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음 세대 기록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록연구사 ‘조병근’
'우리 스스로가 기록의 지킴이 역할과 전달자 역할을 모두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록연구사 조병근입니다.
기록연구사가 되기 이전에도 기록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나요? 어떤 계기로 이 직업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에서 사학과를 전공했어요. 그중에서도 일제 강점기와 근현대역사에 특히 많은 관심이 있었죠.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사료가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럴 바에는 ‘내가 해보자’라는 그 마음이 아마 첫 시작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최근 들어 ‘아카이브’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면서 기록 관련한 직업들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저 자신도 이 직업이 밥 벌어 먹고살기에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니까요. 기록연구사가 하는 일은 기록 간의 맥락과 관계를 파악해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인데, 할수록 재미있는 부분들도 많이 있지만 어려운 부분들도 있어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록연구사 ‘조병근’


현재 몸담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민주화 관련 기록 관리 이외에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001년 설립되었고, 2007년 행안부 산하의 조직으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는 곳이에요. 공공기관이지만 민주화와 관련한 민간기록을 수집하고 있죠. 또한 저희 연구소가 따로 있어서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 관련 조사 연구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이와 관련한 교육사업인 민주시민 교육이나 관련 포럼 등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요. 그리고 국가폭력, 고문의 산실이었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새로이 조성하여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완공되면 많이 찾아주시길 부탁드려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민간기록을 수집, 보존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공공기록과는 달리 민간기록은 어떤 기준으로 수집하고 보존할지, 그 기준이 명확하진 않다고 판단됩니다. 이에 대해 연구사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민간기록은 아마 어떤 기관이냐에 따라 그 기준이 다 다를 거예요. 어떤 한 개인의 기록을 수집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 냈던 전기요금 청구서나 쓰던 펜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수집 대상이 되겠죠. 하지만 저희는 ‘민주화운동’이라는 명확한 주제가 있으므로 앞서 말한 기록물들이 민주화운동과 관련이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유명한 민주화운동 열사가 냈던 전기세가 민주화운동의 전개와 확산 측면에서 유의미하다면 그것은 저희 기관의 기록물로 인정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단순한 개인 기록물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민간기록이 가치가 있고 없고는 그것을 수집하는 기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요. 공공기록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죠.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지점으로 인한 혼선도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아무래도 그 경계선에 있는 기록들로 인한 혼선은 있어요. 민간기록에서는 기록의 4대 속성 중 진본성, 신뢰성, 무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 어려운 측면들이 있거든요. 그 이유는 공공기록은 생산 시점부터 시스템에 입력되고 관리되기 때문에 진본성이 확보되었고, 업무 과정 중에 생산되었기에 신뢰성 또한 확보돼요. 또한 업무 과정이 기록 관리 시스템에 저장되고 문서생산 시스템에서 보존하기 때문에 무결성까지 확보할 수 있죠. 그러나 민간기록은 기관에 넘어오기 전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이게 혹시 조작되었는지 아니면 다른 맥락으로 생산된 기록인데 저희가 전달을 잘못 받은 건지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희는 동일 사건 기록이라고 해도 다양한 기증자로부터 3건까지는 수집, 보존하고 있어요. 후대에 전승했을 때 같은 생산자에게서 같은 기록이 한 건밖에 없다는 것은 나중에 조작 가능성의 의문이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연구사님께서 생각하시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다음세대의 주축이 될 기록 혹은 다음세대를 위해 남겨야 하는 기록까지를 모두 포괄하여 생각한다면 저는 ‘서비스’에 방점을 두고 싶어요.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하지만 서비스에서 벗어난 기록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비밀기록이에요. 비밀기록은 보통 30년이라는 만료 기간을 가지게 돼요. 그렇다면 관리자들은 보통 28년이 지난 시점부터 과연 이 기록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 즉 어떻게 서비스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고요. 30년이 지났다는 것은 한세대를 넘겼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동일 세대에 이 기록을 공개했을 때 기록가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방어해주는 최소한의 조건이 되는 셈이에요. 그렇기에 기록가들은 공개 시점은 지금이 꼭 아니어도 되니 필요하다면 그 기록은 우선 수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기록 중, 이제 30년이 임박한 비밀기록 건에 대해서는 서비스 지점을 논의할 때가 온 것이죠. 만약 이 문제에 우리가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기록학의 확장을 막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해요. 물론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 사회적인 파장과 기관의 입장 등 여러 우려 점이 있겠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오픈된 기록을 바탕으로 또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에 더욱 집중했으면 해요. 그것이 바로 기록이 서비스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테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그 구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고 다음세대를 위해서 더 많이 논의되고 실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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