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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100선
바다를 품고 역사를 품고 그곳에 가면 시간여행자가 된다
'‘지붕 없는 박물관’ 전남 목포시'

‘이곳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까닭에 통칭 목포라 한다.’
조선 전기의 전국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남아 있는 기록이다. 전남 목포시는 영산강과 서남해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포구로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곳, 또는 강과 바다의 경계를 이루는 목’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1897년 개항한 목포는 일제강점기 조선 4대 항구이자 6대 도시로 꼽히는 근대도시로 성장했다. 현재 유달동, 만호동에 해당하는 구도심은 일본 등 외국 자본에 의해 간척된 계획도시였다. 과거 모습을 알 수 있는 건물이 이 일대에 유난히 많이 남아 있는 이유다.

목포 북항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려면 일몰에 맞추면 좋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풍경이 황홀하다. 사진 목포시청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의 흔적
목포는 발길 닿는 곳마다 근대역사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그중에서도 근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대표 공간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이다. 목포 기차역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닿는 이곳은 목포가 국제 무역항으로 개항하면서 외국인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치된 각국 거류지다. 조선시대 군사시설인 목포진이 있던 곳을 중심으로 주변 해안가를 간척해 근처 시가지가 형성됐다. 바둑판식 도로 구조와 근대 건축물은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2018년 문화재청은 이 일대 11만 4038㎡를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선·면’ 단위로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한 첫 사례다. 일본식 가옥 4곳, 구 목포부립병원 관사, 구 목포 일본기독교회, 상가주택 6곳 등 건축물 15개를 포함하고 있으며 목포근대역사관(이하 근대역사관) 1·2관도 여기에 속한다.
일본영사관 건물로 쓰였던 근대역사관 1관은 붉은빛 벽돌과 서양식 건축양식을 갖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대에 자리해 근대역사관 입구를 배경 삼아 뒤를 돌면 목포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일본영사관에서 목포이사청, 목포부청, 목포시청, 시립도서관, 목포문화원으로 용도가 계속 바뀌면서 현재 근대역사관이 됐다.
근대역사관 안으로 들어선 순간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목조 바닥과 계단은 발을 움직일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났다. 목재 바닥부터 천장 장식, 창문틀 등 눈 돌리는 곳마다 세월이 느껴진다. 1945년 이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벽난로를 복원한 ‘원형 벽난로’ 9개가 1층과 2층에 나눠 배치돼 있다. 나무로 만든 냉장고, 법랑 소재의 손금고, 가스히터, 벽시계, 재봉틀 등 손때 묻은 물건들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관람 순서는 역사가 흐른 시간대로 하는 것이 좋다. 목포가 목포진으로 출발해 개항장이 되고, 독립운동의 공간이 되고, 외국 문화를 도입하면서 대중문화의 시대가 열리기까지 모든 시간이 두 개 층에 흐른다. 그 시간 속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左. 근대역사관에서 목포역까지 이어지는 길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다. 사진 목포시청
右. 개항 이후 목포 오거리 주변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 모형.



적산가옥 카페 거리는 과거와 현대를 잇는 통로
인력거는 언제 들어와 목포 시내를 누비다 왜 사라졌을까? 목포에 인력거를 처음 들여온 사람은 삼길야여관의 주인 카사이다. 1911년 카사이는 부두와 여관 사이를 오가며 손님을 나르기 위해 인력거 한 대를 들여왔다고 한다. 인력거 요금은 적게는 10전에서 많게는 50전, 야간에는 2할 할증, 눈비가 올 때는 3할 할증이 붙었다. 호황기를 누리던 인력거는 1920년대 말 목포에 자동차가 다니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물건들마다 이런 일화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역사 공부도 된다.
관람객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2019년 방영된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 쓰인 적이 있어선지 그 흔적을 찾아온 관람객도 많다. ‘호텔 델루나’ 출연진의 사진을 배경 삼아 촬영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근대역사관 1관을 나와 건물 뒤편으로 가면 유달산 방공호를 만날 수 있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폭격에 대비한 군사방어 시설로 1944~1945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벽면 상단에 전구가 설치돼 있어 어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총 길이는 85m, 곳곳을 살피며 천천히 걸어도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근대역사관 2관은 1관과 가깝다. 좁은 길 하나만 건너면 보이는 회색빛 대리석 건물로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을 개조한 공간이다. 1관·2관 관람료를 각각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1관 매표소에서 구입한 입장권으로 2관까지 둘러볼 수 있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은 목포항을 통해 일본에 쌀을 공급하는 일에 관여했다. 당시 일본은 토지 관리를 빙자해 수탈을 자행했는데 그 역사를 간직한 곳 중 하나다. 근대 목포의 생활상과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살필 수 있는 자료가 전시돼 있다. 그렇다고 근대역사관 2관이 마냥 무거운 분위기의 전시관은 아니다.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실제로 사용했던 대형금고를 게임장으로 바꿔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근대역사관 바깥으로는 여전히 적산가옥이 많이 남아 있다. 현대적 감각을 더한 카페나 식당으로 활용되고 있어 마치 과거와 현대를 잇는 통로 같다. 역사관을 둘러본 뒤 목포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어보는 것도 목포 여행의 묘미다.

