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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지만 강력한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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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리우 올림픽(제 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펜싱 종목 에페에서 한국 올림픽 사상 최초 금메달을 따는 새 역사가 써졌다. 그 영광의 주인공은 펜싱 국가대표 박상영 선수. 결승전 마지막 3세트를 앞둔 휴식시간, 4점차로 끌려갔던 만큼 절박한 그 때, 관중석에서 들려온 한마디 “할 수 있다!” 그 후 그가 혼잣말로 한 문장을 끊임없이 되뇌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 주문대로 경기 스코어는 9-13에서 14-14로, 그리고 1점을 더 얻어내는 대 역전극을 이뤄냈다.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었는데, 펜싱을 하면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어요. 그래서 펜싱에 빠졌죠.” 라고 말하는 박상영 선수는 올림픽 직전 해에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고, 주변에서 ‘이제 박상명은 끝났다.’라는 소리까지 돌았지만 그의 펜싱일지에는 ‘개구리도 도약하려면 다리를 구부려야 한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시기이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라는 문구를 적어 넣음으로써 비관적 상황에 대한 포기보다 더욱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긍정적인 생각들이 합쳐져 오늘날의 그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자기 충족 예언 / 플라시보 효과 / 피그말리온 효과

자기 충족 예언(Self-Fulfillment Prophecy)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어떤 예언이나 생각이 이루어질 거라고 강력하게 믿음으로써 그 믿음 자체에 의한 피드백을 통해 행동을 변화시켜 직간접적으로 그 믿음을 실제로 이루어지게 하는 예측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속담으로 ‘말이 씨가 된다’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듯 의사가 효과 없는 가짜 약 혹은 꾸며낸 치료법을 환자에게 처방했을 때,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와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 갈라테이아를 진심으로 사랑한 피그말리온의 마음에 감동한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줬다는,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가 자기 충족 예언의 일종이다. ‘만족시키는’, ‘즐겁게 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된 플라시보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은 아니지만 의약품의 치료효과를 평가하기 위하여 사용되며 실제로 수면제 약효의 절반은 ‘수면제를 먹었으니 잠이 잘 올거다’라는 심리적 안정감에 기인한다는 것이 실험으로 밝혀지기도 했고 지적 능력과 상관없이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학생들의 공부태도를 변하게 하고, 공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학업성취 결과가 좋아졌다는 피그말리온 효과 또는 로젠탈 효과(Rosental Effect)로 불리는 실험결과도 있었다.


진부한 이야기, 조건부 긍정

박상영 선수, 자기 충족 예언의 플라시보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와 같이 유명한 일화, 이론을 긍정의 이상적 사례로 들어보았고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 힐링(healing)이 되면 좋겠지만, 사실 ‘긍정적인 마음을 갖자’, ‘긍정의 힘’, ‘긍정…’과 같이 긍정콘텐츠만큼 진부한 구호도 없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이 무조건적으로 낙천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긍정이 아니다. 이를테면 확률의 도박에 인생을 걸 듯 그저 행운, 요행을 바라면서 무작정 ‘잘되겠지’라는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무한긍정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세상물정 모르는 나태함일 것이고 때로는 구성원 전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순진-악(純眞-惡)일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른바 ‘조건부’긍정이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냄으로 인해서 상황을 모면하거나 개선될 여지가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마음껏 화내고 짜증내자. 하지만 바뀌기 힘들거나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상황(이를테면 신체적 장애, 성별, 부모님의 재력 등)에 좌절하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긍정적인 생각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어떠한 과제나 도전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것을 평가받는 자리라면 우리의 노력을 믿자. 혹여 평가 이후,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우리의 노력을 헛수고라고 부정하지 말자. 최선을 다한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
한 참가자가 아이돌가수를 꿈꾸며 오디션프로그램에 나가고자 고음과 댄스를 최선을 다해 갈고 닦았는데 미션곡으로 서정적인 노래가 나와서 고음도 댄스도 보여주지 못하고 탈락하게 되었다면, 그간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것일까? 필자역시 본 글을 작성하면서 산악인, 페이스북, 대인관계를 포함한 상당한 분량의 긍정론에 대한 글을 작성했지만 본 글의 흐름과 다소 맞지 않아 공들여 작성한 내용을 통으로 삭제했다. 그럼 필자가 작성했던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 참가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돋보일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얻은 것이고 필자는 개인적인 지식습득 혹은 다른 주제의 글에 대한 세이브원고를 얻은 것이다. 박상영 선수는 훈련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고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연습,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실전에 임했다. 어차피해야 하는 것이‘라면’,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나 결과‘라면’, 최선을 다했다면, 긍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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