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재봉틀을 품은 예술 교육
'재봉틀 공방 <소우유>의 대표 하정현'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재봉틀 기술을 가진 기획자 하정현입니다.
상상했던 옷을 현실화시키는 재봉틀 공방 <소우유>를 운영하고 있어요. 동시에 아동 교육을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 교육과 지역 행사, 예술 프로그램 개발 등 예술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기획자 및 교육자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재봉틀 공방 소우유(See-w-you)를 운영하고 있는 기획자 하정현 ⓒGIEONGNOK(사진출처)


Q. 공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나 재봉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2019년부터 지금까지 재봉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던 거 같아요. 처음 창업했을 때는 사람들이 저를 모를 테니, 저를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이든 다 해봤었던 거죠. 재봉틀 수업은 물론이고, 시즌별 옷을 만들어 인터넷에 팔아보기도 하고, 심지어 누가 텐트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텐트도 만들어주고, 옷 공장처럼 납품받은 옷을 일정 기간 동안 제작해서 보내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재봉틀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면서 저와 맞지 않았던 일들을 떨쳐내고 나니까 교육만 남더라고요. 재봉틀 교육을 통해 제가 먼저 통찰하고 발견한 것들을 수강생들에게 공유하고 알려드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이 좋았어요. 재봉틀을 매개로 사람들과 마주할 때 에너지를 얻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하지만 ‘소우유’ 공방을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한정적인 공간으로 가둘 순 없어요. 재봉틀을 포함한 여러 예술 수업을 병행하고 있거든요. 수강 대상도 어른부터 아이까지 다양해요. ‘소우유’는 총체적인 예술을 접목하여 폭넓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배움터라고 말하고 싶어요.
Q. 옷을 짓는 창조적 행위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이러한 문화 활동을 통해 얻는 영향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소우유 공방에서 재봉틀을 배운 수강생의 대부분이 개인 재봉틀을 구매해요. 중고로 저렴한 가격에 재봉틀을 구매해서 집에서도 혼자 재봉틀을 하는 거예요. 작업하면서 느낀 문제나 어려움을 저에게 연락해서 묻기도 해요. 그럼 저는 그분들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착실하게 노력하죠. 가령 영상통화를 해가면서라도 그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자 애쓰는 거예요. 그렇게 문제나 어려움이 잘 해결되고 나면 수강생분들이 저를 마치 마술사처럼 생각해요. 그럴 때 일의 즐거움도 성취감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재봉틀 교육을 통해 재봉틀 기술만 전승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수업 이외에도 재봉틀을 통해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저의 영향이 수강생들에게도 전파되니까요. 조각 원단으로 만드는 엽서 클래스, 리폼한 옷들로 열었던 패션쇼, 아동 예술 공예, 이런 활동을 제가 성실히 해내면 그게 또 수강생분들에게 어떤 새로운 자극으로 전해지는 거 같아요.

운천동에 위치한 기획자 하정현의 재봉틀공방 ⓒGIEONGNOK(사진출처)



