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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하늘 위 바다 걷고 폐철로 따라 바다 품고 또 다른 해운대를 만나다
'부산 해운대'

‘K-공감’은 새해부터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을 격주로 소개한다. 한국관광 100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우리 국민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꼭 가봐야 할 한국 대표 관광지 100곳을 2년에 한 번씩 선정해 홍보하는 사업이다.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에는 유적지·건축물·놀이동산시설 등의 문화 관광자원 61곳과 숲·바다·습지 등 자연 관광자원 39곳이 선정됐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24곳, 강원권 10곳, 충청권 13곳, 전라권 17곳, 경상권 30곳, 제주권 6곳이 있다. 여행이 있는 주말, 한국관광 100선을 따라가본다.

해운대그린레일웨이는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에 만들었다. 2020년 10월부터는 해운대해변열차가 철길을 따라 달린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부산 해운대
겨울에 부산 해운대에 가면 동백을 볼 수 있다. 동백은 동토를 뚫고 나와 곧 봄이 올 것을 알린다. 동백꽃은 11월 말부터 움트기 시작해 2~3월까지 만발한다. 몸은 아직 겨울에 있지만 마음은 봄을 향해 내달릴 때 동백이 핀다. 1월은 부산의 동백을 구경하기 좋은 시기다. 동백은 두 번 핀다. 한 번은 나무 위에서 피고 또 한 번은 땅 위에서 핀다. 꽃잎이 분분히 지지 않고 꽃송이째 떨어져 땅을 꽃밭으로 만든다.
부산은 동백을 사랑한다. 동백은 부산의 시화(市花), 동백나무는 시목(市木)이다. 동백으로 뒤덮인 동백섬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다. 동백섬은 오랜 시간 물이 실어온 흙, 모래, 자갈의 퇴적 작용으로 육지와 연결된 섬이 됐다. 이런 섬을 육계도라고 부른다. 육지와 이어진 섬이라 들어가는 마음도 가깝다. 부산 지하철 2호선 동백역 1번 출구에서 직진하면 금방 닿는다. 크기가 아담한 이 섬은 전체가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부산 토박이들도, 여행객들도 동백섬을 좋아한다. 유모차를 끌고 한 바퀴 돌아도 숨차지 않고 초행길이라도 길을 잃지 않는다. 웨스틴조선부산에서 시작하는 동백섬 순환로를 걸으면 사진을 찍고 싶은 포인트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흐드러진 동백 앞에서 저마다 인증샷을 남긴다. 각자의 카메라에 짧아서 아름다운, 동백꽃의 개화기가 담긴다.
가수 조용필이 1976년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으로 시작한다. 형제 떠난 부산항에서 슬피 울던 갈매기 노래가 이제는 달리 불린다. 가수 나훈아는 2023년 ‘기장갈매기’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내가 바로 기장갈매기다/ 사랑 따윈 누가 뭐래도 믿지 않는다/ 어차피 사랑이란 왔다가는 파도처럼/ 가버리면 그만인 거야.’ 상남자가 된 ‘기장갈매기’는 현재 유튜브 조회수 332만을 기록 중이다. 부산 갈매기의 노래는 이렇게 바뀌었지만 부산의 정취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左.부산엑스더스카이는 ‘해운대엘시티더샵랜드마크타워’의 98층부터 100층까지 자리잡고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右.부산엑스더스카이는 국내에서 두번째로 높은 전망대로 어디에서나 바다를 볼 수 있다.



400m 투명 유리 밑으로 푸른 바다가
부산 하면 해운대인데 해운대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동백섬 한가운데 ‘해운대’의 유래가 된 통일신라 학자 최치원(857~908)의 시비가 있다. 해운대는 최치원이 벼슬을 버리고 전국을 떠돌다 동백섬 넓은 바위 위에 멈췄다는 유래로 지어진 이름이다. 최치원의 자(字)가 ‘해운(海雲)’인데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보면 ‘신라 때 최치원이 일찍이 이곳에 대를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때문에 이곳이 ‘해운대’가 됐다.
최치원도 이곳에서 ‘바다 갈매기’라는 7언시를 지었다. ‘출몰자유진외경(出沒自由塵外境)’, 진과 외경의 경계에서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의미다. 학자들은 진은 세속, 외경은 탈속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일찍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과거에도 급제했으나 신분의 한계로 배운 것을 신라 조정에서 펼칠 수 없었던 최치원은 벼슬을 버린다. 속세와 불화했던 최치원은 동백섬에 걸린 달을 보며 ‘세속과 탈속의 경계를 자유로이 오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일곱 글자의 시에 담았다.
오늘의 해운대에는 세속과 탈속이 모두 있다. 바다와 섬이 절경을 이루고 동백과 갈매기가 변치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한편 마천루의 초현대식 건물들이 해변의 풍경을 이국적으로 만든다. 그중에서도 ‘부산엑스더스카이(BUSAN X the SKY)’는 ‘하늘 위 바다’라 불린다. ‘부산엑스더스카이’는 해운대엘시티더샵랜드마크타워 98~100층에 있는 전망대이다. 이곳은 사방 어디에서나 바다를 볼 수 있다. 부산에서 가장 높고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411.6m다. 전망대를 오가는 엘리베이터를 ‘스카이크루즈’라 부른다. 1층에서 100층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56초, 그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열기구가 하늘을 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전망대를 구경하고 하향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닷속 해저를 탐험하는 미디어아트 체험영상이 나온다).
전망대는 3개 구간으로 나뉜다. 98층에서는 스카이 엑스쇼와 스카이 웨이브 부산 체험을 진행한다. 215.9cm(85인치) 올레드 패널 15개로 이뤄진 행잉 키네틱 미디어 아트(움직이는 예술작품) ‘스카이 웨이브’는 바다 전망에 프로젝트 영상을 투사해 해 질 녘에 보면 더욱 아름답다. 해운대 이름의 유래, 부산의 역사, 미래의 부산까지 유려하게 이어진다. 클라이맥스는 광안대교 위아래로 노래하듯 펼쳐지는 빛의 분수다. 3분간 이어지는 빛의 쇼는 불꽃놀이로 마무리된다. 영상을 보고 난 후 밖으로 나오면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이 있고 99층에는 식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 100층에는 ‘쇼킹 브릿지’가 있다. 바닥이 투명인 데다 400m 아래 해운대 바다가 펼쳐져 있어 아찔하다. 마치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다.
부산엑스더스카이는 해변이 펼쳐지는 오션뷰와 시티뷰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전망대다. 전망대 각 층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해운대 해변,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이기대수변공원, 해운대달맞이길, 동백섬 등을 볼 수 있다. 부산 여행객 사이에서 ‘뷰맛집’, ‘파노라믹 오션뷰’로 입소문이 난 이유다.

