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그 문학적 아름다움에 감동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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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끝날 거 같지 않던 무더위도 어느새 절기의 마술에 밀려 찬바람에 한기를 느끼는 계절이 되었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2학기를 맞이한 학교와 학원가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서히 준비해 왔던 수능이 2학기에 들어서 카운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대입 수능을 앞둔 지금,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 등을 준비하며 수시를 노리는 학생들과 정시의 부담감을 안고 막바지 학업에 열정을 쏟는 학생들이 있다. 대입 정시를 결정한 학생들의 경우 이미 수능 대비를 위한 학습 전략이 판가름 난다. 특히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과목에서의 집중 전략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때쯤 되면 소위 말하는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과목의 선별이 이미 결정되어지기 때문에 선택된 과목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 속 주제를 파악, 문법과 비유법을 찾자

대입 수능에서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성적의 대부분은 이미 초등 고학년이나 중등 과정의 학습 성취도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서인지 10여 년 전에는 “평생 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책이 출간되기도 해서 화제였다. 지금까지도 학생들의 성적에 관한 많은 책들이 쏟아지는데 하나같이 조기에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들이다. 초등, 중등, 고등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은 영역별 단계별로 연계되어 있다. 선행된 과정에서의 학습 성취도에 따라 학생들은 상위 학교 교과목에서 이해의 경중이 갈린다. 중등, 고등 과정을 거치는 동안 교과목의 심화에 따라 ‘수포자(수학포기자)’, ‘영포자(영어포기자)’가 발생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고등 교과목 중 영어, 수학이 아닌 과목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 주요과목 중 하나인 ‘국어’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공부하는 일은 자연스럽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는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았어도 우리말을 구사하고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다. 이런 우리 언어로 쓰인 학문을 배우는데 뭐가 그리 어렵겠는가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학생들은 국어 교과에서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현재의 교육시스템 안에서 국어 교과목의 최종 목적지 역시도 대입 수능에서의 성적을 판가름하는 것이리라. 교과서에 실린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고 감동과 서사를 공유하는 수업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작품 속에 묻혀 있는 주제를 파악하고 문법과 비유법을 찾아야 한다. 교과목으로서 국어를 대하자니 우리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되었다. 그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국어 교과 정복하는 법을 강의하며 현재 실력 있는 국어전문 강사로 엄마들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 나고 있는 함경숙 강사를 만나 조언을 들어 본다.



“국어공부는 중학교 과정에서 이미 기본이 완성됩니다. 고등학교의 국어는 하나의 전공 과정과도 같습니다. 중학교에서 기본이 되지 않고 올라가면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 갈 수가 없지요. 고등 수업은 이미 기본이 되었다는 전제 하에 수업이 진행되니 진도를 나가는데도 바쁜 교수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세세한 어려운 용어 등의 설명이 어렵습니다. 우리말과 글로 진행되는 수업임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마치 외계어를 듣는 기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험을 보면 당연히 손도 못 대는 경우가 생기지요.” 라며 함 선생은 국어 교과목에서 마저 상실감을 느끼는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한다.


어린 시절 다양하고 풍부한 독서, 국어공부에 훌륭한 밑거름

이에 덧붙여 국어의 완전정복을 원한다면 중등 과정에서 최소한 국어 기본서와 문법서 한권씩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라는 어렵지 않으나 진짜 노하우가 되는 방법도 알려 주었다. 또한 아직 자녀가 어린 부모들의 경우에는 창작동화도 좋지만 우리 전래동화와 세계 전래동화를 많이 읽혀 주기를 권했다. 어린 시절의 다양하고 풍부한 독서야말로 국어공부에 훌륭한 밑거름이 된다고 함 선생은 역설한다. 한편, 자신이 수능을 대비한 강의를 주로 하는 전문 강사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어교육에 대한 일침과 체재에 순응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을 빠뜨리지 않았다. 현재의 우리나라 국어교육은 수많은 우리 문학 작품의 아름다움을 승화시키는 것이 아닌 파괴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신도 동참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에게 문학적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보다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강의하고 수능 대비 비법을 특강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서글픕니다. 우리 아이들과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읽고 되뇌며 그 아름다운 감동을 서로 이야기하고 나누는 일이 우리 국어교육의 참모습이길 바랍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그 작품을 마주하는 상황과 그 당시의 나이에 따라 우리의 감동은 달라지지요. 언젠가는 우리 국어 교육이 문법과 주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문학작품의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 삶도 풍요로울 수 있음을 알게 하는 때가 오리라 믿습니다.”라고 함 선생은 말한다. 그렇게 되면 수능전문강사인 자신의 직업이 위태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때가 된다면 자신은 오히려 행복하게 지금의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거라며 국어교육이 진보하길 바라는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같은 길을 가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그 길을 걷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종착지는 달라질 것이다. 오늘도 함 선생은 수능 대비 노하우를 열강하겠지만 그녀의 국어교육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학생들은 이미 알아차렸으리라 믿으며 그들에 의해 우리의 국어교육이 감동이 되는 그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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