실제로 소우유 재봉틀 수업 수강생분들 중에서 생활 소품을 만드는 패브릭 제품 브랜드를 오픈한 분도 있고, 자체 제작한 옷을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분들도 아주 많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 중에 한 분은 취미로 춤을 추는 댄서분이셨는데 저의 빠른 기획, 실행력에 자극을 받아 함께 활동하는 댄스 크루 분들과 작게 댄스 공연을 진행하기도 하셨었어요. 꼭 완벽하게 준비되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실행과 도전을 즐기게 되는 거죠. 저와 수강생님들은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에서 재봉틀은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재봉틀을 통해 만났지만 ‘소우유’라는 공간에서 모인 사람들의 생활에 큰 파장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게 되니까요.
Q. 재봉틀을 통해 풀어내는 생활의 파장이라, 왜 그 파장력의 매개체가 재봉틀이 되었는지 궁금해요.
대학 때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접어들어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죠. 학교에서 보낸 알림 문자를 한 통 받았어요. 새로운 벤처 비즈니스 연계 전공이 열렸다는 내용이었어요. 사실 저는 대학에 가면 중, 고등학교 때 듣던 수업과는 확연히 다른, 대학다운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대학에서 듣는 수업도 중고등학생 때 들었던 수업과 크게 다를 바 없었어요. 전공 책을 펼치고 앉아 교수님께서 중요하다고 하는 부분에 밑줄 긋고 주입해서 외우는 그런 수업이요. 그런데 새로운 수업이 열렸다고 하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대를 걸어 볼까 싶더라고요. 이번에야말로 내가 원하던 대학다운 대학 수업이지 않을까, 하면서 수업을 신청했어요. 그리고 개강한 뒤 첫 수업을 들으러 가자마자 확신했어요. ‘이거다. 내가 원하던 대학 수업을 드디어 찾았다.’ 확실히 기존 수업들과는 진행 방식이 달랐거든요. 첫 수업에서 화이트보드에 ‘개발하고 싶은 제품이나 시스템’을 적으라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 제가 적었던 게 <꼭 맞는 옷을 만들어주는 맞춤 공방 시스템>이었어요. 옷을 살 때 패턴이 마음에 들면 핏이 마음에 안 들거나, 반대로 핏이 마음에 들면 패턴이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그래서 패턴과 핏 모두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옷 공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었죠. 그때 함께 수업을 듣던 학부 선배가 제 아이디어가 너무 좋다면서 그 아이디어로 사업 계획서를 써보자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지원 사업도 도전해 보자고 하는데, 그 선배가 발표 자료도 잘 만들고 발표도 잘하고, 사회생활도 잘하는 만능 선배인지라 믿고 같이 하겠다고 했었죠. 그렇게 그 선배와 함께 참가했던 지원 사업에서 1등을 하면서 상금 400만 원을 받았었어요. 선배는 저의 아이디어였으니 제가 그 상금으로 재봉틀 공방을 다니는 게 맞는 거 같다면서 상금 전액으로 재봉틀 공방 수강료를 결제해 줬어요. 덕분에 재봉틀을 배울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의 과정까지 오게 됐어요.
Q.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계시는 가운데 대표님의 생각으로 가장 독특한 기획이라고 여겨지는 활동은 뭐가 있을까요?
2021년도와 2022년도에 진행했던 패션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기획력과 재봉틀 기술력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차별성 덕분에 이런 시도가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또 경영학을 전공했었던 것도 기획력에 많은 자양분을 주고 있고요.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면서 배웠던 것 중에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가 있어요.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는 다 부숴버려야 하다는 의미인데, 저는 그 용어가 참 좋아요. 예를 들어 블라인드가 생겨난 것도 커튼을 찢어버린 것에서 비롯한 ‘창조적 파괴’라는 거예요. 커튼으로 창을 가리면 햇빛이 창안으로 안 들어오잖아요. 그렇다고 커튼을 걷으면 햇빛이 심하게 쏟아지고요. 햇볕을 은은하게 창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싶은 순간에는 어떻게 하냐, 원초적으로 커튼을 찢어 조각으로 나누면 되는 거예요. 햇빛이 그 조각 틈 사이로 적당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런 행위를 통해 지금의 블라인드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에요. 이런 식으로 창조적 파괴를 통하여 새롭게 창조되는 것들이 있어요. 저는 그걸 기획에서 자주 접목하곤 하죠.
패션쇼는 소우유 공방에서 진행했었던 ‘리디자인’수업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어요. ‘리디자인 수업’이란 ‘옷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 새로운 기능과 가치도 찾자’는 내용의 <버려지는 옷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수업이에요. 아무리 좋아했던 옷이라도 어느 순간 손이 잘 가지 않는 옷이 누구나 있잖아요. 그럼 그 옷은 옷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위한 옷으로써의 역할을 잃어버린 것뿐이죠. 이런 의미를 담아 많은 분들이 옷의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옷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어 가길 바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패션쇼에 참여하시는 소우유 공방의 수강생분들이 패션쇼라는 특이한 경험을 통해 오래 기억할 추억을 얻어 갈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내가 직접 디자인한 옷으로 패션쇼를 열고, 직접 모델이 되어 런웨이를 워킹하는 경험이 각자에게 얼마나 인상적으로 남겠어요. 아마 할머니가 되어서도 추억할 수 있을 거예요. 평범한 생활에서 건져내는 특이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쉽고 즐겁게 도전해 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재밌는 기획 많이 해나가고 싶어요.

