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마음 수업
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
'성인이 된 자녀와 부모, 이제 어른과 어른의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부모의 불안을 견디고 자녀에게 삶의 선택권을 넘겨주자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불안을 느낀다. 갓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조마조마함, 학교에 들어갔을 때의 걱정, 사춘기의 반항심과 무서운 눈빛 등을 거쳐오며, ‘행여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쌓인다. 그래서 부모에게는 문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먼저 ‘정답’을 제시하려는 욕망이 생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자녀 대신 최선의 선택을 내리며 자녀의 삶을 이끌려 한다. 이런 마음은 자녀가 어른이 된 후에 오히려 강해질 수 있는데, 취업, 주거, 결혼 등 훨씬 중대한 선택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벽한 부모’가 되어 자녀를 대신해 선택을 내리게 되면, 자녀는 부모의 그늘에 안주한다. 어른으로 성장해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은 완벽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부모가 나를 받쳐주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안전감’을 주는 것이다.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며 자녀가 극복할 수 있는 실패의 경험을 쌓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 때, 자녀는 자기 일을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어떤 실패로 자신의 삶이 망가지는 것은 아님을 깨닫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원하는 삶을 그려나갈 수 있다. 그러니 자녀가 성인이 되었다면, 부모는 조언을 건네는 위치에서 자녀의 결정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
“산소마스크는 부모가 먼저 써야 합니다” -부모가 위태로워지면 자녀도 위험해진다
그러나 자녀가 어른이 되었다고 모든 일을 혼자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정은 스스로 내리더라도 취업 준비, 결혼, 손주 돌봄 등에서 부모의 지원이 절실한 순간이 온다. 이때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노후 자금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거나, 무리하게 손주 돌봄을 맡기도 한다. 자녀가 안정적인 삶을 꾸리도록 돕거나 손주를 돌보는 일은 부모에게 커다란 기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자녀를 헌신적으로 지원하다가 부모의 노년이 위태로워지면 자녀의 삶에 오히려 커다란 부담이 생긴다. 자녀의 상황마저 어려워지면, 부모의 헌신은 자녀와 함께 침몰하는 선택이 되어버린다.





비행기 안전 교육에는 “산소마스크는 어른이 먼저 써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위급상황이 닥치면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먼저 산소마스크를 씌우는데, 그러다가 부모가 정신을 잃으면 아이도 함께 위험해진다. 그러니 부모가 안전을 확보한 후에 자녀를 돌보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것이다. 성인 자녀를 대하는 태도도 이와 비슷해야 한다. 자녀를 도와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노후를 위협하지 않는 선까지다. 게다가 부모가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인간관계가 원만하다면, 자녀는 노년의 부모를 돌보기 위해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 그런 면에서 부모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쓰는 것은 곧 성인 자녀를 지원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성인 자녀와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방법 : 평가와 조언은 멀리하고 호기심을 갖자
부모의 태도와 마음가짐만큼 중요한 것이 소통하는 방법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자녀는 부모를 가족이 아닌 한 사람의 어른으로 바라보게 되고, 부모의 말은 예전만큼 권위를 지니지 못한다. 그런데 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평가하고 교정하는 데 익숙하고, 여전히 어릴 때 버릇이 눈에 띄어 잔소리를 참기 어렵다. 부모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했던 시절처럼 자녀와 대화한다면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성인 자녀를 평가하고 조언을 건네면 다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자녀의 삶이 성공적으로 흘러가든 역경에 부딪히든, 이제는 자녀가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시간이다. 대신 순수한 호기심으로 질문을 던져보자. 한 사람의 어른으로 존중하며 자녀의 마음을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녀도 자신의 일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의견을 물으며 필요한 답을 얻기도 한다. 부모도 자녀가 새로운 세상에서 경험한 것들을 배우고, 자녀의 속마음을 들으며 자신의 안 좋은 감정적 습관을 보완하기도 한다. ‘가르치는 부모-배우는 자녀’의 관계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지탱해주는 어른의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육아 졸업, 이제는 내 인생에서 행복을 찾자 : ‘빈둥지’는 내 삶의 행복으로 채워야 한다
지금 성인 자녀를 둔 부모 세대는 자녀가 나온 대학, 다니는 직장, 결혼 여부 등이 ‘인생의 성적표’로 여겨지는 시대를 살아왔다. 자녀의 성공이 곧 내 삶의 성공이었으니 자녀를 인생의 1순위로 두고 살아온 사람이 많다. 그런데 자녀가 어른이 되어 내 곁을 떠난다면? 갑자기 커다란 빈자리가 생겨 삶의 균형이 무너져버리는 ‘빈둥지증후군’이 찾아올 수 있다. 자녀 양육에 전념해온 삶이 허망하게 느껴지고, 이미 독립한 자녀에게 사사건건 간섭하려 하고, 외로운 마음에 자녀를 ‘베스트프렌드’로 삼으려다가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
정신분석가 파울 페르하에허는 “부모 역할에 얼마나 성공했는가는 자녀가 부모를 떠날 수 있는 능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의 독립은 곧 자녀를 질 키웠다는 증거다. 그러니 뿌듯한 마음으로 이제는 내 인생에서 행복을 찾는 데 집중할 시간이다. 육아를 위해 미뤄두었던 일들을 버킷리스트로 정리해 이뤄나가거나 반려동물이나 식물을 기르거나 친구와 운동, 취미 모임을 만드는 등,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일상을 꾸리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 행복한 일을 발견하다 보면 어느새 ‘빈둥지’가 내 삶의 행복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EDITOR 편집팀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