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음 세대 기록인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공동상임대표, 생태기록가 ‘전숙자’
'기록이 남고 안 남고를 떠나 우리의 활동은 우리의 가치로서 옳은 일이기 때문에 한 것이에요. '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미호강을 사랑하는 전숙자입니다.
생태교육의 현장에서 직접 뛰고 계신 환경운동가이자 생태기록가인 선생님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뼛속까지 생태주의자예요. 어느 날 집에 놀러 오신 교수님 한 분이 제 일상을 보시면서 유튜브를 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일어나서 닭장에 가서 알 꺼내고, 풀이 우거진 밭에서 토마토 따다가 강아지랑 앉아 나눠 먹는 모습이 사람들이 원하는 삶이라고 하면서요. 제초제를 안 쓰니 밭에 풀도 뱀도 개구리도 많아요. 화학 주방 세제를 쓰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고, 고체 치약 하나도 3~4개로 나눠 쓰거나 칫솔을 소금에 담갔다가 쓰기도 하죠. 소프넛열매를 우려서 머리를 감는 아주 촌스러운 자연주의자예요. 그렇게 자연이 좋아 숲해설가 활동을 시작했고, 백두대간 탐사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인 생태기록 분야에 몸담게 되었어요. 2010년 여름 7박 8일간 백두대간 종주로를 따라가면서 자생하는 식물 종에 대해 전부 기록하는 생태 탐사 활동이었어요. 생태주의자의 삶을 살면서 숲 해설 활동을 하고 생태기록 활동까지 이어졌던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생각해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공동상임대표, 생태기록가 ‘전숙자’



생태기록 과정을 이야기하시면서 ‘탐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시는데요,
탐사를 의미 정의한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탐사’를 가장 기본적인 홍보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미호강의 예를 들어보자면 사람들은 미호강을 단순히 우리 지역 강의 하나일 뿐이라고만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탐사를 하게 되면 강의 겉모습에서 안의 모습까지 마주하게 되거든요. 이건 친구가 되는 과정과 비슷해요. 그리고 그 친구의 현실이 왜 이런지를 생각하면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밖에 없어요. 지금의 우리는 도시화 된 삶에서 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호강과 같은 일반적인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결국 우리의 안락한 삶도 곤란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거든요. 인간이 생태계를 도외시하고 도시화하는 과정에서 배려하지 않은 모든 자연의 문제를 미호강에서 마주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탐사를 통해서 정말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어요. 탐사는 사람들에게 미호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가장 첫 단계이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첫 발걸음이에요.
탐사의 과정에서 기록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힘이에요, 변화를 가져오는 힘. 무턱대고 미호천을 미호강으로 바꿔야 한다고 누군가 외친다면 사람들이 그걸 들어줄까요? 우리가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지자체에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민간이 먼저 관심을 가지고 정부나 돈을 가진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해요. 탐사를 통해서 보니 오폐수는 어디에서 어느 구간으로 유입되고 있고, 현재 수질은 어떤 상태이며, 하천 곳곳에 쓰레기는 어떻고, 생물 종은 어떤지를 다 기록해서 증거로서 보여주는 것이죠. 그 기록의 증거가 이 강을 관리하는 금강유역환경청이나 환경부가 할 수 있는 일의 판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그 최소한의 것을 요구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 바로 활동기록, 생태기록인 셈이에요. 그동안 축적된 이 모든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관리 주체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고 결국 미호천이 미호강이라는 명칭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죠.




미호강에서 그 주변의 하천으로까지 기록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신데요,
하천의 기록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중심적인 활동은 미호강으로 묶이겠지만 결국 그 강도 수많은 하천이 모여 만들어진 강이잖아요. 그렇기에 그 물의 발원지를 관리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환경 이야기를 하면서 민주주의에 많이 빗대어 표현하는데요, 민주주의 안에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민초들이잖아요. 우리 자연도 그와 같아서 그 종의 개체 수나 무게에 따라 생명의 가치가 달라질 수 없어요. 개미 한 마리와 미호종개 한 마리 생명의 가치는 같은 것이거든요. 그렇기에 큰 강을 보기에 앞서 일반적인 생태계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요즘의 하천을 보면 정비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 공사하는 곳들이 꽤 있어요. 지난주에도 마을 한 곳을 다녀왔는데, 흙바닥이었던 하천이 다 시멘트 바닥이 되었고, 구불구불하던 물의 흐름도 전부 일자로 흐르게 바꿔 두었더라고요. 이런 공사는 실제로 물이 스스로 살아날 수 없는 구조로 환경을 뒤바꾼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하천을 정비하는 것에 큰돈을 쓰기보다는 마을 주민 스스로가 이 하천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나으리라고 생각해요. 주민 스스로 관리와 감시 체계를 만들고 소일거리 삼아 일하시는 분들에게 비용을 지급한다면 하천의 원형을 지키면서 마을도 더욱 깨끗해지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식의 대안이 조금 느려도 올바른 방법이라 이 운동을 확산해보고 싶은 것이 제 희망이기도 해요.
선생님의 기록 활동은 민간의 기록이지만 철저하게 공공의 가치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활동과 기록이 확장될 수 있는 계기들이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맞아요, 중요한 지점이죠. 관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탐사 밖에 없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 조직 안에서도 지자체와 정치권 안에 입김을 불어 넣을 힘이 분명 필요해요. 어떤 일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정권에 너무 우호적인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해요.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들을 움직일 수 있는 곳에 가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고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와 저희 단체가 하는 이런 기록들이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덜 부끄러운 사람으로 남는 일이 되기도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앞선 세대의 어른들이 그들이 저지른 과오를 수습하기 위해 이런 행동들을 해왔다는 기록이겠죠. 그리고 후세대들도 그 시대의 자연환경을 위한 활동에 저희의 기록이 방향성을 잡고 실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요. 그렇게 더러웠던 강물이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변했다는 하나의 사례가 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것이고요. 사실 기록이 남고 안 남고를 떠나 우리의 활동은 그렇게 해야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에요. 우리의 가치로서 옳은 일이기 때문에 한 것이에요. 우리가 이렇게 자연을 무시하고 코로나나 기후 변화 같은 위험한 재난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상황에서 살아야 한다면 인간은 더 이상 존엄하지 않은 거예요. 우리가 존중받을 기회마저 없애지 않도록 가장 기본적인 일부터 많은 사람이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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