2022년에 진행된 제2회 슬로우 패션쇼(사진출처. 하정연)



Q. 작게는 소품과 옷을 제작하고, 크게는 지역 행사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계시는데 과연 이 모든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영감과 자극이 필요하실 거 같아요. 대표님은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다고 생각하세요?
우선 책을 정말 많이 읽어요. 제게 쉬는 시간이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책을 읽는 시간이에요.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해서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책을 통해 얻은 내용을 즉각적으로 수용하죠. 또 수강생님들과 나누는 많은 대화에서도 영감을 얻어요. 제가 진행하는 재봉틀 수업은 주로 1:1 수업인데다가 아주 다양한 분야와 연령대의 수강생분들이 오시거든요.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학생부터 아이의 옷을 만들고 싶은 부모 그리고 본격적인 취미를 즐기고자 하는 중장년층분들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나니 절로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제껏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생활에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면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한 더 포괄적인 기획을 하고 싶어지죠. 영유아 관련 예술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라든지, 시니어 그룹과 청년 그룹이 함께 하는 세대교류라든지,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처럼요.
Q. 가장 기대되는 앞으로의 활동은 뭐가 있을까요?
동부창고에서 진행하는 ‘2023년 기초 지역 문화 예술교육 지원 사업 청주문화 예술교육 [000실험실]’ 지원 사업으로 8월부터 10월까지 총 7회차로 구성된 ‘꿈꾸는 예술 터, 아동 예술 정규과정’을 앞두고 있어요. 만 4세에서 8세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고 지금까지 제가 시도했던 여러 기획들을 합쳐 큰 페스티벌을 제작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음악을 듣고 느낀 감정을 표현한 커스텀 의류 제작이나 그림책을 통한 다양한 표현과 감각의 시도, 아름다움의 기준을 자유롭게 세우고 부수는 창조적 파괴, 감수성과 상상력을 일깨우는 새로운 재료 탐색 등의 단계적 커리큘럼을 통해서 꾸준히 성과를 남기고 최종적으로는 아이들만의 패션쇼를 개최하려고 해요. 아이들의 오감을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형 패션쇼인데요. 그만큼 쇼에 필요한 노래나 배경, 소품, 마네킹, 옷 등은 모두 수업 과정을 통해 산출될 수 있도록 하여 아이들의 주체적인 성공 경험도 자연스럽게 유도할 생각이에요.
Q.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교육자’로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교육과 관련해 새롭게 시도하려고 하는 활동이 따로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아동 예술을 중점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태교 전문 기업 ‘포유앤미’의 우현주 대표님과 예비 청년 마을 조성을 기획하고 있어요. ‘청주의 부모들을 위한 마을 만들기’ 사업인데, 저는 이 사업에서 초등생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선택해서 놀 수 있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관찰력 있는 시선을 체득하고 주도적인 시선을 통한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는 형태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맡았어요. 이 수업에서 생명력, 문제 발견과 해결 능력 그리고 생각법 총 3가지 형태의 교육 방향을 잡았어요. 각 주제마다 3번의 수업을 진행하는데, [놀이를 통한 태도의 정립]을 대주제로 삼아 진행해요. 그동안 아동 예술 수업을 하며 얻은 많은 참여 동기를 종합해 보니 부모님들마다 생각하는 ‘우리 아이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는 영역’이 다르더라고요. 여러 영역을 만족시키기 위해 세분화를 통한 카테고리 수업을 구성하게 되었어요.
각 수업의 진행 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그림책 읽기를 시작으로 삼아요. 함께 읽은 그림책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눈 후, 몸 활동을 통해 체득하는 방식을 취하기 위해서요. 그림책을 늘 시작으로 삼는 이유는 그림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예술적 색감의 그림 비중이 글보다 크다는 이유에요. 그림책의 각 장마다 적힌 문장들은 비교적 단순하고, 함축적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느슨한 연결고리에 촘촘한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채우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림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는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전하고 싶어져서 아이들의 눈은 빛나고 입은 옴짝달싹하지 않을까요? 특히 이 수업에서 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아이들이 가진 재창조의 힘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거예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마구 표현하는 놀이와 같은 교육의 현장을 추구하니까요.
보통 마을 만들기 사업은 미혼 청년들을 중심으로 풀어져 왔지만, 이번 마을 만들기 사업은 청년 부모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태교 전문 기업 ‘포 유앤미’와 함께하니 아이들과 함께 청년으로서의 부모님들을 만나게 되어 기대가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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