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계적 현자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찬란한 생의 끝에 만난 마지막 문장들'

모든 인간에게는 한 번의 탄생과 한 번의 죽음이 공평하게 허락된다. 탄생이 삶의 일부라면 죽음도 삶의 일부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죽음은 주로 두렵고 서늘한 공포이자 한 존재의 소멸이라고 여기며, 죽음만은 추상적인 과제처럼 생각하고 회피한다.
수십 년간 의사로 일하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을 돌봐온 저자 한스 할터는 수많은 이들의 ‘죽어감’을 통해 ‘살아감’을 배우게 됐다고 말한다. 먼저 떠난 많은 사람처럼 언젠가는 죽음이 반드시 나의 몫이 되는 순간이 오기에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메멘토 모리(memento-mori, 죽음을 기억하라)”를 마음에 새길 때 “카르페 디엠(carpe-diem, 이 순간을 살아라)”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쇼펜하우어, 오스카 와일드, 빈센트 반 고흐 등 철학자, 작가, 예술가, 정치가 등 세계적 현자들의 생애와 유언을 엮어 이 책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을 펴냈다. 84가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독자로 하여금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닿게 만들며 오래도록 깊은 울림을 남겨,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파도처럼 흩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인생의 목표도 잘 사는 것에서 잘 죽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면 많은 것이 명확해진다. 생의 유한함을 깨닫게 될 때 삶에서 군더더기와 욕심은 비우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보다 더 확실한 삶의 철학은 없다.





“오늘이 당신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말을 남기겠습니까?”
책 속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한 인간이 마지막으로 남긴 단어들 속에는 그의 인생이 농축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살아생전 가난과 고통 속에서 몸부림쳐야 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친동생 테오에게 “부탁이니까 울지 마. 이게 우리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야. 슬픔이 영원히 남는 거야”라는 서글픈 부탁을 남겼고, 문명의 근간을 뒤흔든 ‘진화론’을 제창한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생의 마지막까지 의식을 잃지 않은 채로 “나는 죽음 앞에서 일말의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굳건한 자세를 보여주었으며,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은 다 한 것 같구나”라는 담담한 인사를 가족에게 전했다. 그런가 하면 당당한 태도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자신을 찾아온 목사에게 “당신의 상사와 약속 시간을 잡아뒀어요”라고 하며 삶의 마지막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자, 이제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고른 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라. 만약 바로 내일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말을 남길 것인가.
누군가의 인생과 업적 그리고 죽음의 배경에 관한 짧은 글은 그 자체만으로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한 사람의 인생과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_본문 10쪽 중에서
“삶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것들’을 떠올린다면
조각가 자코메티의 작품을 본 적이 있는가. 앙상하고 뼈대만 남은 듯해 보이는 그의 작품에는 “메멘토 모리”가 늘 함께 한다. 자코메티가 한 네덜란드인과 여행하는 도중 그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고, 자코메티는 밤새 그 시체와 함께 있어야 했다. 이때 받은 충격 때문인지 이후 펼쳐진 그의 작품 세계엔 죽음이라는 주제가 늘 포함돼 있다. 자코메티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만약 인간이 ‘두 번’ 죽을 수 있다면 이 세상과 삶은 얼마나 더 진실해질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생과 사에 두 번은 없다. 생은 본래 불완전할 수밖에 없어 인간은 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데, 사실 삶이 가야 할 길은 단순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인간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것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은 것’,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지 않은 것’을 꼽는다고 했다. 그러므로 지금 살아 있는 존재인 우리가 할 일은 아주 명확하다. 죽어가는 이가 소원했던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것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고 마음을 표현할 것. 그래서 누구나 삶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만큼 이 생을 간절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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