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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행
용이 승천했다는 오사리 용탄 여울부터 제비가 집을 짓는 여울목 마을까지
'충북의 물길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가다(단양Ⅰ)'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강과 오대산 기슭에서 발원한 평창강이 영월에서 만나 서강이 된다. 한강의 시원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골지천, 조양강, 동강으로 이름을 바꾸며 흐르다 영월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 된다. 영월을 지난 남한강이 제일 처음 충북으로 유입되는 곳이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다. 영춘면을 흐르는 남한강과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물줄기에 담긴 이야기가 윤슬로 빛난다.

용진대교 북쪽 풍경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한 곳, 용탄 여울
‘용탄’은 이름 그대로 ‘용의 여울’이다. 옛 오사리 사람들은 ‘용탄’에 여울을 붙여 ‘용탄 여울’이라고 했다. ‘용탄’ 보다 ‘용탄 여울’이 살갑게 느껴진다.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과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을 알리는 도로 위 안내판이 인사하듯 바라보는 경계지점 옆으로 남한강이 흐른다. 영월을 지나 단양을 흐르는 남한강이 만든 여울이 용탄 여울이다.
깊은 강은 말없이 흐르다 여울을 만나 비로소 그 속을 드러낸다. 산산이 부서지고 들끓는다. 그 소리가 거세다. 강가 언덕까지 소리가 들린다. 하얗게 이는 포말은 보이는 소리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오사리를 흐르는 남한강에는 용이 목욕하던 ‘용탕’도 있다. 명주실 한 꾸리가 다 풀릴 정도로 깊었다고 한다.

左)영월에서 단양으로 흘러드는 남한강 물줄기 右)남한강에 작은 배가 묶여있다. 절벽은 북벽의 일부다.



흐르는 강물을 따라 남쪽으로 차를 달리다 길가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흙길을 걸어 강가로 걸었다. 들풀 향기가 물비린내와 섞여 공중에 가득하다. 습기를 머금은 산이 산안개를 피워 멀리서 아득하다. 여울을 지난 강물은 다시 잠잠하다. 승천했다는 용의 전설도 그렇게 마음에 남았다.
강물을 따라 남쪽으로 간다. 이제는 가는 게 아니라 흐르는 게 맞다. 그렇게 흘러 ‘원오사 마을’ 안으로 들어가 다시 강가에 이르렀다. 순박한 집들 사이 좁은 길을 지나 강가 콩밭을 보았다. 혼자 일하시는 아저씨 등 뒤로 초록빛 강물이 반짝인다. 콩밭 옆은 팥밭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겠다. 호수 같은 강물에 비친 ‘산그림자’도 초록으로 짙다.
용진대교를 사이에 둔 남한강의 두 절벽
용진대교는 남한강과 강에서 솟은 절벽이 어울린 두 개의 풍경을 볼 수 있는곳이다. 용진대교 북쪽에는 이름 없는 거대한 절벽이 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풍경이 있다. 용진대교 남쪽으로 흐르다 서쪽으로 굽이치는 강물과 어울려 이어지는 절벽 이름은 북벽이다.
용진대교 서단 북벽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용진대교를 걷는다. 다리 북쪽 인도로 접어들면 강 서쪽에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절벽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퇴적과 습곡, 단층의 흔적이 절벽에 새겨졌다. 아주 오랜 세월의 나이테이자 꿈틀대는 지구의 역사다. 오사리와 용진리를 지나온 남한강도 그 세월만큼 흘렀으니, 오늘도 푸른 강물과 푸른 숲을 이고 선 강가 절벽이 오래된 미래다. 강물 위로 나는 새를 다리 위에서 조감한다.
돌아올 때는 용진대교 남쪽 인도로 걷는다. 소백산과 수리봉 사이로 흐르는 동대천이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강기슭은 푸른 숲이다. 강에서 솟아 길게 이어지는 바위절벽, 북벽이 보인다. 북벽에 막힌 남한강 물줄기가 굽이돌아 흐른다. 옛 사람들은 북벽 아래 남한강에서 배를 띄우고 놀았다고 한다.
북벽 강 건너 맞은편 상2리 마을은 예로부터 느티나무가 자생했다고 해서 느티 마을로 불렸다. 지금도 150년 넘은 느티나무가 남아있다. 상2리에는 가슴 아픈 사연도 전해진다. 한국전쟁 때 상2리 괴께굴(곡계굴)로 피난했던 주민들이 폭격으로 많이 죽었던 것이다. 마을에서 같은 날 제사를 지내는 집이 많았다고 한다.
북벽 아래로 흐르는 남한강에 쪽배 한 척 떠있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이 일고 배가 밀리고 쓸린다. 흐르는 강물이 북벽교 아래를 지난다. 90년대 초반 북벽교가 생기기 전에는 차를 싣고 강을 건너는 ‘찻배’가 다녔다고 한다.
남천의 시작과 끝
소백산에서 흘러내린 남천계곡은 쉴만한 물가다. 남천계곡 두 물줄기 중 한 물줄기 상류에 소백산국립공원남천야영장이 있다. 야영장을 지난 물줄기는 또 다른 물줄기와 하나 되어 남한강을 만나기 전까지 물가에 쉼터를 만들었다. 남천계곡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은 온달동굴, 온달오픈세트장, 온달산성 등이 있는 온달관광지다.
남천계곡 상류에서 하류로 이어지는 물길을 따른다. 남천계곡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을 지나 물가 나무 그늘 아래서 사람들이 쉬는 풍경을 본다. 따가운 햇볕을 우산으로 가린 아빠의 품에 아이가 안겼다. 그야말로 쉴만한 물가 풍경이다. 아이를 안은 아빠, 아빠에게 안긴 아이가 냇물까지 그늘을 드리운 나무가 있는 물가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남천2교를 지난 남천계곡은 구인사 쪽에서 흘러온 물줄기를 받아들인다.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 위에는 붉은색 출렁다리가 놓였다. 출렁다리에서 보이는 풍경에 미루나무 한 그루가 합수지점을 알리는 이정표처럼 서있다.