해운대그린레일웨이 도심 산책로는 전 구간 턱이 없는 보행데크가 깔려 있어 걷기 좋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옛 철길 따라 해안선 여행
최첨단 문명이 담긴 해운대를 경험했다면 이번엔 낭만을 즐길 차례다. 해운대그린레일웨이는 폐선이 된 철길을 재생한 여행코스다.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철도 고속화와 전철화 사업으로 기존 노선이 폐쇄되자 이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동해남부선의 해변열차, 영동선의 스위치백 트레인, 경춘선의 레일바이크 등이 그 예다. 2020년 10월 개장한 ‘해운대그린레일웨이&해운대블루라인파크’는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옛 동해남부선 철로를 활용해 시민을 위한 공원(해운대그린레일웨이)을 만들고 철로 위를 다니는 해변기차(해운대블루라인파크)를 설치했다.
동해남부선 철길은 질곡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 경북 포항시에서 부산까지 개통돼 일제의 자원 수탈과 일본인들의 해운대 관광을 위해 만들어졌다. 해방 후에는 포항시, 경북 경주시, 울산, 부산을 잇는 교통수단이었고 이후 동해남부선 본선 구간으로 사용됐다. 그러다 2013년 12월 시가지 확장과 복선 전철화로 동해남부선 본선은 장산 내 터널을 통과하는 새 선로로 이설됐고 기존 철길은 폐선됐다. 해운대그린레일웨이는 이 구간을 관광지화한 것. 그중 미포~송정 구간 4.8㎞는 해안길을 따라 양방향으로 걸을 수 있고 어디로 걷느냐에 따라 광안대교, 해운대달맞이길, 마린시티 등 대표 관광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명소로 자리 잡았다.
블루라인을 달리는 스카이캡슐은 해운대부터 송정까지 해안절경을 7~10m 공중에서 관람할 수 있는 4인승 캡슐열차다. 미포정거장에서 청사포정거장까지, 청사포정거장에서 미포정거장까지 양방향으로 운영한다. 스카이캡슐은 당일 매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예약해두길 권한다. 해운대 구민이거나 부산 시민이면 요금이 할인된다. 해변열차는 해변을 바라보면서 송정까지 운행하는 관광열차다. 해운대그린레일웨이는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 옆에 있는 산책로로 이용료는 무료다. 부산의 5대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지정된 이곳은 해운대 미포정거장에서 청사포정거장까지 50분 정도 소요된다. 특히 해운대그린레일웨이 9.8㎞는 전 구간 턱이 없는 보행테크가 조성돼 휠체어 등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무장애 관광지다.
동백도 갈매기도 노래가 되는 곳
해운대에 왔으니 바다도 빼놓을 수 없다. 해운대구 중동과 좌동, 우동에 걸쳐 있는 해운대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만 1.8㎞에 이른다. 여름철이면 50만~60만 명의 인파가 모이는 핫플레이스다. 북적이는 인파가 없는 조용한 바닷가를 찾는다면 송정해수욕장이 있다. 해운대구 송정동에 있는 송정해수욕장은 모래가 부드럽고 경사가 완만해 가족과 어린이들이 함께하기 좋다. 송정해수욕장은 부산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숨은 명소이기도 하다. 1월 송정해수욕장의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30분 무렵이다. 꼭두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아도 해가 떠오르는 풍경을 잔잔히 볼 수 있다. 송정해수욕장에서 청사포로 이어지는 폐선부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죽도공원의 소나무 사이로 여명이 밝아오는 게 보인다. 이때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는 가수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이다. ‘오래된 바다만 오래된 우리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 이대로 손을 꼭 잡고/ 그때처럼 걸어보자/ 부산에 가면.’
부산에 가면 하늘 위에도 길 위에도 바다가 있다. 신라 시대의 시가 최첨단 문명과 어우러져 다시 읽힌다. 그래서 부산에 가면 동백도 갈매기도 노래가 된다. 부산에 가면.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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