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23 시민에디터
우리는 시민과 함께 기록합니다
'시민기록가에서 시민에디터로 나아가기'

‘시민기록가 양성 과정’이 처음 개설되었을 때를 떠올려봅니다. ‘기록’이라는 영역은 그 단어 자체로는 친숙하나, 배우려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 그 단어를 곱씹어 보면 생소하고 어려운 구간들이 많았습니다. 익숙하고도 어렵고, 흥미롭고도 고단한 작업이 바로 ‘기록’이었습니다. 그렇게 청주의 ‘시민기록가’들은 기록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1년 차 ‘기초과정’을 거쳐, 2년 차에는 직접 현장에서 구술기록을 담아보고 또 마을을 방문하여 기록하는 ‘심화과정’을 거쳤습니다. 3년 차에는 스스로 마을기록의 기획부터 출판까지 해보는 ‘실습과정’도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2023년, 열심히 달려온 ‘시민기록가’들은 이제 ‘시민에디터’로 나아갑니다. ‘에디터’로서 무엇이 달라지고 변화했을까요?

2022시민기록가 양성 심화과정 '도시기억아카이빙' (사진제공. 기억록)



‘시민’과 ‘기록’은 함께 할 수 있을까?
과거 민간기록과 공동체 아카이브 활동을 살펴보면 대부분 전문가가 공동체의 기록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그것을 활용하는 방안들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을 전후로 전문가 관점의 기록에서 벗어나 공동체 관점에서 기록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고, 이후 민간기록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전국적으로 펼쳐졌습니다. 그야말로 ‘민간 아카이브의 붐’이라고 할 수 있는 시대였지요. 하지만 그 안을 면밀히 살펴보면 여전히 시민은 기록의 ‘대상’으로만 머물거나 전문가 집단의 기록을 위한 ‘참여자’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민이 주체성을 가지고 스스로의 세계를 기록하는 일은 영영 요원한 일일까요? 그러한 고민의 지점에서 우리는 ‘기록자치권’을 실현하는 ‘기록활동의 주체’로서의 ‘시민’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를요. 그래서 ‘시민’과 ‘기록’이 동등한 주체로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기획하였습니다. 4년 차에 접어드는 우리 청주의 시민기록가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기에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시민에디터 사업은 ‘시민’과 ‘기록’이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의미 있는 도약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민에디터’로서 가져야 할 시선,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지난 시민기록가의 활동은 마을에 한정되어 그곳을 이루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시민에디터의 활동은 편집자로서의 시각을 가지고 청주의 미래유산을 기록하는 일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왜 마을이 아닌 미래유산일까요? 그것은 미래유산의 정의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미래유산 기록을 진행해온 서울시의 미래유산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미래유산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으로, 서울 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입니다.
[서울미래유산 정의]
첫째, 시민들이 근ㆍ현대를 살아오면서 간직한 추억과 감성을 지닌 유산입니다.
둘째, 끊임없이 발전하는 가치의 유동성을 담은 미래지향적 문화유산입니다.
셋째, 시민들의 사회적, 정서적 합의에 기초한 유산입니다.
서울시는 시민들과 함께 이 시대에서 호흡하고 있는 미래유산의 보전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발하게 기록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청주시도 2023년 시민들의 정서가 담긴 ‘청주 미래유산’을 선정하였습니다. 최초 선정된 ‘청주 미래유산’은 청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공간이나 장소, 풍경 등 139건을 시민들로부터 추천받아 목록화한 후, 전문가 심의와 소유자 동의를 거쳐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관하여 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선정된 ‘청주 미래유산’은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정서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선정했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삶이 담겨 있는 공간이나 장소, 이야기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청주 미래유산’으로 선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같은 미래유산의 정의를 통해서 우리는 ‘시민에디터로서 무엇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미래유산일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미래유산은 현재도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활동의 주체로서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게 논의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미래유산은 단순히 특정한 공간, 장소, 대상을 넘어 삶의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미래유산을 가장 잘 알고, 가장 애정을 가지는 사람은 바로 청주시의 시민들입니다.
그러니 삶에 생생하게 닿아있는 기록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시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미래유산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사회문화적, 예술적 가치보다도 미래유산을 직접 경험하는 ‘시민의 시각’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타 지식기반의 기록은 전문가 집단에서 충분히 실행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공유하는 기록은 ‘지금, 여기, 우리’만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추어’적인 기록이 주는 가능성
그리하여 시민기록가에서 각 개인의 시선을 가지는 ‘시민에디터’로 나아가는 그 시점에 우리는 먼저 ‘나’를 돌아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래유산과 나’를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개인적인 경험에서 미래유산을 바라보고 기록하기를 요청드렸습니다. 시민에디터 스스로 기록의 대상을 정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록 방법을 찾아 그들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 누군가는 사진 기반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인터뷰 기반, 또 누군가는 조사기반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집요한 관찰을 통해 본인의 언어로 미래유산을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유산이라는 큰 틀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역량과 환경을 파악하여 본인이 기록활동의 주체로서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일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인 측면, 예를 들어 촬영이나 조사의 도움이 필요한 구간에서 현장 멘토링을 2~4회 정도 진행하였고, 이외의 모든 과정은 시민에디터 스스로 기록 활동 스케줄을 수립하여 주체적으로 활동하였습니다.

01-02)시민에디터 발대식 및 라운드테이블 03-04)시민에디터 공통 교육 중 05-06) 시민에디터 현장멘토링 진행 (사진제공. 기억록)



그렇게 생산된 기록물을 이제 청주 시민들에게 공유합니다. 다소 거칠고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겠으나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시민기록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단계라는 것과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아마추어의 생생함과 절실함 그리고 성실함을 무기로 지금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이 다른 공공기록과 전문가집단의 기록과 만나 또 다른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시민의 시선으로 기록하다, [2023 시민에디터]는 문화도시 청주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주 미래유산 이야기를 시민에디터의 목소리로 만나보세요.

EDITOR 편집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전화 : 043-219-1006
주소 :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2층
홈페이지 : www.cjculture42.org
청주문화도시조성사업
본 칼럼니스트의 최근 글 더보기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