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시인은 꽃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2022-10-06

문화 문화놀이터


청주문화생태계 DB
시인은 꽃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인생은 닻이 아니라 돛이다 시인 장문석'

    별은 곧잘 고통을 주고, 더러는 싸움도 걸어오지만, 별은 어디까지나 사랑이다.
    그러므로 지상의 모든 것들은 나에게 사랑이 될 수밖에 없다. 별이 뜨는 한 나의 언어는 잠잘 수가 없다. 아직은 서툴고 모가 나지만, 그래서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어쩌랴, 이것도 살아 있음의 업인 것을…. 오늘도 별은 지상에서 뜬다. 
    장문석 작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직에 있으면서 소설을 썼다. 바빠야 써진다. 국어교사를 하면서 결혼 후에 아내에게 뭔가 보여주려고 쓴 소설이 문단에 당선되었다. 그런데 셋째 딸을 낳고부터 일이 많아진 아내를 도와주다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 주방 일을 도우면서 콩나물 다듬는 소소한 일상들이 시가 됐다. 
    문학을 만난 건 충북대학교에 입학한 1학년 때였다. 3학년 선배들이 신입생환영회를 해주었는데, 앞에 앉아 있던 선배 도종환 시인이 우동 그릇을 술잔 삼아 술을 따라주면서 “너 뭐하고 싶냐?” 하고 물었다. 하여 글을 쓰고 싶다고 대답했더니 써놓은 글을 보여달라고 했다. 다음 날 대학신문에 장문석 작가의 글이 연재되면서 교내에서 스타가 됐다. 그 일을 계기로 ‘대학신문 문학상’을 수상했다. 




 
마방의 길, 시인의 길 
    1994년도에 첫 번째 시집 ‘잠든 아내 곁에서’를 엮었다. 셋째 딸을 낳고 마주해야 했던 소소한 일상을 노래한 내용이다. 세 딸을 키운다는 것, 그것은 곧 육아에 대한 아내의 피곤으로 이어졌다. 장문석 시인은 그 당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했다. 술 한잔 걸치던 날들이 많아 그가 귀가할 때면 아내는 늘 잠들어 있기 일쑤였다. 미안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마음을 한 권의 시집으로 묶은 것이 ‘잠든 아내 곁에서’ 이다. 
    2003년도에 두 번째 시집 ‘아주 오래된 흔적’이 나왔다. 첫 번째 시집이 시인의 삶과 그 주변을 노래한 것이라면 두 번째 시집은 그 영역을 조금 확대하여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노래했다. 개인과 사회는 늘 불화不和의 관계에 있다. 그러나 언제나 패배하는 것은 개인이다. 그래서 분노하고 절망하고 슬퍼한다. 시인이란 존재는 그 분노와 절망과 슬픔의 흔적을 추적하여 기록하는 자이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된 흔적’은 그 결과물인 셈이다. 
    2014년도에 세 번째 시집 ‘꽃 찾으러 간다’ 가 나왔다. 차마고도는 중국 윈난성에서 티베트에 이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명 교역로로 아주 험준한 길이다. 그 길을 차와 약재 따위를 말에 싣고 오가는 사람은 마방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인은 마방의 길을 시인의 길에 비유한다. 말을 짧게 발음하면 말馬이고, 길게 발음하면 말語이다. 그러므로 차마고도는 말馬의 길이기도 하고, 말語의 길이기도 하다. 말馬을 이끌고 가는 사람을 마방이라 한다면, 말語을 이끌고 가는 사람을 시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무엇 때문에 차마고도를 가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꽃’이라는 절대가치로 상징화시켜 놓고, 그 ‘꽃’을 찾으러 가는 여정을 노래한 것이 바로 ‘꽃 찾으러 간다’이다. 




 
인생은 닻이 아니라 돛이다 
    2017년도에는 시산문집 ‘시가 있는 내 고향 버들고지’를 출간했다. 말 그대로 시인의 고향 ‘버들고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와 산문이 함께 어우러져 그려내는 씨족공동체의 풍경이 정겹고 에로틱하다. 산문은 표준어, 시는 모두 충청도 사투리로 표현하였다. 충청도 방언으로 이끌어가는 입담이 걸쭉하고 감칠맛이 있다. 원래 이 시산문집은 1997년 온누리에서 ‘엄동에도 여인네들의 웃음꽃은 피어나고’ 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나 주변의 권유로 구체적인 지명을 넣어 ‘시가 있는 내 고향 버들고지’ 로 재출간된 시산문집이다.    
    2018년도에 ‘인생은 닻이 아니라 돛이다’란 제목으로 제2 시산문집을 냈다. 퇴직을 하면서 지나온 삶을 정리한 시산문집이다. 제1부는 인생에 관한 것, 제2부는 가족에 관한 것, 제3부는 교직 생활에 관한 것, 제4부는 세상사에 관한 것으로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중간 중간에 그 내용들을 함축한 시를 넣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예순을 전후한 연륜에서 뿜어져 나오는 삶의 성찰이 제법 울림이 있다. 





    2019년도에 다시 시집을 냈는데 시집으로는 네 번째다. ‘내 사랑 도미니카’가 란 제목인데 사랑의 노래다. 도미니카는 태평양을 건너고, 대륙의 운하를 지나 허리케인 몰아치는 카리브해에 닿아야만 만날 수 있는 공화국의 이름이다. 가톨릭에서 숭배하는 성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도미니카는 도달하기 어려운 공간이면서 동시에 이르기 힘든 종교적 경지를 상징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 번째 시집 ‘꽃 찾으러 간다’의 ‘꽃’과 통한다. 다시 말해서 ‘내 사랑 도미니카’는 도미니카를 찾아가는 아름답고도 험난한 여정이며, 시간을 사유하는 탐색의 과정이다. 문석 작가는 문학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쓴다. 
    나의 장르만 하기도 쉽지 않은데,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건, 소설을 먼저 썼기에 산문도 쓸 수 있었고 시를 곁들일 수 있었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