左. 냉장고, 재봉틀 등 100년전 생활상을 보여주는 물건들 右. 목포시청 서양식 건축양식으로 만들어진 근대역사관 1관. 사진 한국관광공사



바다를 품은 케이블카 코스
목포의 역사를 되새기는 경험을 했다면 이번엔 목포만의 낭만을 좇을 차례다.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목포 시내 북항승강장을 출발해 유달산 정상부에서 ‘ㄱ’자로 꺾인 뒤 해상을 지나 반달섬 고하도에 이르는 3.23㎞ 케이블카 코스다. 편도 약 15분이 소요된다. 좌석을 기준으로 전면과 후면, 측면이 투명 유리로 된 일반 캐빈과 바닥까지 투명 유리로 된 크리스탈 캐빈 중 선택해서 탑승하면 된다. 특히 크리스탈 캐빈은 목포 바다를 온몸으로 품는 것 같은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케이블카 유리창에 ‘안녕 목포’, ‘목포에 오길 참 잘했다’ 같은 감성 문구들도 적혀 있어 인증사진을 찍기에 좋다.
비상상황에 대비한 안전시스템과 긴급상황 발생 시 안전조치도 마련돼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전력시스템과 비상동력원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별도 구난구조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긴급상황으로 인해 케이블카 운행이 멈췄을 때는 비상엔진모터 두 개가 작동해 저속으로 승강장까지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초속 20m의 바람에도 안전운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낙뢰위험 대비 광역피뢰침이 설치돼 있다. 이밖에도 매일 운행 개시 전 1순환 이상 시운전 및 안전점검이 이뤄진다.
단순히 로프를 타고 오가는 케이블카 코스가 아니다. 바다 위에서 산과 섬을 함께 여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고하도 탐방까지 염두에 뒀다면 여행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고하도승강장에 내리면 또 다른 여행 코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승강장 아래층 산책로를 필두로 고하도전망대, 해상데크, 해상데크 포토존, 해안동굴 그리고 다시 승강장으로 이어진다.
고하도는 목포의 큰 산인 유달산 아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충무공이 명량대첩 후 106일 동안 전열을 가다듬었던 곳이기도 하다. 과거 목포에서 여객선이 드나들었으나 2012년 6월 목포와 고하도를 잇는 목포대교가 개통되면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다. 전망대는 이충무공의 얼을 기리기 위해 13척의 ‘판옥선 모형’을 격자형으로 쌓아 올린 건물이다. 이 전망대를 중심으로 양 끝에 길게 뻗은 것이 해상데크다. 전체구간 1.8㎞가 해상에 위치하고 있다. 평평한 목조로 꾸려져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데다 해안동굴, 해안절벽, 해송을 감상하며 맞는 바닷바람은 낭만 그 자체다.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제격이다. 일몰시간을 고려하면 돌아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일몰을 맞을 수 있다. 유달산으로 돌아와 누리는 야경은 덤이다.
승강장에 돌아오면 구경하느라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작은 식당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명 ‘밥통 쫀드기’와 목포 유명 빵집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새우바게트’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다만 해상케이블카는 날씨나 재정비 문제로 휴장을 할 수 있으니 공식 누리집에서 운행 정보를 확인한 뒤 방문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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