남천계곡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에서 본 남한강 풍경. 저 다리가 영춘교다.



온달관광지 옆 남천교 아래에 이름 없는 낡은 다리가 하나 있다. 그 다리 부근에서 남천계곡과 남한강이 만나는 풍경을 본다. 북쪽으로 남한강에 놓인 영춘교가 보인다. 합수지점 건너편은 영춘생활체육공원이다. 그곳으로 가려면 영춘교를 건너야 했다. 영춘교에서 만난 뜻밖의 풍경은 선물이었다. 자연이 만든 순수한 풍경 속에 남한강과 주변 산들이 들어있었다. 그중 앞쪽 산 정상에 인공의 흔적이 있었다. 온달산성이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남한강과 산꼭대기의 온달산성, 아주 오래 전 어느 날은 전쟁터였을 그곳에 지금은 순수만 남았다.
사지원천과 사이곡천
영춘면 사지원리 북쪽 끝에서 사지원천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그 출발지점은 특별한 것 하나 없는, 고추밭 옆에 작은 냇물이 흐르는, 시골마을이었다. 어은골 입구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면 ‘단양 사지원리 방단적석유구’가 나온다. 도로 바로 옆에 있는, 돌로 쌓은 커다란 구조물이다. 마을사람들은 태조탑 또는 태장이 묘라고 부른다. 이 구조물에 대한 기록도 없고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도 없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관련 있다거나, 어느 큰 장군의 무덤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온달 장군과 연관 있을 것으로 짐작하기도 한다. 1960년대에는 마을사람들이 기우제와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으로 썼다.

左)영춘생활체육공원 부근에서 촬영한 남한강. 사진 왼쪽에 온달오픈세트장이 보인다. 右)사이곡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



많은 사람들의 기원이 담긴 커다란 돌무지를 뒤로하고 도착한 곳은 사지원천과 사이곡천이 만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사이곡천 물줄기를 거슬러 올랐다. 사이곡천 물줄기가 두 개로 갈라지는 곳에 별방초등학교가 있다.
사이곡천 두 물줄기 중 한 물줄기의 상류를 찾아갔다. 만종리 경로당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옛날에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했던 샘이 있다. 지금도 물이 고여 있고 샘 위에 지붕도 만들었다. 샘 옆에는 사이곡천이 흐른다. 그 옆에는 300년 넘은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또 다른 사이곡천의 상류에도 300년 넘은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 앞을 흐르는 사이곡천은 타지로 나가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밭을 일구며 사는 80세가 다 된 아주머니의 삶터를 적시고 지난다.
골짜기를 지나, 논밭을 감싸고, 마을을 품은 작은 물줄기들은 그렇게 흘러 군간교 아래에서 온달관광지를 지나온 남한강과 만나 해마다 제비가 집을 짓는, 아름다운 골짜기, 가곡면 여울목 마을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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