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음 세대 기록인
사진가 ‘서헌강’
'문화재를 기록하고 인류를 위한 사진을 남기는 사진작가'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진가 서헌강입니다.
처음 카메라를 잡으셨던 시기가 궁금합니다. 사진가로서의 시작은 어떠셨나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막내 누님이 대학에서 서클활동을 하면서 집에 펜탁스 카메라가 있었어요. 사진기의 셔터 소리와 가죽 냄새가 묘하게 끌려서 사실 사진이라는 이미지보다도 그 기계에 먼저 매료되었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사진반에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대학 전공도 사진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진 중에서도 소셜 다큐멘터리 전공이어서 당대의 시대상을 담은 사진, 예를 들면 데모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그때 사진 찍는 사람치고 데모 사진 안 찍은 사람은 없었을 거예요. 그러다 지금의 문화 다큐멘터리로 방향을 틀었던 이유는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명제가 예전에는 깊이 와 닿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제 안에서 힘을 잃어가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어쩌면 제 사진, 제 능력이 더 잘 쓰이고 더 큰 도움이 되는 영역은 소셜 다큐멘터리가 아닌 다른 영역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이후 결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경제적인 의무도 이유 중의 하나가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재미를 느끼면서 사진상으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분야, 저의 능력으로 완성 시켜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한국의 문화재’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 장르로 흘러들어오게 된 거예요.

사진가 ‘서헌강’

확실히 저희가 그동안 교과서나 관광 지도에서 보았던 문화재 사진과는 다른 결인데요, 익숙한 문화재인데도 새롭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보면 문화재를 포장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것은 우리 국민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어야 하지만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찍은 사진을 보고 이곳이 한국이라는 나라이고, 한번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 오게 만들어야 하죠. 현재 우리나라는 BTS를 필두로 하는 K-POP 문화가 전 세계에 뻗어 나가고 있어요. 이미 글로벌 기업인 삼성과 엘지의 영향력도 크고요. 하지만 ‘코리아’는 아직 그 자체로서 문화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 게 사실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제가 하는 사진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소개하고 그들을 이곳으로 오고 싶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우리가 세계 각국의 문화유적지의 사진들을 기억하고 그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요.

左) 경복궁-근정전 궁중의례 右) 물안개가 잘 끼지 않은 종로에서 담은 찰나의 순간, 경복궁

사진가님의 작품을 보면 압도적이라는 느낌을 종종 받고는 합니다.
특히나 ‘경복궁 근정전 궁중 의례’ 사진은 보자마자 탄성을 지르게 되었는데요, 보통 사진을 찍으시는 과정의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그 사진을 찍었던 날은 국가적으로 매우 경사스러운 날이었어요. 의궤가 경복궁으로 들어오면서 이를 재현하는 행사라 사진으로 잘 남기는 것도 중요했고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에요. 근정전 안으로 반차도에 따라서 출연진들이 어떻게 들어오고 배치되는지를 상상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구도는 무엇이고 사진가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는 거예요. 우선 사람의 눈높이와 같으면 이를 다 담아내기 힘들다는 판단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하지만 드론을 띄울 수 없는 곳이어서 주변을 둘러보니 근정문 위쪽으로 방이 하나 보였어요. 일반 시민들은 거기에 그 방이 있는지를 잘 모르더라고요.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 좁은 폭으로 사람 하나 간신히 기어 올라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거든요. 적절한 위치이다 싶어 그곳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거절당했어요. 행사 시 대통령이 그 아래 앉아 관람하고 있어서 보안상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이 행사를 잘 담아내야 하는 목표가 저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어찌어찌하여 결국 설득과 협의가 되었고 비로소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올라가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아마도 과거에 반차도를 그렸던 조선의 화공들이 바로 제가 사진을 찍었던 이 위치에서 그렸겠다는 것을요. 들어오는 모습부터 안에서 의례를 하는 것까지 다 담을 수 있는 곳이었죠. 구상했던 그림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머릿속에 항상 찍고 싶은 장면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그 장면이 연출되는 날씨, 시간 등의 조건이 갖춰질 것이라 예상되면 주저 없이 움직이는 편이죠. 비가 온 직후에 열리는 하늘, 소나기가 내린 직후 물안개가 낀 궁궐 풍경 등의 촬영은 결국 철저한 계획과 구상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즉, 우연으로 얻어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 몇 날 며칠 한자리에서 기다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언제나 하고 싶은 작업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편이에요. 물론 이런 사진들이 사전 조사를 열심히 하고 기상 상황을 조사해서 가도 전부 한 번에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두 번 혹은 다섯 번이 넘도록 같은 장소를 방문하는 일도 자주 있죠. 그래도 20년이 넘도록 이런 촬영을 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이 생겨서 적중률은 높아지는 편이기는 해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국내의 많은 문화재가 사진가님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휴머니즘이라는 말은 굉장히 자주 쓰이는 말 중 하나예요. 물론 이것은 사람과 어떤 대상 사이에서도 충분히 느껴질 수 있기에 저는 찍으려는 사진 안에 휴머니즘을 넣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해요. 궁궐이라는 예를 두고 보면 사실 진부한 소재이지요. 눈을 돌리면 늘 그 자리에 있고, 자주 봐왔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에 휴머니즘을 넣어 궁궐과 사진 사이에 이야기를 펼쳐 놓아요. 그렇기 위해서는 궁궐은 어떤 곳인지 먼저 공부를 해야 해요. 전문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공간에 대해 깊이 파악하고 그 쓰임이 무엇인지 아는 과정을 거쳐야 그 안에 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 있으니까요. 공간, 풍경, 유물에 이르기까지 제가 그 대상과 교감하지 않으면 절대 만족할만한 사진이 나올 수 없어요. 휴머니즘은 다큐멘터리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개념이어서 제가 찍는 사진의 장르도 문화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수 있어요. 선조들의 이야기와 지금 이 문화재를 공간, 휴식, 놀이, 문화로서 즐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한 장의 사진 안에 다 담겨 그 만의 휴머니즘이 빛을 발할 때, 가장 큰 매력을 발산하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사진으로 인해 시민들과 문화재 사이의 거리가 더욱더 가까워지고, 문화재와 우리가 함께 호흡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사진가님께서 생각하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록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 기록이 ‘인류를 위한 기록’인지를 짚어보는 것이에요. 지금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인류를 위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정말 중요하죠. 저는 저희 집 아이들이 아직 말을 배우는 시기임에도 저는 아이들에게 눈을 맞추고 인류에 공헌하는 삶의 중요성을 계획하라고 일렀던 아버지였거든요. 지구상의 많은 영향력 있는 기업들도 결국은 다 인류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작업이 문화재를 관리하는 기관을 넘어 우리나라와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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