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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 하늘 위에서 사뿐 노니는 순간의 멋

2023-06-02

문화 문화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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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 하늘 위에서 사뿐 노니는 순간의 멋
'신재웅 줄타기 이수자'

    초여름 작약꽃에 앉은 나비인양, 줄 위를 사뿐히 내디딘 버선코가 별안간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푸른 하늘에서 활짝 펼친 두 손이 마치 휘파람새 날갯짓처럼가볍다. 눈부신 햇살 아래 드리운 선홍빛 부채 사이로 환히 미소 짓는 신재웅 줄타기 이수자가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자유로이 노닌다. 찰나의 멋, 전통 줄타기가 고운 우리 가락과 어우러져 흥을 돋우는 순간이다. 
구슬땀 어린 노력으로 전통을 잇는 자부심
    신재웅 줄타기 이수자가 삼줄을 팽팽히 당겨놓은 작수목1)에 올라섰다. 깊이 호흡을 가다듬고, 이내 줄 위에서 비상하는 자세가 곧고도 가뿐하다. 단 0.1초 만에 허공으로 솟구치며 풍류를 더하는가 하면, 활강과 더불어 쾌감마저 선사한다. 과연 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경지다.





    지상에 내려온 신재웅 이수자가 구슬땀을 닦는다. 한 가지 동작을 온전히 구사하기 위해선 최소 1만 회 반복 연습은 필수다. 스승인 국가무형문화재 김대균 줄타기 예능 보유자를 따라 대령광대(待令廣大)2) 계열 광대줄타기의 계보를 잇는 자부심은 끊임없는 연습에서 비롯한다. “원래 광주중앙고등학교에서 풍물 특기생으로 활동했고, 졸업 후 모교에서 풍물반 보조교사를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전통 줄타기 특강에 참여했는데 참으로 눈길을 끄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스승님인 김대균 선생님과의 인연 역시 그때 이어졌죠.” 

 
신재웅 줄타기 이수자


    당시 나이가 스무 살, 더없이 어리지만 줄타기에 있어선 제법 늦은 시작이었다. 하지만 2015년 입문한 신재웅 이수자는 학업과 잔노릇(기예)을 연마했고, 2021년 5월 드디어 이수자로 인정받았다. 물론 역량을 갈고닦는 길엔 끝이 없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를 졸업한 그는 동 대학원 예술전문사 과정으로 진학해 악기, 소리, 춤 등을 익히고 있다. 종합 예술인 줄타기에서 다채로운 재주를 선보이기 위함이다. 기본인 줄타기 연습 또한 게을리할 수 없기에 매일같이 경기 과천 줄타기전수교육장을 찾아 오전과 오후 2시간씩, 총 4시간가량 훈련한다.
    “날마다 새벽에 기상해서 이른 아침이면 줄타기전수교육장에 도착해요. 연습복과 각종 소도구를 착용한 다음, 연습해야 할 동작을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하고요. 줄타기 기본 동작 22가지로 몸을 푼 뒤 컨디션에 따라 전체 43개 기예 동작 가운데 2~3가지를 선택해서 단련합니다. 꾸준하고 정직한 연습이 기량을 다지는 데 중요하니까요. 

 
左) 줄 위에서 다양한 기예동작을 보여주는 신재웅 이수자     右) <판줄> 연행 줄소리 중 중타령의 복색


시대를 풍미하는 줄광대로서 기쁘게 무대에 설 것
    ‘줄광대는 줄에서 떨어지는 순간 큰일 난다’는 김대균 줄타기 예능 보유자의 당부를 항상 되새기며 미끄러지지 않도록 흰 양말을물로 적신다. 안전은 단연 기본이기에 부채, 각반3)등 소도구를 분신과 같이 여긴다고 밝힌 신재웅 이수자가 재차 줄 위에 선다. “사실 제가 가장 염두에 두는 점은, 김대균 선생님이 오롯이 지켜온 전통과 혼에 대한 올바른 재현입니다. 관객 여러분과 만나는 기회는 한순간이잖아요. 자칫 허술하게 보였다간 줄타기에 편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연습 때도 본 공연처럼 완벽하게 하려고 합니다.”
    자그마한 실수 정도는 관객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 신재웅 이수자는 본인만의 엄격한 잣대로 자신부터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위해 연습에 매진한다. 줄타기에는 여러 가지 기예 동작이 있다. 특히 줄 타고 앉았다가 탄력에 의해 올라와 서는 동작인 ‘쌍홍잽이’는 제일 인기 있는 기예 동작이다. 살짝 변형해 두 발을 좌측으로 내려놓으며 튕기듯 내려갔다 일어나는 ‘옆쌍홍잽이’, 흔히 양반다리라고 일컫는 가부좌를 한 뒤 다리를 꼬면서 뻗는 ‘두발뻗기’, 발 모아 허공에 떠서 연속으로 돌아 줄에 서는 ‘허공잽이’, 왼발로 뛰는 ‘앵금뛰기’ 등 모든 동작이 경이롭다. 

 
左) 화려한 동작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관객들     右) 전북 정읍벚꽃축제에서 공연 모습


    진심으로 열정을 발산하는 만큼, 호응은 대단하다. 지난 2022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한인축제는 타국 생활을 하는 한국인 관객들의 전통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또, 올해 전북 정읍벚꽃축제와 대전 동춘당문화제에서도 관객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었다. 앞으로도 신재웅 이수자는 해마다 개최하는 전통줄타기보존회 공개행사인 <판줄>과 다양한 공연, 지역 축제 등을 통해 기량을 한껏 발휘할 계획이다. “전통을 잇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전통의 뿌리를 잃지 않고 현대에 맞게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것은 저와 같은 젊은 장인들의 영원한 숙제이죠. 그래서 매순간 많은 고민을 하고 연구하고 또 노력합니다. 저는 언제나 시대를 풍미하는 줄광대로서 기쁘게 줄 위에 설 것입니다. 그러니 줄타기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