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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솔 푸드 우리 고기

2021-12-06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고기, 우리 삶과 함께하다
한국인의 솔 푸드 우리 고기
'쇠고기 / 돼지고기 / 닭고기 / 오리고기'

    우리 민족은 잔칫상에는 반드시 고기요리를 올렸고, 다양한 고기 부위를 즐길 줄 알았으며, 각종 고기 부속물에 맞는 요리법을 개발하는 등 예로부터 고기 사랑이 특별했다. 면역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육류 소비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고, 내년이면 쌀 소비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인의 솔 푸드를 넘어 ‘주식’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 고기의 가치와 의미를 되돌아볼 때다. 
백가지 맛 품은 쇠고기
    <독보적인 한국인의 쇠고기 미식>
    한반도에서 소를 키운 역사는 4000여 년 전부터로 추정되며, 2000여 년 전 본격적으로 농경에 사용하면서 축우로 자리 잡았다. 당시 선조들은 소를 ‘생구(生口)’라 부르며 식구처럼 아꼈고, 그래서 사랑방 옆에 외양간을 둘만큼 귀히 여겼다. 이토록 소중한 가축이자 재산이었기에 일꾼의 생을 마친 소의 고기는 물론, 가죽, 뼈, 부속물까지 버리지 않고 알뜰히 취했다. 우리 민족은 쇠고기를 ‘한 마리에서 백 가지 맛을 본다’는 뜻의 ‘일두백미’라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는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자신의 책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소를 35개 부위로 나눠 먹는데, 한국인은 무려 120개 부위로 나눠 먹는다’고 밝힌 것만 봐도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세밀하게 부위를 나눠 쇠고기의 맛을 탐닉한 민족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뛰어난 맛 자랑하는 토종 재래종 한우>
    국내산 소고기라고 하면 으레 한우를 떠올리지만, 해외 품종도 국내에 들여와 6개월 이상 키웠다면 국내산으로 분류되기에 한우와는 엄연히 구분된다. 한우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일소로 사육돼오던 우리나라 고유 품종으로, 과거에는 황소를 비롯해 얼룩덜룩한 칡소, 검은 빛깔의 흑우 등 털색이 다양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일본의 수탈 목적에 따라 황소만 한우로 인정하는 규정을 만들어 다양성이 말살돼 오랫동안 영향을 미쳐왔다. 한우는 1999년 도체등급제도를 실시하면서 품질이 고급화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칡소와 흑우를 복원하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한우는 맛도 뛰어날 뿐 아니라 9가지 필수아미노산을 골고루 함유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성장호르몬 유도 작용이 뛰어나며 면역세포를 생성하는 등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이롭다. 
    <+ Culture>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우에는 감칠맛을 내는 리보핵산이 풍부하며 단백질, 지방산과 티아민 등 다양한 풍미를 만드는 전구물질이 수입산보다 많이 들어 있어 실제 수입 쇠고기보다 맛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지리적 표시제를 적용받는 축산물로는 홍천, 횡성, 고흥, 함평, 영광의 한우 고기가 있으며, 대표적인 축제로는 횡성 한우축제가 유명하다. 
값싼 양질의 영양 공급원 돼지고기
    <인류의 친숙한 가축, 돼지>
    소나 말과 달리 돼지는 산 채로 잡아 키우기 적당한 몸집에 성장 속도도 빨라 1년이면 족히 고기를 얻을 만큼 커진다. 또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새끼 수도 많아 증식이 용이하다. 우리나라 재래종 돼지는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의 멧돼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며, 《삼국지》 위지 동이전 부여조에 돼지를 뜻하는 ‘저’를 붙인 관직명 ‘저가’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고조선 시대에 이미 가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돼지를 기르는 목적은 식용 외에 제사의 목적도 컸다. 고구려에서는 제사에 쓸 돼지를 기르는 관청이 따로 존재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돼지고기를 양념에 재워 구운 고구려 음식인 ‘맥적’을 비롯한 다양한 조리법이 발달했을 터다. 이외에도 가죽은 옷감으로, 기름은 몸에 발라 찬바람을 막는 방한용으로 쓰이는 등 돼지는 우리 삶에 유용한 가축이었다.



