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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식물이 공존하는 공간

2021-07-22

문화 문화놀이터


청주문화생태계 DB
사람과 식물이 공존하는 공간
'조경디자이너 홍덕은'

    관찰은 창작의 시발점이자 예술가에게 중요한 미적 태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모노팟 식물문화연구소’ 대표 홍덕은 소장, 식물이라는 친근한 대상을 바라보는 조경디자이너로써의 태도와 관점의 다양성은,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 깊게 살피고 파악하는 행위다. 
    길을 가다가 보도블럭 사이에 자라난 잡초가 있다고 치자. 홍덕은 조경디자이너는 작업을 통해 특정 공간의 틈새에 자리한 ‘버려진 식물’, ‘잡초’라는 언어로 씌워진 식물이 공간에서 미적 경관을 이루는 아이러니를 이야기한다. 방치됨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은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식물만의 자라남의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인간의 잣대로 식물의 가치와 미의 기준을 매기는 것은 사람과 식물이 공존하는 방식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그녀는 식물 고유의 특성과 본질에 대해 이해하려 하며 함께함을 위한 자연스러운 형태의 작업을 전개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식물이라는 대상을 분석하고 식물을 매개로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작품을 창작하는 그녀다.

모두의 정원을 만들고 싶어
    홍덕은 조경디자이너는 2015년도에 청주에서 ‘가드닝’ 이란 말을 본격 사용했다. 
    가드닝. 물론 조경의 범주 안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정원이라 부르는 형태의 정원도 만들지만, 그녀는 문화예술, 일상의 관점에서 사람들을 만나 커뮤니티 하면서 새로운 관점의 조경학을 말한다. 그렇게 조경학을 사람에게 들여와 정서와 환경을 풍성하게 꾸미는 것이다. 조경 자체가 경관을 조성한다는 말처럼, 일상의 삶 속에 식물을 가꾸면서 식물을 주제로 사람들과 만나 작업을 하면서 함께 삶을 꾸민다. 그 범위는 생활속 정원이나 생활문화 텃밭까지도 확장되어 나간다.
    2018년도에 ‘소셜가드닝클럽’을 만들었다. 구성원들은 식물 등, 가꾸는 것에 관심 있는 20-30대의 젊은 청년들부터 주부들까지 다양하다. 소셜가드닝클럽 구성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는 이들이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와서 모여 있다. 모임에 가려면 준비물이 필요한데 가령 쓰임이 다한 사물 같은 거다. 매번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르다. 각자 준비한 쓰임이 다한 사물의 이야기를 꺼내 놓고 그 사물에 다시 생명을 더해주는 식물을 심는 작업들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업한 작품들 속에 식물들이 성장하며 변해가는 과정에 대해 공유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홍덕은 조경디자이너는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청원구 충청대로 284번길 8-1, ‘모노팟 식물문화연구소’가 그녀의 작업장이다. 부친이 30년 가까이 사용해 온 조경사무실을 리모델링해서 작업실 겸 사무실로, 남다른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로 소개하며 가꾸고 있다. 그곳에서 식물과 함께 하는 삶을 살면서 꽃과 식물로 작업도 하고 교육도 한다. 조경을 전공하고 평생 조경을 업으로 해 온 부모를 이어 조금은 다른 형태이지만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조경을 제안한다.
    조경이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부터 정원 가꾸는 일까지 포괄적이다. 그녀가 하는 일 또한 포괄적이다.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오면 일을 맡기도 한다. 카페나 상업공간에 나무, 풀, 돌과 같은 자연소재를 재료로 하여 꾸며주는 일들이다. 그런가 하면 식물, 더 나아가 자연을 향유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시작한 ‘소셜가드닝클럽’을 운영하며 구성원들과 ‘모두의 정원’을 만들어 일상 속에서 조경과 정원을 소개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작가로써 예술적 관점에서의 자신만의 작품을 창작하여 미술관에 전시하기도 한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다양한 예술인들과 교류하며 문화 기획사업을 통해 식물과 녹색의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흙과 물을 이용한 작업을 하다 보니 손톱 밑에 흙이 끼어 있을 때도 많다. 단순히 조경이라는 분야를 넘어 삶의 범주 안에서 문화적인 해석을 해줄 때 뿌듯하다.

세상은 온통 조경
    지금은 손에 잡히는 작은 것들에 관심이 더 많다. 
    물성과 본질을 다루는 작은 것들에 관한 공부를 했다. 작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니 세상은 온통 조경이다. 사람들의 삶 전체가 조경이기도 하다. 녹색 세상을 위하여 사람들 마음에 꽃나무 하나 심어 주는 것, 그것이 미시적인 관점의 조경이다. 사람들에게 조경의 미학을 전하고 싶어서 마련하게 된 2층짜리 공간에서 1층은 작업한 것들로 꾸며 놓고 2층에서는 커피와 차를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했더니 분위기 있는 카페로 알고 시민들이 점점 많이 찾아왔다. 카페 운영은 생각보다 훨씬 성황이었지만 그녀가 그리는 꿈을 위해 3년 만에 카페를 과감히 접었다. 모노팟 하면 잘 꾸며 놓은 카페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조경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조경에 대해 아는 만큼 더 많이 알려주고 싶다. 
    그녀는 “10명이 모여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정원을 만들어 바로 안겨주는 것으로 만족할 게 아니라, 식물을 가꾸는 즐거움, 그런 가치에 대해 많이 보여주고 공유하고 나누어야 한다. 혼자만 목소리를 내면 힘들지만 한두 사람씩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나서 기쁘다.” 라고 말한다. 
    조경의 기능이 보이는 형태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은 무시될 수 없다. 조경디자인이라는 기능을 우선 적으로 충족한 후에, 그 위에 아름다움이라는 미술적 기능의 디자인이 덧붙여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시골 경관은 생각을 많이 하지 않게 하고 내 생각을 덜어주는 경관이다. 시골에 살아서 익숙하지만, 항상 다시 찾게 되는 그런 경관이다. 도시 조경도 매한가지다. 철 따라 옷을 바꿔입듯 자주 변화를 주지 않아도, 익숙하지만 늘 찾게 되는 게 조경경관이다. 사람들은 조경 속에서 안정과 평안을 얻는다. 복잡하게 돌아치는 세상일 내려놓고 지극히 단순해져서 비로소 풍경과 하나 될 수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