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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문화생태계 DB
현대적 해석으로 천진한 원형미를 전하는 서예가 신철우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작품을 내놓는 것이 내 작업의 중심이 되어야'

신철우 서예가의 개인전 제목들만 봐도 그의 남다른 작가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소박한 원형미와의 조우’전에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과 그리고 ‘신동문을 생각하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고전, 문자의 향기’, ‘웅혼’, ‘칼 끝을 보다’ 등 이다. 그의 작품은 정형화된 서예작품에서 크게 벗어나 자신만의 작품방식을 찾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런 그는 현대의 도제식 서예 문화가 아닌 서예의 더 깊은 고전으로 들어가 체득된 미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뿐이라고 한다. 서예와 회화, 조각, 문학이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낯선 듯 새롭다.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그릇과 범종들이 나오기도 하고, 자연에 가까운 흙빛과 하늘빛이 먹빛에 어우러져 표현되기도 한다. 느낀 바에 솔직 하고자 하는 것뿐이라는 그의 작업에서 작가만의 창조의식이 발견된다. 그의 작품 속 흔적들은 인위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무심(無心)한 듯 천진한 아름다움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글씨든 그림이든 상관없이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문자예술 서예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또 그의 작품속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게 한 것도 오늘의 그를 있게한 창조적 변화일 수밖에 없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의 작품에는 누구나 읽었을 고전인 ‘호밀밭의 파수꾼’과 주옥 같은 산문들이 들어차 있다. 그의 개인전 “신동문을 생각하다”의 <침묵의 역사>란 작품에서는 그의 집안 아저씨인 신동문 시인의 시 ‘아! 신화같이 다비데群들’을 암각처럼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작품에는 범종의 웅장함과 오백나한 같기도 하고 역대 조사들 같기도 한 다양한 인물들을 작품에 끌어들여 한 편의 시에서 느낀 감상을 5m에 이르는 대작으로 발표하기도 하였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서예만이 아닌 문학과 역사, 미학, 철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공부한 흔적이다. 중국 곳곳에 머무르며 글씨를 공부하고 2001년에는 유학길에 올라 서안 서북대에서 서법과 전각을 공부한 까닭도 단단한 서예의 기반 위에 그만의 미학적 세계관을 펼치기 위함이며 대장정이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고려대학교에서 고대 문자학에 관한 논문으로 문학석사를 마쳤다. 또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육원에서 공부하며 배첩과 지류문화를 이해하고 다양한 작업방식을 가미하게 되었다. 서예의 기법은 노력과 스승으로부터의 사사를 통해서 만들어낼 수 있지만, 작품 안에 자신만의 기질로 창의적 작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작품이 가능했던 것이다.
작가의 고향은 청주문의 산골 마을이다. 작가가 회상하길 “제 어릴 적 고향은 산(山)과 하늘(天), 내(川) 그리고 밤엔 달(月)만 보며 지낸 첩첩산골 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대부분의 마을이 수몰되었고 대청댐에 청남대 대통령 별장이 지어지면서 버스가 들어오고 도로도 포장되었습니다. 어릴 적 고향 풍광은 달구지가 교통수단의 전부였고 무속신앙이 의료시설을 대신할 정도였습니다. 시인 고은 선생이 고향의 집안 어른인 신동문 시인의 모친상에 참석하여 쓴 ‘문의마을에 가서’란 시의 배경이 청원군 문의면 산덕리 제 고향이며 마을은 신(辛)씨 집안의 집성촌입니다. 어릴 적 고향의 향수는 지금도 가슴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촌스럽지만 자연스러운 삶의 정겨움이 남아있기에 지금의 작품을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도식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거나 조작된 이미지보다는 고약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천진한 표정들, 여러 사물들이 자연에 어우러져 제각기 자리하여 툭툭 놓아진 상태와 같은 편안한 아름다움 이런 것을 작품 속에서 추구하려고 했습니다.”





유년시절에 정서적 사유와 그에 따른 예술적 감성이 작품에 드러난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솔직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작품을 내놓는 것이 언제나 작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형화된 액자틀 안에서도 삶의 숨결이 느껴지고 주변의 공간과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작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작품전마다 비추고 있다.
“신철우 서예가의 작품에는 인간의 원초적인 삶과 본질의 순수함이 묻어 있다. 시원적 이미지를 지닌 그릇의 원시성과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예술인 서예를 절묘하게 교합시킨 신철우 서예가의 예술적 잠재력은 기성세대의 미의식에 충격과 변화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작업방식일 것”이라고 평가한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의 말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고전의 농후함이 짙게 녹아 있는 무심한 글씨’와 ‘시대에 호흡하며 현대의 미감이 묻어나는 작품’, ‘제대로 전달되어야 할 전통 복원개념으로서의 서예 유산’에 대한 꿈이 녹아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서울대규장각 등 유물복원 글씨 전문작가, kbs드라마 sbs다큐멘타리 등의 작품제작,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에 (2014, 2019), 정부미술은행(2017년) 에 소장될 매입 작가로 3차례나 선정되는 등 중앙에서도 명성을 떨치며 작품을 인정받고 있다.
“새기고 쓰며 그리기도 하고 칠하기도 하는 복합적 중층작업을 통하여 작가의 예술적 노동은 깊이와 양감을 배가시켰다. 더욱이 서예의 전통적 문자 이미지를 고유한 자신만의 조형으로 만들어 서예이면서 회화적인 이미지로 치환한 예술적 실루엣이 맛있다. 그럼으로써 글씨에는 잘 쓰는 글씨와 감동을 주는 글씨가 있는데, 우촌 신철우의 글씨는 동치(童痴)의 미(美)가 나타내는 감동을 주는 글씨로서 이것이 앞으로 그의 작업을 주목하는 요소인 것이다.”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예과 1회 졸업생의 자부심과 학창 시절 긍정적이면서 낙천적인 감성의 해맑은 심성의 소유자로 기억하는 스승 김양동 교수의 평대로 감동을 주는 작품을 추구하는 신철우 작가. 그는 오랜 기간 청주교육대학 미술교육과와 경기대 서예과에서 전공 강의를 하였고 문화기획 등 인문예술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서예학습으로 비롯된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한 경험으로 체득된 예술적 기질을 활용하여 그는 지역의 문화예술행정가와 기획자로도 영역을 확장하며 인정받고 있다. 본질로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롭게 나아갈 신철우 작가의 활약이 기대된다.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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