서 10여 년 전으로 돌아간 프리퀄1)로, 주인공인 박영한 역의 이제훈은 ‘수사반장 최불암 아저씨’의 젊은 모습으로 나온다.
발령 마지막 날, 영한은 동료 형사들에게 한턱 쏘겠다고 말한 후 곧 취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자 동료가 바로 “에헤이, 양조장 큰 도련님께서 마지막으로 거하게 사셔야지 않겠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과거 우리 농촌에서 부자라면 양조장 아니면 정미소였을 정도로, ‘양조장집 아들’은 ‘부잣집 아들’의 대명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들은 박영한의 아버지 이름을 걸고 거나하게 마셨고, 다음날 박영한의 아버지가 ‘대체 몇 명이 먹었냐’며 놀란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큰일 하러 가는데 당연히 한턱을 내는 거’라며 두둔한다. 그리고 ‘불순물을 잘 거둬내야 맑은 술이 나오는 법’이라며, 아들에게 ‘맑은 술 같은 세상을 만들라’는 격려를 건넨다. 훗날 수사반장 박영한이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심지를 지니게 되는 것엔, 이렇게 양조장 집 아들이라는 든든한 배경도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근현대사와 함께한 목도양조장
극중 박영한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불암양조장은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인 괴산 목도 양조장과 부속건물(충청북도등록문화유산)에서 촬영됐다. 1939년 건립 후 지금까지 전통주를 빚어온 유서 깊은 양조장이다. 아직도 근대건축물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내부에서는 술밥을 만드는 증미장, 술 발효를 위한 사입실, 누룩을 배양하는 종국실과 양조장 관련 설비, 도구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금, 토, 일요일에는 양조장 견학도 가능하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양조장이 등장한 것은 20세기 초다. 조선 시대엔 집에서 술을 빚었으나 일제강점기인 1916년 주세령의 시행으로 가양주(家釀酒)2)가 금지되면서 양조장이 생겨났다. 현재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양조장은 괴산 목도양조장을 비롯해, 진천 덕산양조장, 양평 지평양조장 등 6군데로 모두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근대건축물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읍, 면 단위의 중심 지역엔 어김없이 양조장이 있었을 정도로 막걸리는 한시대를 풍미했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이들은 아버지 심부름을 하러 양조장에 술을 받으러 갔다가 몰래 술을 마셨다는 추억담을 말하곤 한다. 하지만 점점 맥주가 인기를 얻으며 막걸리의 위상은 사라져 갔고, 지역 양조장도 쇠퇴일로를 걸었다. 막걸리와 양조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부터이다. 그리고 지금은 천편일률적인 막걸리에서 탈피한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막걸리가 생겨나며, 기성세대뿐 아니라 MZ세대의 관심까지 끌고 있다.
목도양조장도 마찬가지다. 한때 폐업 직전까지 갔던 이 양조장은 현재 창업주 3세이자 손녀인 유기옥 대표가 이어 받았다. 유대표는 전통 막걸리의 맛을 살리는 한편, 요즘 세대의 입맛에도 맞는 다양한 전통주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 유서 깊은 양조장을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꾸려 나가고 있다. 낡고 오래된 장소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며 공간 자체가 다시 태어난 것이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2>에 등장한 목도양조장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30대 동갑내기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다. 털털한 성격의 예능 작가 안소희(이선빈 역)와, 요가 강사 한지연(한선화 역), 터프한 성격의 소유자 강지구(정은지 역)는 모두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즌 1, 2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시즌 2에서 한지연이 항암치료를 받기 전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지연은 남해에서 바다를 보고, 달마산에서 20년 만에 피었다는 우담바라에 소원을 빌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향기에 이끌려 우연히 한 양조장을 찾는다. 이 양조장 장면의 촬영지가 바로 목도양조장이다. 양조장 주인은 지연에게 정말 귀한 술이라며 웅덩이주를 가져다준다. 전통주를 만들 때 재료를 넣어 발효한 것을 술덧이라고 하는데, 웅덩이주는 이 술덧 위쪽에 오목하게 고이는 소량의 맑은 청주를 말한다.
이렇게 항암치료 전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던 지연은 병원에서 놀랍게도 암 수치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과연 무엇이 기적을 일으켰을까? 달마산에서 본 우담바라 덕분일까? 목도양조장에서 마신 귀한 웅덩이주 덕분일까? 혹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려서일까? 기적의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기적은 무한한 가능성과 시도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마치 오늘날 오래되고 낡은 양조장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