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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2022-10-06

문화


내일이 막막한 록커와 불안 전문가의 아주 특별한 대화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록커, 아니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지치고 불안한 마음 당연했던 일상이 무너진 후에 우리가 해야 할 것
    “그냥, 답답합니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지치고 답답하고 막막할 때, 우리가 많이 하는 말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무언가에 지치고 답답한데,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더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런 때가 몇 날 며칠이 될 수도, 생각보다 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날들이 금방 지나가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고 그래서 불안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전염병 자체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나 자신은 물론 가족과 다른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방역 수칙과 통제에 따르면서 당연했던 일상이 무너진 것도 사실이다. 인간관계는 물론,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깥으로 향하는 공격성이 바깥 대상을 찾지 못해서, 나에게로 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대놓고 저항할 수 있는 외부의 대상도 없다. 누가 언제 어떻게 이 나쁜 바이러스를 퍼뜨렸는지,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또 다른 답답함이 나에게 올 것 같은 모호함과 막막함 그 자체가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팬데믹 끝에 놓인 요즘 우리 대다수의 모습이다. 그러니 지금 많은 사람이 느끼는 우울감은 당연한 것이다.  



 
내일이 막막한 록커와 불안 전문가의 아주 특별한 대화
    록밴드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많은 사람처럼 그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불안장애와 불면증을 얻었다. 
    먼저 공연이 줄었다. ‘한 달에 수십 번씩 마음껏 뛰어놀던, 놀이터 같았던 공연장에 가는 일도 한 달에 한 번이 될까 말까’였다. 당연히 수입도 줄었다. 자신도 힘든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힘들다는 말을 계속 듣다 보니, ‘불확실한 오늘과 내일, 거기에 억눌린 욕구들까지 더해져 걱정과 스트레스라는 괴물이 계속 꿈틀거리다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록커라고 하면, 매사 대범하고 자기 주장이 확실하며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강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록커도 사람이다. 그 스스로도 말하듯 ‘겉으로 보기엔 꽤 대범하고 자질구레한 건 잘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고, 소심할 땐 한없이 소심하고 별 거 아닌 거에 한번 꽂히면 이것이 며칠을 가고 몇 달을 간다.’
    또 록커로서 무대 위에서 감정을 폭발시키고 나면 허전함과 우울감이 동반되는 삶을 반평생 이상 살아오며, 자신의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에서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큰 시련이 찾아왔다. 목에 문제가 생긴 것. 25년 차 록밴드의 보컬로서 그동안 성대 하나는 자신 있었고 강철 성대라 자부했는데,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갑자기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듯한 절망감이 덮쳤다’고 고백한다. 가뭄에 콩 나듯 있던 무대에서 끙끙대다 내려오면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미칠 것 같았고’, 밥을 먹어도 ‘내가 이걸 먹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한다. 
    이 답답하고 막막한 긴 터널 속에서 이성우는 불안 전문가 한덕현 교수와 만났다. 이 책은 두 사람이 나눈 아주 특별한 대화이다. 
록커, 아니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책 《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의 주인공은 ‘록커’다. 오가는 대화 속에 공저자 이성우는 말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가 나쁜 영향만 준 건 또 아닌 것 같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내 자신에 대한 끝없는 물음에 답을 주기도 했다.”
    공저자인 한덕현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에서 ‘록커’는 개인의 이야기를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자신의 일상생활과 어렸을 적 일어난 일들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대신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리고 상담실 안에 있는 정신과 의사는 록커(우리)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 록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정신과 의사도 곧 ‘우리’이기에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도 곳곳에 숨어 있다. 이 책에서 여러분은 좋은 말이나 교훈을 얻기보다는 록커(우리)가 내민 과거와 현재를 그냥 물 흘러가듯 각자의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내가 정확히 무엇 때문에 힘든지 모르는 것이다. 한덕현 교수는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이런 것이 힘들고 저런 것이 힘들다고 말을 하는 순간, 이미 내 머릿속에는 어떤 것이 힘들고 또 힘들어서 어떤 결과를 가져 왔고, 그래서 이만큼 괴롭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정리가 되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지금 지치고 답답하다면,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저자.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신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뇌과학연구소에서 연구전임의를 지냈고, 보스턴대학교에서 스포츠 심리학의 거장인 레너드 자이조프스키 교수를 사사하여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스포츠 정신의학 전문의로서 야구단 LG트윈스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심리 자문 및 상담을 하고 있다. 2014년 소치올림픽, 2018년 평창올림픽 빙상 과학훈련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였다. 2018년 IOC 주최 세계 스포츠 의학 심포지엄에 초청되어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정신건강에 대하여 토론 및 공동 연구에 참여하였다. 또한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전문의로서 중앙대병원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에서 팀장을 맡고 있으며, 암 환자의 치료 향상을 위한 게임도 개발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스포츠 정신의학》 《우리 아이가 하루 종일 인터넷만 해요》 등이 있다. 
저자. 이성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밴드 노브레인의 보컬. 2022년 기준 결성 26주년의 인디문화 1세대 펑크록 밴드로, 홍대 작은 클럽에서 시작해 4,000회 이상 라이브 공연 경력을 자랑한다. 
    2007년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그룹 부문 올해의 가수상, 2020년 제11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등을 받은 바 있으며, 〈넌 내게 반했어〉 〈비와 당신〉 〈미친 듯 놀자〉 등 다수의 히트곡이 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다. 2022년에는 록의 본고장 미국에서 작업한 영어 음반 〈Big Mistake〉를 발표하기도 했다.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반려견 두부와 넨네의 아빠이자 아이돌그룹 러블리즈의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로큰롤을 연주하며 노래하는 게 천직이라 생각하며, 모든 사람들이 기타를 드는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