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아낌없이 주는 목공 동아리 ‘아랫목’
'청주 여자 상업 고등학교 창업 동아리'

주재료가 나무인 한옥을 지을 때 방에서 가장 따뜻한 곳을 아랫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목공 동아리 ‘아랫목’의 이름 역시 동아리 활동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는 의미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청주시 사직동에 위치한 목공방의 거대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 ‘아랫목’ 학생들과 선생님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들의 온화한 미소가 당장 따뜻한 아랫목을 떠올리게 하였다.

청주여상 목공동아리 아랫목 ⓒGIEONGNOK(사진출처)


Q. 간단한 동아리 소개와 선생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청주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부장교사를 맡고 있는 조경서이고요. 창업동아리 ‘아랫목’ 목공 동아리 지도 교사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랫목’은 2021년도에 만들어진 동아리로 올해 3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아랫목’은 목공 동아리로 운영되고 있지만, 목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관련 활동 소개 부탁드려요.
지금은 학교가 공사 중이라서 사용하지 못하지만, 원래는 학교 내에 전시나 판매를 진행할 수 있는 동아리실이 있어요. 학기 중에 그 공간을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면서 학교 선생님, 학생들에게 저희 활동을 소개하거나 판매를 진행하고 있어요. 학교 외부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플리마켓이나 시민체험 활동, 그리고 여러 기부나 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있죠.

아파트 앞에서 진행한 '아랫목' 플리마켓



활동 중 가장 오랫동안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는 건 플리마켓이에요. 수곡동의 한 아파트와 M.O.U.를 맺어 한 달에 한 번 정기 마켓을 열고 있거든요. 마켓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다시 지역사회로 순환시키고 있고요. 처음엔 강원도에 산불이 크게 났을 때 피해 지역에 기부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이후 학교가 위치해 있는 모충동과 주변 일대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께 수레를 기증하기 시작했고요. 이런 과정에서 모든 업무를 학생들이 분담해서 해오고 있어요. 영업이나 회계 그리고 홍보와 디자인도요.
Q. 여러 사회 공헌 활동 중에서 수레를 기부하는 활동이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학교 주변 일대 어르신들의 생활을 밀접하게 바라보고 진심으로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느껴진달까요. 이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희 학교가 모충동 구도심 가운데 위치해 있어요. 모충동과 그 주변 수곡동 일대에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요. 그분들이 폐지를 주우러 다니시는 경우가 많은데 아주 오래된 수레를 끌고 다니느라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래서 저와 아이들 모두가 그 모습에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뜻을 모았죠. 저희는 목공 동아리니까 나무를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봉사를 떠올렸고, 그분들을 위한 새 수레를 만들어 드리게 됐어요. 지금까지 4대의 수레를 기증했는데 수곡동과 사직동 주민센터 복지 담당 주무관님이 수레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연결해 주셨어요. 공방 근처에 거주하시는 어르신께는 아이들이 직접 수레를 끌고 가서 전달해 드리기도 하고,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은 공방 사장님의 트럭에 싣고 가서 전달해 드렸어요. 추후에는 더 많은 어르신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정 방문을 통해 그분들의 생활을 살펴보고 정말 필요한 것을 만들어 드릴 생각이에요. 그래서 요즘에는 가구 제작을 목표로 열심히 목공 기술을 연마하고 있어요.
Q. 창업 동아리라고 하지만 기술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네요. 동아리 학생들이 지금과 같은 사회 공헌 활동이나 주민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착실하게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 같아요.
목공 동아리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목공의 기술을 얻고 성과를 취하는 것보다는 목공을 통해 경험을 쌓아 아이들이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누구더라도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게 목공이든 아니든 주저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용기를 연습하는 시간인 셈이죠. 단순히 창업 과정을 이해하고 하나의 기술을 쌓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역사회에 본격적으로 나가게 됐을 때 그 안에서 내가 하나의 역할을 맡고, 책임감과 성취감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연습을 해주고 싶었어요.
Q. 활동 예산이나 지원 제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특성화고등학교 창업형 예산이 있어요. 그걸 가지고 도마나 시계를 만들어서 판매를 진행하고 판매 수익금을 다시 학교 예산으로 돌려보내요. 그럼 학교에서 다시 예산을 측정한 뒤 저희나 다른 동아리들에게 활동 지원금으로 분배해 주고 있어요. 이렇게 재분배 받은 예산도 수레 제작이나 봉사활동 또는 기부금액으로 환원하고 있어요. 회식비를 줄여가며 사회 공헌 활동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학교에서도 좋게 봐주셔서 일부 예산을 조금 더 지원해 주시고 있기도 해요.

'아랫목' 지역 주민 초청행사 ⓒ아랫목(사진출처)


Q. 시민 체험 활동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활동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요. 또 이외에도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아랫목’의 인상적인 활동은 뭐가 있나요?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서 목공 체험 활동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처음엔 아이들이 누군가를 가르치는데 어려움은 없을지 걱정이 많았었죠.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 주민분들을 이끌고 목공 체험을 진행해나가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사라졌어요.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서 일부 주민분께서 제 번호로 연락을 주셔서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었다며 감사 인사를 남겨주실 정도였어요.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초 청주 오송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함께 다녀온 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가 학교 방학 기간이기도 했고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아이들에게 봉사에 참여하겠냐는 말을 묻기조차 어려웠었죠. 하지만 저희 아이들이 이런 일에 언제나 솔선수범 나서는 아이들이라는 걸 잘 알기에 봉사에 함께 가고 싶은지 여부를 물어봤었어요. 역시나 아이들이 흔쾌히 따라나서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때 봉사활동에서 저희가 맡았던 일이 축사에 쌓인 토사와 쓰레기들을 치우는 거였어요. 분명 열악하고 덥고 힘들었을 텐데 아이들이 모두 즐겁게 봉사에 임해주니 그 모습에 또 한 번 고마워지더라고요.
Q. ‘아랫목’의 활발한 활동과 유의미한 성과가 기대되네요. 향후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목공 작업을 통해 더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어드리고자 해요. 아이들이 꾸준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목공 노하우가 생기고 있으니 다른 목공 기술이 필요한 분들에게 재능기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고요. 또 매년 플리마켓을 운영하다 보니 점점 수익금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9월 정도에 저희 학교가 위치한 청주시에 50만 원을 기부해서 좋은 지역사회가 만들어지는 일에 보탬이 되고자 해요. 목공 동아리 ‘아랫목’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지만 목공을 품고 봉사와 나눔과 배려의 기회를 더 자주 얻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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