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음 세대 기록인
영화감독 왕민철
'기록물 중 어떤 것을 남기고 걸러낼 것이냐의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영화 만드는 왕민철입니다.
'동물,원’ 영화 잘 봤습니다, 감독님. 청주에 있는 이 작은 동물원과 어떻게 인연이 되어서 영화 촬영까지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청주 대청호 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무성 영화 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연이 닿았어요. 외국의 고전 무성 영화와 현재 음악가들의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든요. ‘한 세기 전의 영화를 동시대의 음악과 함께, 라이브 연주로 즐기는 일렉트로닉·무성 영화의 밤’이라는 타이틀이었죠. 이 행사를 치르고 나니 관계자들이 다른 나라의 옛 영화 대신 청주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어요. 그래서 다음 해에 시계탑 오거리에 있는 옛 국정원 건물과 청주 동물원을 촬영하게 된 것이죠. 사실 당시에 청주 동물원이 독특한 옛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들어서 관람객으로서 스케치 촬영은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마침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일주일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본격적으로 찍으면서 30분짜리 단편이 나오게 된 거죠. 그 과정에서 장편으로 만들어도 충분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시작은 그렇게 된 거예요.





청주 동물원의 어떤 점이 특별하다고 느껴지셨을까요?
90년대에 세워진 동물원인데 그때의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지어지고 나서 한 번도 보수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죠. 동물원을 이전한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지자체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지 않는 이유도 있었고요. 그래서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옛날 방식의 동물사가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동물원을 많이 다니지 않아서 동물원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의문도 많았는데, 실제 촬영을 하면서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면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안에서 동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환경을 바꾸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었고요. 그 바뀌려는 과정의 시작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어요.




또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인 ‘봉명주공’도 프로듀싱으로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감독님과는 독일 유학을 함께한 동료였다고요. 영화 프로듀서로서 참여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가장 아쉬웠던 점이 봉명 주공아파트가 허물어지는 과정은 저희가 지켜볼 수 있었는데, 세워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은 많이 수집하지 못했다는 것이에요. 여러 기관을 찾아가 보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게 일반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가 없는 기록이더라고요. 분명히 공사 기록이나 사진 기록이 있을 텐데 이 기록이 행정집단 안에서는 공유가 되어도 시민들이 보려고 하면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요. 기록관이라는 것은 도서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연 접근성이 좋지 않은 기록이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문화예술에서도 기록의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다양한 기록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은 미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이 특히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록이라면 더더욱이요. 그래서 결국 봉명주공이 세워졌을 당시의 이야기는 인터뷰로 대체가 되었어요. 인터뷰의 내용도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기록이 수반되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마지막으로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에 무엇인가에 대해 해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사실 기록물로서 바라보는 이 작업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는 당대보다는 더 후대에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겨지고 있지만, 그것이 다음세대에 유의미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금은 이루어질 수가 없으니까요. 요즘 유튜브에서 ‘90년대 서울 사람 말투’라는 키워드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90년대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기록물이에요. 뉴스에서 나왔을 수도 있고, TV 프로그램에 나왔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그 영상을 보면 20여 년 전의 가까운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말투가 지금과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당시에 그것을 찍은 사람들이 후대의 사람들이 이 기록물을 이렇게 이해할 거라 생각하고 만들었을까요?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느 시대, 누구냐에 따라 기록물이 가지는 의미가 다른 만큼 사실 어떤 기록이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이냐는 ‘다음 세대’가 더 잘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렇기에 현재의 수많은 기록물 중에서 어떤 것은 남기고, 어떤 것은 걸러낼 것이냐의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거기에 우리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겠죠. 그리고 마지막은 기록물들을 ‘다음세대’들이 잘 즐길 수 있도록 보관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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