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을 [Maeul] 2022년 겨울 vol.01
시민기록가와 기억록이 함께, 청주를 기록하다
'오창과 옥산의 마을'

이번 프로젝트는 청주의 시민기록가 11명과 (주)기억록이 함께 만든 마을 기록 시리즈의 첫 번째 기록집입니다. 시민기록가분들은 지난 2년 동안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으로 진행한 시민기록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기본, 심화 과정을 수료한 우수한 활동가분들입니다. 그리고 저희 기억록은 충북을 기반으로 개인·마을·단체 아카이빙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기록전문가 그룹입니다. 실제 업계에서 활동하는 팀과 시민기록가의 협업 작업을 통해 나온 이 기록집은 기존에 진행되는 다양한 지역 기록 프로젝트에서는 보기 힘든 귀한 협업의 형태입니다. 마을 기록의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선이 다채롭게 들어간 마을 기록의 새로운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결국 우리는 마을을 존중하고, 그 마을에 속한 주민들과 두텁고 깊게 소통하며, 이 작업이 주민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하였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 기록집을 통해 우리는 왜 마을을 기록해야 하고, 시민기록가는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뿌리내리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기록의 쓸모
‘왜 기록해야 하는가?’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당위적인 명제보다도 저희는 이 기록의 주체인 시민기록가 총 11명의 개인적인 목적을 먼저 설정하시기를 요청했습니다. 활동가로서 현재 청주에서 기록 활동을 하는 이유를 스스로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이 장기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활동만으로 밥벌이만큼의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닌데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는 그 이유는 아마 개인마다 다를 것입니다. 물론 활동가로서 지향해야 하는 공통의 목적은 민간 기록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미 교육을 받으면서 이미 체득되어 있기에 따로 더 길게 말을 보태지 않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이미 2년간의 시민기록가로서 기초, 심화 교육을 받은 11명의 선생님은 ‘왜 이 프로젝트를 계속하시나요?’라는 개인적인 물음에 어떤 답을 내리셨을까요? 그것은 예상대로 저마다 매우 다양했습니다. 여가, 명예, 커리어, 재미, 사람 등등. 모두 다르지만 명확한 것은 이것이 자발적이고 즐겁기에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년을 함께해 온 시민기록가 선생님들의 끈끈한 팀워크 역시도 개인적인 활동 동기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래 같이한 동료로서의 신뢰는 시간이 선물한 가장 고귀한 가치이니까요. 이 긍정의 에너지로 우리는 팀의 목적을 설정하기로 하였습니다. 11명의 시민기록가를 2팀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지역을 기록하는 프로세스에서 그렇다면 팀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그리고 그것은 각자가 기록하는 지역을 어디로 할 것이냐에 따라 이견이 있었습니다.
왜 이 마을을 기록해야 하는가?
이번 프로젝트의 ‘마을’ 설정 범위의 기본 원칙은 행적구역 상의 지침을 따르기로 하되 자연부락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나갔습니다. 그리고 각자 기록하고 싶은 마을을 자유롭게 제안하면서 왜 이 마을을 기록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민기록가의 협력자로서 또 기획자로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그분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지금 현재 청주는 소멸 위기를 가지고 있는 마을이 산재하고 있어서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마을 기록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기록가 스스로 왜 이 마을이어야만 하는가를 팀 내부적으로 납득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기획자가 짜놓은 판에서 단순히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계획하는 과정이 3년 차 시민기록가로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영역임과 동시에 성장할 기회가 될 테니까요. 그렇게 몇몇 마을들이 논의되었고, 이 과정에서는 청주기록원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마을 기록이 마을 분들에게 좋은 자극과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과의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면사무소, 이장단과 협의의 장을 마련해주신 청주기록원과 같은 협의체가 없었다면 아마 조금 더 오랜 과정이 걸렸겠지요. 그리고 이 지난한 과정에서 시민기록가분들은 우리의 필요와 마을의 필요, 그 사이의 아주 미묘한 간극을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마을을 기록할 것이냐의 결론은 이야기의 결말로 치자면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각 팀의 조장분이 현재 살고 있는 마을을 최종 기록 대상 마을로 선정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장 앞서 ‘여러분이 살고 있는 마을을 기록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그 다짐과 아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구간입니다. 그리고 그 마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민이 기록의 주체로서 활동한다는 아주 강력한 무기를 얻은 셈이죠. 시민기록가분들의 혜안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가 정한 두 마을을 왜 기록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다양한 이슈들이 담겨 있습니다. 오창은 재개발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현재 마을의 중요 위치들을 시민기록가의 다양한 시선을 담아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옥산의 경우, 예전 미호강을 건너다니며 생활했던 신촌리 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옛 기억을 수집하는 것에 집중하며, 지역의 강줄기를 따라 이루어진 마을 주민들이 어떤 삶을 살아냈는지 그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하였습니다. 공공 기록이 마을의 현재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통계와 지리, 경제, 사회적 정보들을 기록하는 것이라면 민간 기록은 공공의 영역이 담지 못하는 마을의 곳곳, 사람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것이 시민기록가가 필요한 이유이며, 우리가 기록을 하는 이유가 되겠지요.
이 책을 펼칠 독자들이 각 마을의 기록을 살펴보며 시민기록가가 마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웃음 짓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시민기록가가 기록을 남기는 것에 자칫 ‘전문적이지 않다’라는 시선을 경계하며 이 기록을 다듬었습니다. 이 기록은 기록학에 기반한, 혹은 행정적인 기록을 남기는 공적인 영역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전문성과 객관성의 측면에서 다소 벗어났으나 마을 주민들에게는 누구보다 진솔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마을 [Maeul] vol.01은 문화도시 청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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