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음 세대 기록인
리을필름 감독 ‘김기성’
'이 시대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소재를 찾아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어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역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김기성 감독이라고 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대학 때 미디어아트를 전공했는데, 언제나 소재로 삼았던 것들이 다큐멘터리적인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시각 미술로만 이것을 표현하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영화라는 장르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워낙 영화를 좋아했고, 관심이 많아서 열심히 찾아보는 학생이었거든요. 사람들과 만나서 영화 얘기하는 것 좋아했고요. 그래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청주로 돌아와서는 우선은 영상 매체를 다루는 일부터 시작을 했어요. 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나, 작가 인터뷰 등을 촬영했는데 제가 아무래도 미술을 전공하다 보니 작가들이 작품을 어떤 방향으로 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인터뷰나 촬영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고요. 이런 과정들이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할 때 필요한 인터뷰 스킬이나, 스토리 구성 능력을 키우는데 훈련 아닌 훈련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제 나의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봉명주공’이라는 곳이 저의 관심과 흥미를 잡아끌게 된 거예요.




그럼 뭔가를 영상으로 담아서 기록해본다고 했을 때, 주제나 소재를 설정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주제를 정하는 건 제가 미술을 했을 때의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어요. 미술을 하면서도 지금 이 시대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소재를 발굴해서 이것이 현재에는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파악했었거든요. 그리고 이후 영화라는 매체로 바뀌었을 때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좀 찾아보는 과정들이 있었어요. ‘봉명주공’은 그 의미에 부합하는 것이었고요. 청주에서 1세대 아파트라 불렸던 아파트들은 거의 재개발된 경우가 많아요. 봉명주공은 그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건축 양식이었어요. 흔히 불란서주택이라고 부르는 이 단층짜리 아파트는 7, 80년대 서울에서 고급화된 라인으로 많이 보급되었어요. 아파트가 저평가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지금으로 치면 굉장히 프리미엄 라인이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프랑스에는 불란서주택이라는게 없거든요. 건설사에서 팔기 위해 가져다 붙인 거죠. 당시에는 스타킹 하나를 팔아도 불란서 같은 요소들을 붙여서 팔던 시절이었잖아요. 요즘도 물론 그런 부분들이 좀 남아있기는 하지만요. 여튼 이 불란서주택이라는 형태가 서울에서는 꽤 많이 지어졌고 중산층들이 대부분 분양받아서 살았다고 해요. 그런데 청주에는 아직 아파트 문화가 덜 확산되었을 때라 이 불란서주택이라는 것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분양 당시에도 좀 난감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 역변이 되어서 그 지점이 참 흥미롭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부분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기록의 큰 주제를 사라져 가는 것들로 잡으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래도 메시지에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단순히 사라진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발전되고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현상 전반을 파악하는 거죠. 예를 들면 봉명주공이 그냥 단순히 건물이 허물어져서 사라지는 것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아파트가 만들어 낸, 그 안에서 형성되어 왔던 문화나 분위기가 있거든요. 지금은 아파트에서 공동체 문화를 찾아볼 수 없지만, 봉명주공에는 동네를 주축으로 형성된 공동체 문화가 있었어요. 그런 것들도 사라져간다는 것이 주는 의미가 있어요.
많은 영상기록물을 남기신 입장에서, 그럼 다음 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민간기록을 남기는 사람의 관점으로서 과거의 기록들이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요. 그때는 기록이라고 하면 공공성을 가진 기록, 예를 들어 유물이나 왕조의 역사, 정부의 기록들만을 기록으로 생각했잖아요. 기록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는 좁았던 거죠. 그래서 옛날의 다양한 기록들이 생각보다 있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방송 같은 경우에도 디지털화가 되면서, 아날로그 자료를 다 폐기처분 했어요. 그걸 전부 다 디지털화시키지 못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KBS 같은 경우는 옛날 과거 자료, 방송 자료를 오히려 민간에서 수집해가기도 해요. 기록에 대한 가치 정립이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죠. 그 당시에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걸 좀 분명히 잘 기록하고, 정리해두는 작업이 중요해요. 전부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어요. 그것은 미래에 있는 세대, 다음 세대들이 판단하는 거죠. 물려준다고 해서 다 물려받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지금 우리 세대가 기록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이 되는 것일 테고요.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다음세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세대들은 본인들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그 기록들을 활용할 거예요. 그거면 된다고 생각해요.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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