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음 세대 기록인
지역환경운동가 ‘염우’
'환경문제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역환경운동가 염우입니다.
특별히 정의롭고 선한 누군가만이 환경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아직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환경운동에 발을 들이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환경공학과를 전공했어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학생 운동이 한참이었던 시절이라 학과 공부보다는 학생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죠. 그래서 졸업하는데 꼬박 10년이 걸렸어요. 졸업할 무렵에 마침 우리 지역에 청주환경운동연합이 처음 만들어졌고 초기부터 상근활동가로 일을 하게 되었지요. (약간의 웃음을 섞어서) 그러니 저는 누구보다도 전공을 잘 찾아갔다고 말합니다. ‘환경’과 ‘운동’이 적절하게 매치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일을 시작하게 된 더 중요한 이유는 환경문제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지역환경운동가 염우


90년대는 지역적으로 환경문제가 많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었어요. 1995년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고 직선제를 통해 단체장이 선출되니 여기저기서 주민들의 민원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죠. 그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민원이 바로 환경 관련 이슈들이었어요. 우리가 그동안 집중해왔던 경제성장, 민주화, 노동권, 사회복지 같은 사회문제들은 결국 같은 사람들 간의 관계에 관한 문제였었죠.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환경문제들은 그 중요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발현되었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 등 녹색전환의 필요성과 중요도가 국민의 인식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최근 3년이에요. 제가 환경운동에 몸담은 지 올해로 27년째인데, 오래 걸렸지만 정말 중요한 일을 잘 택해서 끌고 왔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범지구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라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누구나 직업적인 고단함은 있었겠지만 ‘환경운동가’라는 직업을 거의 30년 동안 유지한다는 것에는 상상하지 못할 훨씬 큰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길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포기하고 싶거나 후회되는 순간은 없으셨나요?
환경운동 자체에는 전혀 후회나 아쉬움이 없었지만 전업적 환경운동가를 선택한 것만큼은 회의감이 들 때가 있었어요. 환경운동을 직업으로 선택해서 급여의 불안정을 겪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아주 힘든 부분이었으니까요. 오히려 전문직종에 종사하면서 환경운동을 했다면 좀더 수월하고 모양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었다면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경제적으로 더 넉넉하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았을 테니까요. 그런 부분들에 대해 아쉬움은 분명히 있죠.
하지만 그래도 제가 전업적 환경운동을 한 건 잘한 일이에요. 그랬기 때문에 이루어낸 것들이 분명히 있었어요. 지역에서 환경단체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조직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는데 제가 이 부분을 담당하면서 지역의 환경운동 발전에 일조했다고 생각해요. 자만일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었고 이제는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죠.


그렇다면 ‘환경운동가’로서의 선생님의 개인적인 활동 기록은 어떻게 남기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신문에 연재되는 칼럼을 쓰고 있어요. 그때마다 환경의 중요한 화두는 무엇인지를 풀어나가는데 이 역시도 굉장히 중요한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기록의 시대성이 잘 반영되기도 하고 저는 한번 연재를 시작하면 보통 2년에서 3년간 50회 이상 이어가니까 연속성도 있죠. 그러니 지역에서 일어나는 웬만한 이야기는 다 담기더라고요. 현재는 중부매일신문에 ‘세상의 눈 칼럼’과 굿모닝 충청에 ‘염우의 환경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연재를 이어가고 있어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에피소드를 싣고 싶기는 한데 공식적으로 실리는 매체이다 보니 어느 정도 정제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고, 실제 인물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계셔서 그 이야기를 싣는 것도 상당히 조심스럽죠. 실제로 어떤 갈등과정이 있었고 협상테이블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나와 어떻게 합의가 되었는지 세세한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거든요. 이처럼 보다 적극적인 지역 환경운동의 기억들을 남겨야 하는 필요도 있어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후대의 환경운동가에게도 정말 필요한 기록이 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 질문으로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인가요?
저는 강연을 종종 나가는데, 그때마다 처음을 여는 이야기가 있어요. ‘Life is C between B and D.’ 사르트르의 말에서 시작된 문장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B’는 탄생(birth)이고 ‘D’는 죽음(death), ‘C’는 선택(choice)이에요. 삶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라는 의미를 이야기하는 구절이에요. 그런데 인류 역사상 동시대에 사는 모든 사람이 어떤 선택을 같이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요? 저는 어쩌면 기후위기가 턱밑까지 온 지금, 처음으로 그 공동의 선택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탄소중립과 녹색전환은 지구촌 시민 전체가 동의하고 합류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것이니까요. 그리고 역사적으로는 자라는 세대와 어른 세대가 같은 기억과 기록을 처음으로 함께 만드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미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첫번째 선택의 시점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선택의 결과에 따라 마지막 기록이 되거나 새로운 기록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모든 세대가 이 위기를 함께 잘 헤쳐나간다면 결국 지구와 인류를 살리는 멋진 기록으로 남겠죠.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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