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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하게 흐르는 옥천 자치 문화의 힘

2022-05-02

문화 문화놀이터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유구하게 흐르는 옥천 자치 문화의 힘
'어설퍼도, 엉성해도 있는 자원 활용해 우리 힘으로'


안남면 작은음악회에서부터 청소년 자립카페, 식당까지
    2002년 안남면 주민들은 첫 면 축제를 계획하면서 평소 대화를 많이 해왔던 옥천 민예총을 초대해 같이 기획을 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안남면민과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의 발판이 되었다. 스스로를 '대상화'하거나 어렵다고 '외주화'하지 않는 것, 이것은 그 이후로 옥천군 내에 꾸준하게 흐르는 문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학교 운동회마저 레크리에이션 업체에 맡겨서 그들이 마이크 들고 이야기하는 대로 따라 하다가 끝나는 그런 시나리오에 익숙해져 있지만, 밑바닥으로 유유히 흐르는 옥천 문화 정신은 그런 게 아니었다. '어설퍼도', '엉성해도' 없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서 지향을 갖고 우리가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주 중요하다. 뭔가 처음부터 기갈나게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막대한 돈이 소요될뿐더러 반짝이는 즐거움을 줄지는 몰라도 우리 것으로 축적되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의 힘, 이것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했다.



    안남면 작은음악회는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인 옥천 민예총이 첫해 판을 깔아주자, 그것을 바로 딛고 그 이듬해부터 주민들이 직접 행사를 기획하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마침 그 해에 안남어머니학교가 신설되면서 할머니들이라는 새로운 자원이 발굴됐고 기존 학교의 학예회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안남초 학생들이 결합을 했다. 생활 밀착으로 일상을 같이 살아냈던 사람들은 기획을 절로 하였다. 무대와 객석이 따로 구분되지 않았고 '너'와 '나'가 바로 우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지역에는 민예총과 예총 등 중앙 단위의 지역 예술 조직들이 토착화되어 여전히 지역의 축을 받치며 건재하고 있고 지역 문화원도 지용제를 기점으로 하며 지역 문화예술단체를 규합하는 거점이 되고 있다. 특히 옥천민예총은 서울에서 복제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청마장승깎기, 동학농민 영령을 달래는 진혼굿, 차없는 거리 축제 등 지역에 밀착된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획하며 지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고 옥주문화동호회의 허수아비 축제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허수아비를 만드는 등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문화의 씨줄날줄을 만들어가고 있다. 



    관에서 하는 축제들은 대부분 아직도 유명 가수를 부르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집객에 대한 강박은 많은 돈을 쓰고 방송사와 아이돌 연예인이나 트롯 가수들을 패키지로 부르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지역 문화를 키워낼 수 있는 방식과 지향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사실 맞부딪침은 언제 어느 곳에나 있다. 어느 정도 작품 수준이 담보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욕구와 그래도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이 중요하다는 의식은 사실 상충되기도 하지만,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상호 보완이 되려면 어느 정도 지역 문화예술 기반이 탄탄해야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토대가 약한 상황에서 서울, 도시 중심의 문화예술을 자꾸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예속당하기 십상이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다행히도 옥천에서는 여러 자생적인 문화예술이 조금씩 뿌리내리고 새싹을 틔우고 있다. 이는 옥천평생학습원의 두드림강좌도 한몫한다. 5명 이상의 수강생이 모이면 언제든 강사를 부를 수 있고 강사비를 지원받는 이 시스템은 문화예술을 포괄하는 다양한 동아리 문화를 잉태했다. 대전 대덕구의 배달강좌를 벤치마킹해 시작된 이 평생학습 강좌 시스템은 생활문화예술이 자리 잡는데 큰 공을 세웠다. 주민들이 열심히 수강해 자격증을 따거나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다시 강사로 등록하여 후학을 기르는 이런 선순환 시스템을 조금씩 만드는 것이다. 관의 이런 제도적 바탕 아래 스스로의 문화를 일궈가려는 자치 문화의 혁신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청소년 여행팀

