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음 세대 기록인
다큐멘터리영화 감독 ‘문창현’
'영상은 ‘공간성과 시간성’을 동시에 전달해줄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만드는 문창현입니다.
2011년에 오지필름이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에 몸담으신 지 1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본래 처음 꿈은 무엇이셨나요?
원래 저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어요. 영화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작은 시골 마을의 아이였죠. 꿈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거창하지만 막연한 목표쯤으로 생각한 게 방송국에 입사하는 것이었어요. 그곳에서 내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하나 제작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겠다는 마음은 사실 없었어요.

다큐멘터리영화 감독 ‘문창현’


그럼 어떤 계기로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진입하게 되셨나요?
대학 때 영화를 만드는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방송이나 영화나 어차피 같은 영상이고, 결론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라도 괜찮다는 마음이었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영화를 접한 거예요.
사실 대학 4년 동안 평생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크게 없었어요. 저는 ‘뭐든 하겠지!’ 하는 생각이 컸었거든요. 졸업하고 나서야 제가 뭘 재밌어하고, 잘 하는지는 들여다보게 되었고, 영화라는 장르를 좀 더 본격적으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에 있는 영화제를 다 경험해보기로 결심했죠. 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했었어요. 그때 독립영화라는 장르를 알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상업 영화보다 더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목표로 한 1년을 다 채워갈 즈음, ‘이제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다시 고민을 해봤어요. 그런데 영화여도 괜찮겠더라고요. 공교롭게도 그때가 박배일 감독이 서울독립영화제에 ‘잔인한 계절’이라는 영화를 발표할 시점이었는데, 다음 작품에 조연출이 공석이 되었다며 저에게 그 자리를 제안하더라고요. 동시에 본인이 단체를 하나 만들고 싶은데 이름은 ‘오지필름’이고 이 역시도 함께하자고 했어요. 딱 3일 고민하고 짐 싸서 부산으로 내려왔어요. 그게 바로 영화를 하는 삶의 시작이었죠.
상업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영화에 더 많은 매력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호흡하는 영화를 만들어내셨고요. 참여와 연대를 아우르는 예술 활동이었는데, 평소에도 사회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셨나요?
학생 때의 저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주요 고민이었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제 고민의 범주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오지필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저에게는 모든 것들이 학습이었어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영화를 만들면서 알게 되었고, 연대를 통해서 사회를 구성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모르는 게 너무 많았는데 영화는 만들어야 해서 처음에는 정말 많은 혼란을 겪기도 했어요.




그렇게 활동하시다가 2018년 감독으로서 ‘기프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세상에 내보이셨어요.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찌 되었든 결론적으로 물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어요. 완전히 없어져 어느 누군가는 이곳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르게 되는 그 사실이 못 견디게 슬펐어요. 이곳에 가족과 저의 추억이 있는데, 우리가 쌓아 올린 역사가 손 쓸 수 없이 사라지게 되니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이 문제의 당사자가 되었던 거예요. 그리고 저는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이곳을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죠. 그렇게 시작한 작업이 6년이 걸렸어요. 영화의 처음은 제가 주민들을 설득하고 괴롭혀서 시작했지만, 중반에는 그분들이 저에게 기록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확인시켜주시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기록되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고, 그게 바로 일종의 사명감이었던 것 같아요.
잠재적인 관객인 시민들이 사회적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 보다 냉철하게 표현하자면 말씀하셨던 ‘외면’하는 것이겠죠. 외면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 나름의 기준으로는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지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다루는 내용이 지금 나와 관련된 것인가를 먼저 판단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지필름 안에서 만들었던 모든 이야기는 결론적으로 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기록되어야 하고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저의 문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살고 있는 공간 혹은 옆 동네에서 이런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건 가깝든 멀든 저와 일정 부분 연결이 되어있거든요. ‘밀양아리랑’의 이야기에서 우리도 결국은 그 전기를 같이 쓰는 처지에서 관련이 없다 할 수 없고, ‘깨어난 침묵’은 제가 사는 동네인 부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였고, ‘기프실’은 제가 문제의 당사자가 되어있던 경우였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안들을 절대 외면할 수 없어요. 당장 대중과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야기 되어야 하죠. 저의 문제이니까요.




마지막으로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인가요?
‘기프실’ 작업을 하면서 지금은 사라진 공간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저에게는 뿌듯한 지점이었어요. 이처럼 제가 앞으로 하는 작업이 그 공간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바로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진과 글도 아주 좋은 기록의 매체이지만 영상은 ‘공간성과 시간성’을 동시에 전달해줄 수 있는 힘이 있잖아요. 우리는 영상을 통해서 70년대의 공간을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할 수 있어요. 공간을 경험하는 힘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자극을 불러일으키니까요. 그렇기에 사라지는 ‘공간’을 기록하는 저의 작업 역시 단순히 사라지기에 기록하는 명제를 뛰어넘어 다음세대에게 멋진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기록으로서 더욱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요.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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