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민의 시선으로 기록하다_시민에디터
시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학천탕
'아름다운 건축물 학천탕'

청주 기록활동가 양성 과정 ‘기초과정’, ‘심화과정’ 그리고 ‘실습과정’을 거친 청주의 시민기록가들이 한 단계 나아가 시민에디터가 되어 청주 미래유산을 시민의 시선에서 기록합니다.
동네 사랑방 같은 옛 모습을 간직한 1세대 전통목욕탕
학천탕 내부인테리어를 유심히 살펴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이태리타올로 만든 모빌과 벽장식소품들이다. 아마도 목욕탕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목욕도구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목욕탕의 대표적인 물건은 때수건 또는 이태리타올(이탈리아산 비스코스 섬유)이다.
1967년 대한민국 (김필곤)에 의해 개발되어 특허까지 현재 목욕문화를 대표주자로 이끄는 목욕 도구로 다음 이어서 2015년 정준산업의 요술 때밀이 장갑이 등장하여 고가와 희소성을 두루 갖춘 에르메스를 본뜬 때르메스라는 이름을 재미나게 붙였다. 누구나 공감하는 때밀이 이야기 초록색 이태리 타올로 벅벅 밀지 않는 목욕은 목욕이 아니라는 한국인의 정서였다. 그래서 이따금 서로 모르는 사람이 서로 때수건으로 등을 밀어 주는 훈훈한 광경은 목욕탕에서만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左) 카페목간으로 변신한 학천탕 입구(사진. 시민에디터 지해경) 右)학천탕 박노석 대표 부모님과 형제들 사진



현재 청주의 목욕탕은 50개 곳이 존재하는데 오래된 순서로 약수탕(1) 백만탕(2) 복대탕(3) 용궁탕(4)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 약수탕(50여년)은 박대표 남동생이 석교동에서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운영난에 힘겨워하고 있다고 박대표 누님이 안타까워했다. 학천탕은 그중에서 5번째 오래된 목욕탕으로 30여 년간 같은 자리에서 운영되고 시민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목욕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출처
그중에서 청주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목욕탕은 학천탕 단 1곳뿐이다.
성안길에 위치한 학천탕은 지역적 특성으로 사회 각계각층(기업인, 정치인, 문인, 교수)의 인사들을 손님으로 맞이하며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시민 일상과 문화의 단면을 담고 있는 유산으로서 가치를 지니며 시대적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학천탕은 1988년 1대 박학래가 개업해 2대 박노석까지 이어져 온 청주에서 가장 유명한 목욕탕이다. 1988년에 완공된 8층짜리 건물이며 당시 목욕탕 전용 건물로서는 국내 최대 건축물로 상업성보다는 조형미의 비중을 높인 무척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2022년 전문가가 추천하는 청주 10대 현대 건축물에도 뽑혀 있는 멋진 건물이다. 1988년 완공된 고 현포 박학래 선생의 인생 역정과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해 고 김수근(학천탕 설계도만 완성)건축가의 건축 이념을 넘어 당시 공간건축사의 실장이었던 승효상(노무현대통령 묘역과 전시관설계)건축가와 이종호(박수근미술관,노근리기념관설계)건축가의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상상력이 빚어낸 시대의 걸작이다. 전후 사방 비대칭에 곡선과 직선의 다양한 변화가 혼용된 개성적인 모습에서 미래를 앞서 보여 주고 있다. 학천탕은 ‘서민의 목욕문화를 민족 생활사적 측면에서 잘 보여 주는 곳’이라는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2022년 청주 미래유산에 선정됐다. 한때는 웅장하고 멋진 목욕탕으로 불릴 만큼 개업 당시에는 최신식 설비로 엘리베이터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주변에 다른 목욕탕들과 차별화된 점이 많다 보니 들어오는 출입문부터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박대표 누님이 웃으면서 일화를 소개했다. 남녀탕 모두 온탕 1개, 냉탕 1개, 일명 ‘바가지 탕’이라 불리던 중앙탕 1개 한증막 1개를 갖춘 전통목욕탕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략 하루에 700~800명이 찾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이젠 성안길의 골목이 관광객으로 붐비며 변모해 가는 사이 학천탕은 여전히 성안 골목길 터줏대감으로 빛바랜 낡은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 학천탕(2대 카페목간으로 변신 새로운 이야기 펼치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우리의 생활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한동안 침체하였다가 다시 살아난 업종도 있지만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모진 타격을 받고 문을 닫아야만 했던 업종도 많다. 그중에서도 대중목욕탕도 된서리를 맞았으니…. ‘스파랜드’ ‘불가마’ ‘찜질방’ 대형사우나가 생겨나면서 설 자리를 잃었던 동네목욕탕이 최근 새 생명을 얻고 있다. 카페, 갤러리, 공연장, 안경매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과 가까운 공간으로 재탄생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최근엔 무심하게 신경 쓰지 않은 느낌을 주는 낡은 건물을 멋스럽게 보는 트렌드가 있다며 오래된 목욕탕은 이런 트렌드에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가던 추억의 공간이란 스토리가 입혀져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중 성안길에 위치한 학천탕이 기존 건축물 골격 그대로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며 카페로 변신하여 2018년 카페목간으로 두 번째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래유산은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100년 후의 보물로서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근현대문화유산 중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큼 가치가 있는 곳을 말하는데 그곳이 바로 우리 옆에 있다. 근현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과 관련된 장소로 한곳에서 오래 영업한 학천탕이다.
옛 모습을 간직한 1세대 전통목욕탕의 퇴장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라지는 대신 학천탕처럼 목욕탕의 흔적을 남기고 살려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목욕탕이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늘어나고 있다.