<서민들을 위한 고기>
우리 민족은 쇠고기를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많이 먹는 고기는 부담 없는 값에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돼지고기다. 머리, 목살, 앞다리, 등심, 안심, 갈비살, 삼겹살, 볼기살, 족 등으로 나뉘는 돼지고기는 부위에 따라 독특한 맛을 지녀 부위별 조리법도 다르다. 이 중에서도 지방이 적절히 층을 이뤄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지닌 삼겹살은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부위다. 돼지고기는 대표적인 고지방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삼겹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위가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특히 돼지고기 등 육류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 8종을 모두 포함하는 ‘완전 단백’ 식품이며, 필수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비타민 B1과 메타오닌 성분이 많고 몸 안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능이 있어 간장을 보호하고 피로회복에도 효과적이다.
<+ Culture>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매년 정월이면 돼지와 쥐를 횃불로 몰아내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쥐와 더불어 돼지가 농사를 망치는 해로운 동물이라는 인식에서였다. 또 돼지고기는 독성이 있다고 여겨져 조선 시대 때 유독 기피되기도 했다. 외래종이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나라 재래종은 모두 흑돼지였다. 지금도 제주, 김천, 남원 등지에서는 토종 흑돼지를 볼 수 있지만, 외래종과의 교잡이 성행하면서 순수 재래돼지의 사육 두수는 많이 줄었다. 가장 대표적인 재래종은 제주 흑돼지로, 육질이 우수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고기는 물론 알까지 닭고기
    <예로부터 맛 좋기로 유명했던 토종닭>
닭은 지구상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조류이자 가장 많이 도축되는 동물이다. 인류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로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을 키워 가축화했다. 닭은 열대 지방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이전에 남방으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삼국유사》에는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난 설화가 전해지며, 가야시대 유물 가운데 달걀껍질이 담긴 토기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달걀을 일찍부터 식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 고유 품종인 토종닭은 예로부터 약재로 효용 가치가 높아 《동의보감》에는 토종닭의 모색에 따른 약효를 분류해놓기도 했다. 중국 명나라 때 약학서인 《본초강목》에는 ‘조선의 긴 꼬리 닭이 닭 중 가장 맛이 좋다’고 기록돼 있으며, 후한 시대 본초서인 《신농본초경》에서는 ‘살이 많고 빛깔이 하얀 양질의 닭이 조선 평택 땅에서 난다’고 했다.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 닭고기>
    우리나라 전통 조리법을 살펴보면 탕이나 찜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다. 닭 조리법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것은 닭고기를 즐기기보다 달걀을 얻기 위한 용도가 컸기 때문으로, 지금처럼 대량 사육해 닭고기를 즐겨 먹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닭고기는 단백질의 질도 우수하고 지방산 중에 리놀레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되며, 노인식·환자식에 적합하고 비타민 A·B1·B2, 니아신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의 전통 닭 요리로는 삼계탕을 꼽을 수 있다. 어린 닭의 뱃속에 찹쌀과 마늘, 대추, 인삼을 넣고 오래 끓여낸 삼계탕은 여름철 부족하기 쉬운 기운과 잃었던 입맛을 돋우는 대표 보양식이다. 원조 격인 닭백숙은 삼국시대부터 있어온 음식인 반면, 삼계탕은 인삼의 대중화와 함께하기에 1960년대 이후 보편화된 음식이다.
    <+ Culture> 과거, 닭은 명예와 출세의 상징이었다. 닭의 벼슬을 관(冠)이라 여겨 관직에 오르는 것을 ‘벼슬을 얻었다’고 표현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닭이 울면 해가 뜬다’는 식으로 해석해 닭의 울음소리를 빛을 부르는 상서로운 것으로 여겼지만, 실제 닭은 시시때때로 운다. 다만 동틀 녘이면 어김없이 닭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은 닭이 빛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불포화지방산 풍부한 보양식 오리고기
    <낯설지만 영양 가득한 고기>
    《동의보감》에 따르면 오리는 ‘허한 것을 돕고 열을 덜어주며 장부를 편하게’ 하는 효능을 지녔고, ‘갑작스러운 번열과 복수 차는 것을 치료하며 부은 것을 내리게 하고 기침, 폐결핵을 다스리는 데’에도 좋다. 《본초강목》 등 옛 한의서에는 오리고기가 고혈압이나 중풍, 신경통, 동맥경화 등의 순환기 질환에 효력이 있고, 비만증이나 허약체질, 병후 회복, 음주 전후, 정력 증강, 위장 질환에 효험이 있으며, 몸 안의 해독작용과 혈액순환에 좋다고 했다. 이렇듯 약용 효과가 뛰어나지만 한반도에서 오리를 식용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로 그 역사가 짧다. 다만, 내륙 중심지인 충주는 산짐승이나 오리 등의 요리가 발달해 다양한 계층이 오리고기를 즐겼으며, 신라시대나 고려시대 때 임금에게 진상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오리고기는 탕이나 훈제, 수육, 로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지방층이 발달하는 겨울이 제철이다.
    <불포화지방 비율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
    오리고기는 살코기의 부드러운 식감에 풍부한 지방층이 더해져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물 위에서 생활하는 조류의 특성 상 몸에 기름기가 많은데, 오리의 지방층은 동물성이지만 불포화지방 비율이 높아 몸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오리고기는 육류 중에서도 드문 알칼리성 식품으로 자주 섭취하면 대사 조절 기능이 높아져 몸 안에 쌓인 독을 풀어준다. 이에 큰 병치레를 한 회복기 환자에게 좋다. 칼슘, 인, 철, 칼륨 등의 미네랄과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며 몸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식품으로 성장기 어린이나 임신 중인 여성에게도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최근에는 콜라겐 성분이 풍부해 피부 미용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용 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 Culture> 질긴 오리 가슴살에 무화과를 재워 두면 피신이라는 효소의 효능으로 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좋아지며 풍미가 향상된다. 한반도에서도 선사시대부터 오리를 키우고 먹었지만 , 본격적인 오리 사육은 1960년대 전남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인지 지금도 전남지역에서는 오리 고기를 즐겨 먹으며, 광주광역시에는 오리요리 거리가 형성돼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