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대목의 안목, 집을 완성하다

2021-12-03

문화 문화놀이터


시대를 잇는 삶
대목의 안목, 집을 완성하다
'한식목공(대목수)문화재수리기능자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대목장 보유자 이연훈'

    집 짓는 일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목수, 대목장, 나무로 집을 짓는 한옥의 특성상 집의 뼈대를 설계하는 대목의 임무는 실로 막중하다. 이연훈 대목장은 자신이 만드는 집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그의 책임을 걸맞게 정성을 기울인다. 
기술을 넘어, 작품으로서의 ‘집’
    건물을 설계하고, 공사의 감리를 겸하는 대목장은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집의 시작과 끝을 모두 책임진다. 이연훈 대목장은 자신이 있는 자리에 대한 책임을 놓지 않으며, 그의 손을 거쳐 간 모든 집을 작품이라 칭했다. 그는 집이 사람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믿는다. 자신이 만든 집은 최대한 그 힘을 살릴 수 있길 바랐고, 지금까지의 경험이 거기에 보탬이 되길 바랐다.
    “집은 대목의 안목에 따라 좌우됩니다. 안목을 기르기 위해 어딜 가나 집에 대한 연구를 해요. 기둥의 두께, 벽의 내 장, 집의 구조 등등.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집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죠. 집을 하나 잘 만들면 그 만족감이 엄청나거든요. 평소에 연구했던 것을 실제에 접목하고, 그게 좋은 결과를 낼 때 기쁨이 큽니다.”
    평소에도 좋은 집이 있다면 한걸음에 달려가 집의 구조를 찬찬히 살펴본다는 이연훈 대목장. 그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비결은 좋은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선대의 작품을 참고해 자신만의 생각을 떠올리고, 그것을 집에 하나씩 넣어볼 때 건축가로서, 대목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다양한 경험이 대목장을 만든다
    그는 지난 9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대목장 보유자로 인정되었다. 그가 목수의 일을 시작한 것은 1975년, 동네의 아는 형님이었던 故 신재언 대목장을 따라서였다. 대대로 목수 집안이었던 신재언 대목장은 이연훈 대목장에게 건축에 관련된 기술을 가르치며 일을 돕게 하였다. 그러던 중신재언 대목장이 외국에 나가게 되어 이연훈 대목장이 대신 책임을 맡게 된 것이 본격적인 ‘대목’으로서의 출발이었다고 한다. 
    “제가 건축에서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아무래도 목수라는 직업만으로는 생계가 힘들어서 벽돌 쌓기, 인테리어 등 현대 가옥에 필요한 일도 배웠습니다. 그런데 대목장으로 현장을 책임질 때 그때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더군요. 일을 시키려면 그 일을 할 줄 알아야 하잖아요. 목수 일만 하던 사람이 시키는 것과 일의 전체를 아는 사람이 시키는건 아무래도 다른 것이죠.” 일을 종합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을 기르기 위해선 우선 그 일을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는 이연훈 대목장. 이런 점에서 점점 분업화가 되어 가는 건축 현장이 안타깝다고 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것은 좋지만, 대목장은 아무래도 더 큰 시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의 마무리가 부족하면 대목장이 나서서 마무리까지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였다.
    “사실 대목장이라는 위치는 그 책임감만큼 짊어져야 할 무게가 많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대목장보다는 기술자로 머물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요. 저도 많은 건축가를 보았지만, 진짜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분은 사실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는 대목장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성격’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책임을 지는 성실함과 책임감 그리고 주도성을 지닌 사람이 결국 대목장이 되는 것을 오랜 세월 지켜보았다고.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그 책임을 질 줄 아는 대목장이 될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左)대목은 집 짓는 일의 전 과정을 감독한다. 그러기 위해서 목수의 역할도 당연히 잘 해내야 한다.  (中) 이익공 일출목 귀포 작업(사진. 이연훈) 
(右) 이연훈 대목장이 거주하는 한옥은 아들이 두 살 무렵에 그가 직접 시공한 것이다.
 
집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가 거주하고 있는 한옥은 아들이 두 살 되었을 때 직접 시공한 것이다. 당시 절을 짓던 그의 기술이 그대로 담겨 일반 가정집보다는 사찰의 느낌이 많이 풍긴다. 그는 자신의 집을 보여주며,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나무’라고 전했다. 나무로 짓는 집인 만큼, 그 골격을 만드는 자재의 쓰임이 집의 전부를 결정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집은 속을 잘 채우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목재 결합이 단단하게 이루어져야 하죠. 또한 좋은 나무를 고르는게 중요해요. 나이테가 촘촘하고 원구가 중앙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무의 휨이나 갈라짐의 방향을 잘보고 적합한 위치에 써야 해요. 예를 들면 나무가 갈라진 쪽이 집의 벽을 바라보게 세워야 갈라짐이 안 보이게 집을 지을 수 있다든지요.”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무라고 말하는 그. 그만큼 나무를 고르고 다듬는 일이 중요하다.

    그는 집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무릇 집이란 ‘숨을 쉴 수 있 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현대 가옥에서는 단열을 강조하여 벽의 내부를 내장재로 꽉 채웁니다. 옆방에서 소리를 질러도 몰라요. 그만큼 단열이 잘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한옥은 흙과 나무, 돌을 이용해 지은 집이기에 단열은 부족하지만 한옥의 구조가 그대로 보여서 옛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모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여유라고 꼽았다. 이연훈 대목장을 이어 일을 이어나갈 후배들에게도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이 ‘여유’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사회가 복잡해지며 한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다 보니 사람이 조급해지며 일을 거칠게 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그는 생각한다. 집을 10채 지을 것을 7채만 짓더라도 천천히, 정성을 다해서 제대로 된 집을 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연훈 대목장은 작은 집을 짓더라도,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내야 한다고 믿는다. 힘들면 쉬어가며, 끝까지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고 책임을 다하는 그. 집은 주인의 향기를 닮는다지만 주인 역시 집의 이야기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숨을 쉴 수 있는 집이라면, 그런 집을 만들기 위해 천천히 지어낸 집이라면, 집의 주인 역시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