    사회적기업 고래실과 징검다리 학교가 같이 만드는 청소년 자립학교도 이런 흐름의 일환이다. 카페와 식당, 춤과 여행, 춤을 제외하고 어쩌면 문화예술과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사실 새로운 문화의 형태이다. 어떤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를 조직화하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광범위한 의미의 또 다른 커뮤니티 아트이다.
    이들은 옥천의 자치 정신의 흐름에 올라탔다. 청소년을 대상화하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스스로 물어 결정하게 하고 강좌를 신설했으며 문화 활동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카페와 식당을 스스럼없이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했다. 사회적기업 고래실이 운영하는 카페 둠벙과, 역시 또 하나의 사회적기업 옥이네 밥상이 운영하는 식당은 주말 하루 동안 주인이 지역 청소년으로 바뀐다. 이는 노동과 결합하여 직접 꿈꾸던 새로운 일을 직접 경험하면서 보수도 받아 가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내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 '학생이니까 공부만 해' 이런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치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반응은 자못 폭발적이다. 청소년을 미래로 항상 유예하지 않고 바로 지금 이곳에서 주인의식을 불어넣어 주니 넘치는 창의성과 자율성은 절로 구현된다. 메뉴 구성부터 직접 제조하는 일부터 손님 응대까지 나름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이다. 투표권이 없다고, 성인이 안 되었다고 없는 사람 취급하는 저열한 문화에서 이들에게 새로운 시민권을 부여하는 일과 다름없는 것이다. 
 
청소년 여행팀

    여행 자체도 꼭 보호자랑 동반해야 한다. 보호자가 짜주는 프로그램에 딸려 가는 것에 익숙한데 스스로 여행 코스를 짜본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그리고 청소년 기자들이 직접 신문을 만들기도 한다. 옥수수라는 매체를 곧 창간하는 데 이는 아마도 전국에서 최초나 다름없는 매주 나오는 청소년 주간지로 등극할 듯싶다. 청소년이 매주 모여서 기사를 쓰고 그에 응당하는 원고료를 지급받는다. 이는 참여 소득이나 진배없다. 사회적 글쓰기를 하면서 지역의 시민권을 획득하고 이로 인해 소득을 올린다는 발상은 얼마나 새로운가. 
    어찌 보면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결대로 목소리를 내는 방식을 일러주는 것과 다름없다. 생각과 의식, 마음이 지역이란 공간 안에서 맞부딪치며 잉태하는 것들은 수준이 낮고 높고를 평가하기 전에 그 자체로 소중하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역에 하드 인프라인 미술관과 박물관 하나 없으며 버스킹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변변찮은 광장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군 단위에는 문화예술회관, 영화관, 생활체육관, 도서관 등 모든 문화예술체육 시설들이 읍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문화예술 측면에서도 활용할 인프라가 많지 않다.
    비단 하드웨어 인프라뿐이겠는가. 문화예술 프로그램 인프라도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열악함 속에서도 뿌리가 내리고 꽃은 핀다. 매주 발행하는 옥천신문과 다양한 생활정보를 전하는 오크지, 그리고 옥천의 문화를 매주 발굴해 풍요롭게 전달하는 월간 옥이네로 옥천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을 공유하고 기록한다. 이는 지역 문화를 오랫동안 존속하고 확산시키는 큰 힘이다.
    올해 안에 공동체 라디오까지 주파수를 허가받아 지역에 개국한다고 하니 새로운 장르 문화의 부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역사를 기록하는 옥천기록공동체도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5만 명 단위의 작은 지역 농촌에서 문화를 일궈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은 안다. 중앙에서, 충북도에서 내려오는 정책들은 지역의 열망을 반영하지 못하고 보여주기식으로 만나고 끝나는 것을 여러 번 목도했다. '찾아가는'으로 시작하는 여러 공연들은 그 자체로 휘발성도 강하고 기억에 남아있고 축적되는 것도 거의 없다. 정책을 세울 때는 지역에 축적되는 방식이 어떤 것인가 적극적으로 고민해 줬으면 한다.
    옥천은 나름의 힘으로 일궈간다. 그것은 '자치 문화'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수 없다. 모자라고 부족해 보이지만, 큰 지향을 갖고 한 발자국씩 발을 뗀다. 지역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 때 그것이 지역 문화의 자생력이라고 믿고 있다.
    안남 작은 음악회에서 시작된 자치 문화 정신의 흐름은 사실 징검다리 학교의 최근 청소년 자립식당, 자립카페, 자립여행 등으로 생활 속에서 계승 발전되고 있다. 옥천이 사시사철 전시회가 열리고 음악회 등 다양한 공연이 언제든 열리길 희망한다. 그러려면 시설 인프라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런 문화예술인들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 옥천은 그 일을 조금씩 조금씩 하고 있다. 여러 지역 매체와 미디어들이 이런 문화예술 하는 이들을 기록하고 전달하며 자존감과 관계성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새로운 지역 문화가 열릴 거라 확신한다. 앞으로 옥천을 주목해 주시라. 새로운 지역 농촌문화의 산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