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음 세대 기록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학예사 김은주
'현재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으로 생성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학예사 김은주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예술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미술 전시 분야 역시도 영상으로 기획되고 기록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MMCA 유튜브 채널에서도 온라인 전시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는 것 같은데요.
네, 맞아요. 홍보팀에서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애쓰고 있어요. 이를 통해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그래도 전시에서는 기록이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죠. 전시 자체가 작품을 소개하고 또 그 작품을 보는 관객들과의 피드백을 유도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에요. 게다가 작품이 그 자체로 가지는 아우라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매체가 과연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그렇기에 전시는 그 현장에 있는 관람객들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크다고 할 수 있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학예사 ‘김은주’


전시의 현장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기록 매체에 한계성이 존재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하나의 전시가 끝날 때 보통 어떤 기록들이 남게 되나요?

‘전시 기록’이라고 할 때는 보통 전시를 기획한 의도와 작품이 평면 사진으로 담기는 도록, 몇 명의 관객이 유입되었는가 하는 등의 수치적인 데이터들 정도가 포함돼요. 또한 언론의 반응도 매우 중요하게 기록되고 관람 중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민원들도 기록해서 추후 개선사항으로 공유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종종 전시실에 내려가서 직접 관람객의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요. 요즘 들어 조금 새로운 점은 관객들의 피드백을 단순히 현장에서만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SNS나 블로그 등의 온라인상에서도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앞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요즘은 직접 학예사가 전시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영상도 꾸준히 온라인상에 아카이빙 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기록이라 생각해요.
인터뷰하는 현재, 기획하신 2개의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과 ‘나너의 기억’ 이렇게 2개의 전시를 기획했어요. 그중에서도 이건희컬렉션이 대중들 사이에서는 정말 많은 호응을 얻고 있어 전시 기간이 연장되었고요.




두 전시 모두 현재의 우리와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자산으로서 많은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각각의 전시를 어떻게 기획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이건희컬렉션’은 미술사적으로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집니다. 20세기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죠. 한 자본가가 평생을 바쳐 이 작품들을 수집하였고 훌륭한 수준으로 보존하여 국고로 환수되었다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관리 체제 안에서 후대에까지 안전하게 전해진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건희컬렉션이 현재는 물론 다음세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 ‘나너의 기억’은 보다 현재의 우리에게 초점을 맞췄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이라는 주제가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요 키워드였어요. 보통 1년마다 주제 기획전을 한 개씩 선보이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기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전시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과거를 기반으로 하되 현재의 우리는 그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어떤 부분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해봤어요.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기억은 과거의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현재로서 또 새롭게 생성되는 기억이었던 셈이에요. 하지만 사회 안에서 생각하면 그 기억이 또 온전히 나만의 기억이 되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우리는 기억의 주체로서 현재 사회를 살고 있지만 타인들과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도 기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기억은 어쩔 수 없이 남이 들려주는 이야기나 대화, 경험 중에서 편집되는 것인데 그 기억의 생성은 비단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나와 너의 기억이 혼재되거나 중첩되어 생성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와 너를 개별적인 존재로 보기보다는 합쳐진 어떤 하나의 존재로 표현하고 싶어서 중간 조사를 빼고 ‘나너의 기억’으로 전시 제목을 정했어요.
이렇게 우리가 현재의 기억을 표현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후대에는 또 기억을 구성하기 위한 단초로 쓰일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생성하고 있는 기억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생성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이 전시 역시도 현재는 물론 다음세대와 미래를 위한 포인트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이 어느 정도 존재해서인지 이번 전시도 ‘기억’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어려워하는 관람객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현대미술은 A라는 문제에 A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 생각의 폭을 확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장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는 것도 현대미술을 즐기는 관람객의 권리라고 할 수 있죠. 아마 어렵다는 것은 무언가 완벽하게 이해하고 답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 거예요. 물론 작가나 기획자가 의도하는 바는 분명히 있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분들의 방향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저희의 생각은 하나의 제안일 뿐이죠.
그러면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학예사님이 생각하시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인가요?
굉장히 광범위한 질문이라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아카이빙된 자료들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어요. 저희는 아카이빙팀이 따로 있어서 전시를 하면 전시 자료들을 다 아카이빙해요. 그래서 전시를 기획할 때 그 작가의 예전 작품이나 전시 자료를 아카이빙 센터에 의뢰해서 찾아보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다 아카이빙 되지는 못하고 있어요. 이는 작가 개인이 기록하는 게 어려우신 경우도 있고 그 당시 작품이 효과적으로 기록될 수 있는 매체를 찾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기관과 협업하여 아카이빙한다면 작가로서 개인으로서도 기회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해요. 또한 미술사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하니까요. 원로 혹은 거장의 전시를 기획할 때 그들이 과거에 했던 전시나 작품들의 정보는 전시의 맥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료예요. 그리고 후대에는 이 모든 것들이 연구의 데이터베이스가 되는 것이고요. 예술의 영역에서는 기록 자체가 중요한 자료이자 영감의 촉매가 되기도 해서 조금 더 다양한 매체로 진화되어 아카이빙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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