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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부터 명상, 과거로의 여행
'여기 있는 사진은 모두 가짜 - 사진작가 문상욱'

장자의 나비의 꿈에서, 현실과 현실의 시뮬라크르인 꿈 중에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초현실의 가상세계에 살고 있다. 이렇듯 가상의 이미지가 사물의 본질에 더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
문상욱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예술세계는 어디까지인가. 또 정신세계는 어디에 닿아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일반적이 사진 예술이 아니다. 차원이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진이라 하면 피사체를 빛을 이용하여 프레임에 넣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작가의 작품은 사진이라기보다는 미술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사진작가인가 하면 철학자 같기도 하고 또 화가, 또 글 쓰는 작가와도 같다. 그의 작품세계는 볼수록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카오스와 프랙털
문상욱 작가는 카오스와 프랙털로 세상을 이야기한다. 카오스는 혼란스럽고 복잡하여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하고, 프랙털은 질서가 있고 안정적이면서 그 모양은 작은 부분이 전체 모양과 비슷한 자기유사성을 띠면서 반복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사진과 미술의 경계를 잊는다. 문 작가는 전국의 연꽃 연못을 찾아다닌다. 작가는 꽃이나 잎이 아닌 줄기를 찍는다. 무성하게 자란 줄기에서 질서와 무질서를 포착한다. 촬영된 무질서한 연꽃 줄기의 이미지는 디지털 작업을 통하여 인화지와 알루미늄판, 철판, 구리판에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된다.
카오스와 프랙털은 반대 개념으로 카오스는 아주 혼란스러운 상태이고, 프랙털은 질서 정연한 상태를 의미한다. 아무리 복잡한 카오스도 대상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 질서가 보인다고 작가는 말한다.
개미가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관찰하면 그들은 통일되고 조직화 된 집단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들도 복잡해 보이지만 정확한 질서 속에서 주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봄이 되면 새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따스하다가도 갑자기 눈비가 내리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이지만 매년 반복되는 사계절 중 하나이다. 지구상의 인간은 인종, 문화, 역사, 삶의 방식이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크게 보면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는 구조의 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회현상이나 자연현상이 언뜻 보면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카오스 상태로 보이지만 좀 더 넓게 바라보면 그들은 논리적인 체계와 질서를 갖는 프랙털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요. 다만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 할 뿐입니다. 프랙털의 예로서는 나무를 멀리서 바라보면 전체의 모양은 알 수 있지만 세세한 내용을 알 수 없죠. 다가가서 나뭇잎을 하나를 보면 크기는 달라도 모양은 같기에 그 나무의 내부를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복잡한 (카오스) 것은 거시적으로 보면 전체가 알 수 있고, 어떤 것은 미시적으로 관찰하면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명상 / 과거로의 여행
“오늘날 우리는 과학 문명의 발달로 삶은 편리(?)해졌지만 탈(脫)도덕화, 인간소외, 자연파괴, 환경, 기후, 핵 등 많은 현대병을 가지고 있어요. 이는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인간의 편리에 의해 자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서구의 자연관에 기인합니다.”
문 작가는 이러한 현대병을 해결하려면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동양의 자연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첫 개인전 “자연으로부터 명상”에서는 작가 자신이 자연으로 들어가 흙, 바람, 물, 새, 풀, 곡식이 되어보고 그들과 교감을 나눈다. 세번째 개인전 “과거로의 여행”에서는 가야 고분, 운주사 석불, 고인돌, 만리장성, 타지마할, 앙코르왓트, 미얀마 황금탑, 부하라 성 등을 여행하면서 그것들이 만들어질 당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던 그들의 자연관을 헤아려 보아야 현대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상욱 작가는 수학을 전공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로 근무하다 50대 초반에 명예퇴직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사진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마치고 본격적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년에 15회 이상 전시회를 열고, 그중 절반은 중국, 일본, 인도, 호주, 유럽 등 해외에서 이루어진다. 그동안 개인전 8회, 국내외 초대전 및 단체전을 300여회 참여했다. 문상욱 작가는 이스탄불 비엔날레, 조지아 국제미술제, 사라예보 국제겨울축제, 하얼빈 빙등제에 초대되어 전시를 가졌고, 중국, 일본, 보스니아, 조지아, 호주 등에서 한국현대사진전, 국제교류전 등을 직접 기획하여 많은 한국작가들이 국제전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주요 수상으로는 이스탄불비엔날레 NDH 특별상, 일불국제미술제“Salon de Blans" 명예총재상, 한국지역연합방송 KNBC 예술인부문대상, American Medal of Honor(미국 ) 등이 있다. 국립사라예보올림픽 박물관, 중국 태양도 미술관, 넥스트아트 미술관, 청주교대미술관, 쉐마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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