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헬로우아트랩 사업 변화_다름에서 닮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사업'

그야말로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을 걷고 또 걷는 것 같은 일상의 연속이었다. 처음부터 그랬고 그다음도 그랬고 계속 그랬고 어딘지 모르는 중간도 그랬다. 당연히 그랬다. 게다가 뜨거웠는데 우리가 뜨거웠는지 사막이 뜨거웠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뜨거웠다. 가끔은 오아시스도 만났고 웃으며 행복하기도 했다.
2019년을 시작으로 그렇게 4년을 보내면서 7명이었던 우리는 5명이 되었고 물보다 진한 피 같은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무적이었는데 서로에게도 가끔은 무적이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정해진 중재자가 개입해야 했지만 그래서라도 다시 손잡고 헤헤거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서로가 절실하기도 했다.
폐창고였던 곳을 임대해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시작으로 문을 달고 전기, 물, 화장실을 만들고 칠을 하고 쓸고 닦고를 6개월을 하니 새해가 왔고 7개의 공방과 강의실 카페를 만들어 2020년 5월 꿈담공예촌을 개관하였다.

꿈담공예협동조합



우리 손으로 만든 어설픈 이곳이 너무 자랑스러웠고 이후에도 새는 비를 막고 가끔은 쥐를 잡으며 열심히 작업하며 주로 수업을 하러 여러 기관을 다녔는데 가끔은 공예촌 강의실로 와주기도 해서 홍보가 되었다. 전용면적 200여 평에서의 다양한 공예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협동조합 법인의 장점은 점점 우리를 성장시켰고 충북도교육청과 협약하여 대안 교육 위탁기관이 되었다.
지난해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지면서 영동교육지원청의 마을 체험처, 마을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우리 공간에서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기 시작해서 인터넷을 뒤져보기 시작하다 충북문화재단 공모사업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무턱대고 도전을 하였고 설명회도 가지 못했던 나는 줄줄이 낙방하는 당연한 결과를 얻었다.
물어보자 싶었다. 왜 떨어졌는지. 답은 뻔했다. 지금껏 기획이 아닌 기술을 교육해왔고 습득과 결과물로 성과를 내왔는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했으니…. 내가 작성한 사업계획서는 스토리가 없는 방법만 나열된 설명서에 불과했을 것이다.
올해 설명회 참석과 몇 차례 문의 전화, 20여 일간의 야간작업 덕에 ‘다문화 이웃과 함께 만드는 우리 동네 문화’라는 프로그램명으로 헬로우 아트랩사업에 선정되었고 드디어 충북문화재단 공모사업에 초기진입하게 되었다.
그동안 정해진 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섭외되어온 우리에게는 이해부터가 쉽지 않았던 사업이었다. 사업 초기에 리드예술인을 배정받고 소통하며 섣부른 다문화가정 접근 우려가 제기되었고, 올해 사업은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내용이 변경되었다. 두 번의 워크숍과 한 번의 선진지 견학, 그리고 수차례 논의를 한 이후에야 완성된 결과가 아닌 무언가를 만들거나 활동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에 담긴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01.리드예술인 심한기 선생님과 02.지역자원 활용 공예프로그램으로 포도문양 가죽 지갑을 만드는 모습
03.모나드 대표 김현묵 선생님과 꿈담공예촌 강의실에서 04. 부여 생산소 대표 이화영 선생님과 노드트리하우스에서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고착화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걸 만들자 저걸 만들자고 하며 기술습득과 일회성 체험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들이 반복되었다. 애초 사업 방향이었던 다문화가정이 겪는 상황들에 대한 조사나 접근방법, 치유가 포함된 소통과 공감 등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고 서로 흡족하지 못한 회의들의 연속이었다.
혼란에 빠진 우리에게 돌아온 답은 문화재단 담당자도 리드예술인도 ‘답은 없다. 서로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들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사업’인 헬로우아트랩사업이라는 것.
결론을 안 내도 된다며 결론 없는 답변을 주셨는데 ‘그럼 뭘 하라는 거지?’ 하며 수없이 질문을 던진 사업이기도 하다.
모나드 대표 김현묵 선생님 강의에서는 자기 주도형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사례를 들으며 대상자가 스스로 참여자가 되어 공동의 기획자가 되기도 하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 했을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의 프로그램에 쉼 없이 탄성이 나왔다.
선진지 견학지였던 부여 생산소 이화영 선생님은 목공방이면서 대장간이면서 공연장이면서 갤러리였던 대안 예술공간으로 소개받은 생산소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자연스러운 주민들과의 화합과 서로 연대하는 프로그램으로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 마냥 신기했는데 신기하게도 현재 우리도 그렇게 하기 위해 공간을 조성 중이기도 하다. 조만간 전화해서 근황을 말씀드리고 방문 요청해 볼 계획이다.
괴산 문화학교 숲 대표 이애란 선생님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어마어마한 스토리를 들으며 우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임을 실감했고 얼마나 더 많은 산을 넘고 넘어야 하나 한숨이 쉬어졌지만 정말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주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셔서 조만간 달려가 내년 계획을 도움받을 작정이다.
그렇게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선배 기획자이신 여러 대표님을 만나보고 수없이 고민해보며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된 활동과정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서툴고 미흡하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가안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연구와 함께 여러 회차의 실행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은 바람이 생겼다.
이쯤 되니 조금 아쉽기는 하다. 우리 지역은 이미 다문화가정은 어딜 가나 만날 수 있고 대부분 공예 교육이었지만 한국말을 사투리까지 섞어가며 말하는 분들과 셀 수 없이 만나 수업을 했고 친한 가정도 있는데….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나름의 성과에 자축하며 이번에는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꿈담공예협동조합 단합대회



리드예술인의 조언대로 다문화가정을 만나기 위한 연습은 우리 안에서 우리를 이해하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시작이 되었고 관계에 대한 솔직한 토론으로 각자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면서 창업 초기 때부터 현재까지의 달라진 관계의 변화를 기록해 나갔다. 눈물과 티슈는 기본 준비 물품이 되었고 고마움, 서운함, 화남, 이해, 위로 등의 생각과 감정들이 오고 갔다.
성실한 참여를 시작으로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진중한 회의를 하게 되었고 다른 것에 맞닥뜨리지 않고 인정하게 되었으며 질서 있게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공예촌에서 함께 지내는 우리는 수년간 진짜 가족보다 더 많이 보고 먹고 울고 웃었는데 ‘다름’ 안에 ‘닮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헬로우아트랩사업
탐색과 연구가 동반된 많은 고민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관계를 이해하고 인간다움을 실천하게 하는, 그런 과정과 연결된 다양한 변화가 최고의 성과 아닐는지 생각한다.
우리는 평소 우리가 알던 다문화가정을 섭외해 두었다. 이제 그들은 우리를,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는 것을 시작하려 한다.
장윤희(꿈담공예협동조합 대표)
도자기핸드페인팅 공방을 운영하며 잦은 출강으로 비어있는 공방에 대한 고민으로 공방카페를 열었습니다. 공간을 나눠 마끄라메 공방을 샵인샵으로 입점시키면서 7명의 지역 공예인들을 모집해 공예협동조합을 만들고, 1945년도에 지어진 폐창고를 임대해 꿈담공예촌을 개관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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