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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이야기로 풀어보는 솔로몬의 재판'

해당분야의 전문가로써 몇몇 언론매체를 통해 이름과 얼굴을 알려온 나얼굴씨는 어린이 합창단을 운영하는 대표입니다. 그는 합창단이 동계올림픽 개막식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며 합창단 단원의 학부모들에게 참가비 지급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항의와 함께 관련 서류의 열람을 요구했습니다. 나얼굴씨와 직원들이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한 학부모가 핸드폰을 이용해 이 상황을 약 4분 48초간 동영상으로 촬영했고, OOO 방송국의 기자인 박기자는 영상을 제보 받아 관련 내용을 뉴스에 방송하도록 하였습니다.
편집된 동영상 중 약 32초간 나얼굴씨의 얼굴이 모자이크 편집없이 방송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었고, 나얼굴씨는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며 OOO 방송국의 박기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습니다.
이 경우 나얼굴씨는 OOO 방송국의 박기자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주장1.
나얼굴: 해당 보도를 통해 저의 얼굴이 전국적으로 방송되었습니다.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사전에 묻지도 않고 제 얼굴과 함께 이렇게 불리한 내용을 방송하는 건 초상권침해 아닌가요? 당연히 저에게 손해배상 해주어야 합니다.
주장2.
박기자: 비록 나얼굴씨의 얼굴을 저희가 임의로 보도자료로 사용하였지만 저희가 보도한 뉴스 내용은 부당한 사건을 알리는 공익성을 가지고 있었고, 나얼굴씨는 이미 여러번 방송에 나온 유명인이므로 공적 관심사인 뉴스에 인용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손해배상을 해 줄 이유가 없습니다.
솔로몬의 평결
정답은 2번.박기자: 비록 나얼굴씨의 얼굴을 저희가 임의로 보도자료로 사용하였지만 저희가 보도한 뉴스 내용은 부당한 사건을 알리는 공익성을 가지고 있었고, 나얼굴씨는 이미 여러번 방송에 나온 유명인이므로 공적 관심사인 뉴스에 인용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손해배상을 해 줄 이유가 없습니다. 입니다.
위 사례는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한 초상권침해 행위에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0다253423 판결).
(1) 초상권 침해와 위법성조각 법리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그 밖에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갖습니다. 이러한 초상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합니다. 그러나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더라도,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ㆍ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중략>
특히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그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그 보도된 내용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리고 공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에 피해자 스스로 관여한 바 있는지 등은 위와 같은 이익형량에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방송으로 원고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가) 이 사건 방송 당시 원고는 다문화전문가 및 특정 정치인 지지모임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언론매체에 이름과 얼굴을 알려왔습니다. 원고는 이를 통하여 사회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영향을 줌으로써 공적 인물로 활동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원고의 공적 활동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합니다.
나) 이 사건 합창단의 참가비 전액을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부담함에도 이 사건 센터가 학부모들에게 추가로 참가비를 부담하게 하였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 사건 방송 전날에는 관련 보도도 방송되었습니다. 그 보도에서 원고는 이 사건 센터의 대표로서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 내용은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 이 사건 방송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국내 최초 어린이 다문화합창단인 이 사건 합창단의 회계 등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공중의 관심과 원고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그 보도된 내용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도 인정됩니다.
라) 이 사건 방송에서 원고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기는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전날 원고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며 반론 인터뷰를 한데다가 이 사건 방송이 포함된 보도영상의 다른 부분에 원고의 사진과 영상이 사용되었고 이 사건 방송 자막에도 원고의 이름이 표시되었으므로, 설사 이 사건 방송에서 원고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였더라도 시청자들은 그 등장인물이 원고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에서 원고의 얼굴이 공개됨으로써 원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추가로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는 크지 않습니다. 여기에 피고들이 이 사건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거나 왜곡하여 이 사건 방송을 구성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그 표현 내용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한 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즉 이 사례에서는 이 사건 방송으로 나얼굴씨의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더라도 ① 공적 인물로 활동하였고 ② 방송내용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며 ③ 보도된 내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공론의 필요성도 인정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나얼굴씨는 박기자에게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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