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음 세대 기록인
청주 기록활동가 ‘조아라’
'평범하지만 소외된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그녀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의미있다 생각해요'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책을 만들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는 조아라입니다.
기자를 하셨던 이력이 있어요. 꽤 힘든 직업으로 알고 있는데요.
맞아요. 정말 힘든 직업이죠. 얼마 전에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급문집을 봤는데 제 장래 희망이 기자로 되어있더라고요. 가장 처음 이 직업을 왜 하고 싶었는지 그 마음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래전부터 기자라는 직업을 동경해왔더라고요. 주변에서 뵌 기자분들도 다 멋있었고요. 그래서 입사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스물여섯 살에 처음 시작했는데, 10년 조금 넘게 근무했었어요.

청주 기록활동가 ‘조아라’


10년이면 다양한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셨겠네요.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처음 소속된 곳이 문화부였어요. 지역의 다양한 예술인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죠. 관객의 입장에서만 뵙던 분들을 대면하는 자리라 많이 떨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사전 조사도 꽤 철저히 했어요. 만약 공연하시는 분이면 서울이건, 대전이건 쫓아다니면서 미리 공연을 보고 오기도 했고요. 제가 문화부에서는 3년만 하고 다른 부서로 옮겼는데, 아직도 저를 기억해주시는 예술인분들을 종종 뵈어요. 그때의 열정을 기억해주시는 거겠죠.
요즘은 언론매체가 지면에서 온라인으로 거의 넘어갔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근무하셨을 당시가 이 두 채널의 과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요. 어떠셨어요?
네, 맞아요. 그래서 지금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가 당시에 온라인으로 기재되었던 기사들이 사이트가 통폐합되는 과정에서 보존되지 않고 그대로 사라진 거예요. 그 과도기에 있었으니 시스템을 몇 번씩 뒤엎고 다시 구축했어요. 물론 신문사에 종이 신문은 그대로 남아있기는 해요. 큰 신문을 달마다 묶어서 양장본처럼 보관하고,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책처럼 보관하기도 해요. 다만 그곳을 가서 열람해야만 제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아쉬워요. 입사 초기에 열정적으로 스크랩한 것이 일부 있기는 한데, 중간에 작성한 기사들은 지금 빠르게 찾아볼 수 없어서 속상하죠.
나름 기록을 하는 직업이었는데요, 본인의 기록은 잘 보관하기 힘드셨군요.
너무 일상에 쫓겼어요. 생각하면 이런 작업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나 내 기록을 남기는 것은 더욱 그렇죠. 기록인 인터뷰를 하신다고 해서 취재 수첩 같은 것도 한번 찾아봤는데. 하나도 안 남았더라고요. 그때는 이 수첩도 내 기록이 될 것이란 생각을 못 했죠. 지금 한다면 잘 남겨두었을 것 같거든요.
다사다난했던 기자 생활을 마치시고, 활동가로서 구술 기록을 참여하시게 된 계기는 뭐였어요?
제가 2017년 5월에 기자를 그만뒀어요. 육아도 번아웃도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때 충북 여성재단에서 ‘여성 기록 전문가 – 기초과정’을 진행하셔서 신청했어요. 강사진도 좋았고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주 출입했던 기관이어서 소식도 빠르게 접했고요. 일은 그만두었지만 오전에는 생활루틴도 잡을 겸 해서 교육들을 많이 들으려고 했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강의였는데 구술사 과정에 대한 강의가 만족스러웠어요. 2018년에는 심화반을 개설해서 직접 책을 만드는 활동까지 이어진 것이 정말 좋았어요. 그때 나온 책이 바로 ‘충북여성생애구술사-전통시장에 얽힌 충북여성의 삶, 육거리 시장으로 흐르다’였어요. 워낙 소량으로 인쇄해서 저도 딱 한 권 가지고 있는데 충북여성재단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어요.




같이 교육받고 활동하시는 단체 이름이‘허스토리’라고 알고 있어요. 어떤 분들이 함께하고 계세요?
모든 분들이 저와 같은 교육을 들으신 건 아니고, 책을 만들 때마다 가능한 구성원들끼리 조직되어서 움직여요. 처음에 육거리 할 때는 열 분 정도 인터뷰했던 것 같아요. 화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분들 등 여러 각계 계층에 계신 분들이 참여하세요. 그중에 글을 전업으로 했던 사람은 저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평소의 업이 글하고 별로 상관이 없는 분들이 모여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거죠. 구술기록이 엄청 높은 수준의 글쓰기를 요구하지 않는 장르라 가능했던 부분이었어요. 잘 듣고, 잘 풀어서 정리하면 되는데, 이 정리하는 부분에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제가 도와드리기도 했어요.
여성의 기록을 담아낸다는 측면에서도 특이점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저희가 물론 다른 주제에서는 남성분들도 인터뷰하지만 ‘허스토리’라는 저희 단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의 기록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런 의지를 담은 단체명이기도 하고요. ‘히스토리’라는 굴레 안에서 ‘허스토리’가 담겨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어요. 당장 아이들한테 생각나는 위인을 말해보라고 하면 세종대왕, 이순신, 장영실 등 거의 남성 위주의 인물들이에요. 여성 인물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요. 그래도 굳이 여성 인물을 물어보면 나오는 사람들은 뻔해요. 유관순, 신사임당 그리고 깊이 가면 허난설헌 정도죠. 여성 인물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요. 사회적으로 주가 되는 인물도, 이를 기록하는 사람들도 남성이 많았어요. 남성 위주로 쓰인 역사에서 여성 인물을 발굴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후대에 있는 사람들은 남겨진 기록물로 그 당시를 평가해요. 여성이어서 사회적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나서시지 못했지만 훌륭한 분들이 사회 곳곳에 많이 있어요. 저희가 그런 기록을 남긴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록하고자 하는 주제와 대상이 ‘여성’으로 되어있으시잖아요. 앞으로 기록 활동을 하시면서 더욱 초점을 맞추는 대상이 있으실까요?
예전부터 소외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어요. 그래서 신문사에 있을 때도 미혼모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요. 한 부모, 성폭력 생존자 등등의 이야기는 기록되어 사회에 주는 가치가 크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인터뷰하기 어려운 주제잖아요. 그래서 발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고, 소외된 분들이 어떻게 본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이에요. 신문사에 있을 때는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고, 지위를 가진 분들의 인터뷰가 많았어요. 그래서 가려져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들어볼 기회나 창구가 없어요. 더구나 아직도 이 사회는 남성주의적인 부분들이 많이 존재해서, 여성사의 기록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죠.
기록 활동을 하시면서 많은 것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다음세대를 위한 기록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앞서 말한 것처럼 누구나 기록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글쓰기는 사실 특별한 스킬을 필요로 하지 않거든요. 시나 소설처럼 은유의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누군가의 글과 비교되는 것도 아니고요. 저도 예전에는 글을 쓰면서 다른 작가분들과 비교하면서 주눅 들어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인터뷰 글을 쓰면서 문장을 멋들어지게 써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게 되었어요. 그분들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중요한 거니까요. 저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글쓰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기록들이 점차 많아져서 그게 사회적으로 가치를 부여받았으면 좋겠어요.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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