카페목간 실내 인테리어 약식 설계 도면 (사진. 박노석 대표)



요즘 목욕탕 인테리어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카페로 활용한 사례도 많다. 그러나 ‘카페목간’처럼 한국 건축계를 대표하는 유명건축가가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8층짜리 대중목욕탕을 설계하고, 이를 원형 그대로 카페로 변신시켜 소비자가 이색경험을 할 수 있게 한 사례는 없을 듯하다.
학천탕은 ‘COMMUNITY+ARCHIVE, COFFEE+BAKERY’를 담아내고 있다. 앞으로 많은 이들이 학천탕을 찾아 성안길의 역사와 숱한 스토리를 재발견하고 기억을 담았으면 좋겠다. 현재 학천탕 주변 카페는 50여 개가 성업 중이다. 처음 경영자였던 선친 박학래를 이어 2대째 가업을 이어 장남 박노석 대표가 운영하고, 누님도 직접 커피도 만들고 서빙도 하며 카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미래유산의 오래된 가게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도시재생과 어우러져 활성화 기대”
목욕탕은 범용성이 낮은 건물이라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데 카페목간으로 변신시킨 2대 사장님의 열정이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2018년 폐업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져갈 뻔한 학천탕이 구사일생하여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이색카페인 카페목간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다.
학천탕은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적응형 재사용은 역사적 특징을 유지함과 동시에 다양한 목적이나 기능을 위해 건물을 용도 변경하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학천탕처럼 사라질 수 있는 방치된 건물을 구할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영국 런던의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Tate Modern)도 한때 뱅크사이드 발전소였고, 뉴욕의 고급호텔 리파이너리(Refinery)도 가먼트지역(Garment District)의 공장이었다. 이처럼 적응형 재사용은 건축물 보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기존 자원을 활용해 지구환경과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능으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는 성안길 학천탕이 더욱 반갑고 애써 응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후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목욕탕 재생은 환경 친화라는 측면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낡은 목욕탕이 카페로 쓰임이 바뀌면서 건축물의 생명이 연장되고 있으니 말이다.
오래된 목욕탕처럼 구조적으로 문제없이 나이 든 건축물을 재생하는 ‘리노베이션’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버텨내고 있는 학천탕은 우리에게 무엇을 잊지 않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민 생활 분야 유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시민의 시선으로 기록하다, [2023 시민에디터]는 문화도시 청주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주 미래유산 이야기를 시민에디터의 목소리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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