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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시인 금동건

2023-05-25

문화 문화놀이터


다음 세대 기록인
환경미화원·시인 금동건
'남들은 더럽다고 싫어하는 일일지는 몰라도 저에게는 너무나 귀한 일이에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환경미화원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금동건입니다.
선생님의 가장 처음 글쓰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10살 때 부모님께서 직장 생활하는 형 따라 부산으로 유학을 보내셨어요. 겨울방학 때 전학을 와서 바로 친구를 사귀지도 못하고 많이 외로웠어요. 또 형은 직장으로 출근하면 혼자가 되니 그 외로움을 삭히기 위해 편지를 쓰기 시작했죠. 전학 오기 전 학교의 짝지에게 3년간 꾸준히 연애편지를 써서 보냈어요. 그게 가장 처음의 글쓰기로 기억해요. 그 이후부터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매일 같이 쓰던 그 일기가 습관이 되어서 2016년까지는 계속 이어져 왔었고요. 그리고 지금은 오롯이 시를 쓰고 있어요. 제 시를 보면 마지막에 날짜를 덧붙여 기록하는데 이 역시도 일기와 비슷해요. 형식은 조금씩 달리해왔지만 처음 글쓰기를 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글쓰기를 멈춰본 적은 없었어요.

 
환경미화원·시인 ‘금동건’


‘금동건 시 창작 연구소’라는 이 공간은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셨나요? 거주하시는 댁은 또 따로 있으시잖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공간을 꿈꿨어요. 사실 책은 집에 두어도 되고, 시도 집에서 집필할 수 있죠. 그런데 나 혼자만 이 좋은 글을 쓰고 묵혀둔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를 쓰면서 느끼는 이 행복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 될 수 있겠다 싶어 만들었어요. 제가 문예창작과를 나온 저명한 인물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시를 쓰면서 축적된 노하우도 나눌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이 공간에 두런두런 모여 낭송회를 하기도 하고 연구 모임을 하기도 하고, 멀리서 오신 분들은 주무시고 갈 수 있도록 따로 방도 마련해두었어요. 혼자 쓰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공유의 공간으로서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시민들과 시를 창작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했었고요.
선생님 개인적으로는 ‘기록’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보통 사람들은 직업에 따라서 인생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처럼 환경미화원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그 인생만을 살다가 끝나니까요. 그런데 저는 환경미화원이라는 삶과 시인이라는 두 개의 삶을 사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기 시’를 통해 저의 삶을 기록하는 것은 또 다른 인생을 선물 받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하루하루를 잘 붙잡아 기록하면 그 하루는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기억과 기록으로 오래 남는 거잖아요. 제가 딸이 있는데, 우리 딸이 제 기록을 보면서 미처 함께하지 못했던 아빠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매체로서도 좋다고 생각해요. 같은 맥락으로 딸과 주고받은 편지도 다 기록으로 남겨두었어요. 
    그리고 ‘일기 시’의 특성상, 하루를 곱씹어 보게 돼요. 일단 조용히 앉아 나에 대해서 생각해요. 반성일 수도 있고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되짚어 볼 수도 있겠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일을 위한 답을 얻게 되더라고요. 내일은 어떤 삶을 살아 보고 싶다는 희망도 떠오르죠. 요즘 아이들을 비롯해서 성인들도 나를 가만히 들여보는 시간이 없어요. 그게 사람들이 다 바빠서는 아닐 거예요. 스마트폰과 같은 매체를 많이 보기 때문에 쉬는 시간이 없는 것이죠. 일부러라도 온전히 본인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그걸 적은 것이 바로 ‘시’일 수 있겠죠. 저에게 ‘일기 시’라는 기록은 결국 나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선생님의 이 기록을 시민들과 나누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정말 단순하게 ‘아, 시가 이런 것이었구나’ 혹은 ‘나도 시를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막연하게 어렵다고만 느껴졌던 시가 ‘일상의 언어로만 표현되어도 시일 수 있다’라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별거 아니네, 나도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더 많이 시를 보고 쓰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어떤 기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어떤 기록이든 찾기 좋은 세상인 것 같아요. 학생이나 청년들은 인터넷으로 무엇을 찾을지만 딱 검색하면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잖아요. 하지만 그 기록들이 저는 영원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컴퓨터에 있는 기록들은 순간 어떤 오류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기록물이잖아요. 저 역시도 제 개인 밴드 채널에 매일매일의 작품과 기록을 올리고 있지만 제가 실수로 이것을 지우면 영영 사라져 버리는 기록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어떤 기록은 때로는 수기로 정성 들여 쓴 것이 더 의미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역시도 과거에 노트와 이면지에 열심히 남긴 기록들은 잘 보관되고 있거든요. 이런 면에서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도 컴퓨터에 쌓이는 기록과 수기로 남기는 기록의 균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또한 기록물이 잘 전달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세대들이 기록을 잘 볼 수 있는 공간의 확충이 분명히 필요하죠. 제가 살고 있는 이 김해라는 도시는 법정문화 도시로 지정되면서 매일매일 문화 축제가 벌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문학관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문학관이 지어진다면 제가 쓴 과거의 기록물들이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이 시집도 문학관에 전시될 수 있으니,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귀한 기록물들이 잘 보관되어 시민들에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관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