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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맛집, 동네 식당 -대풍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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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한 맛 칼럼니스트는 “맛집은 슬리퍼 신고 편하게 갈 수 있는 내 입맛에 맞는 동네 식당이 진정한 맛집이다”라고 했다.

방송에서는 연일 먹방(먹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과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 도배를 하고 있지만, 그 프로그램 속에 나오는 맛 집들은 대부분이 거대한 자본을 투자한 대형 식당이거나 유명 쉐프가 운영하는 고급스런 식당이다.

이런 실정이니 점점 동네의 작은 식당들은 그 설 자리를 잃은 채 경제 침체와 함께 폐업의 길로 가게 된다.

2015년 법무부는 전국 259개 소속 산하기관과 함께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을 동네식당 가는 날’로 지정해 운영한다고 밝혔다.소속 공무원들이 동네식당을 이용하면 침체한 골목 식당가 상권이 살아날 것을 기대하여 만든 날 인 것 같다. 오죽하면 법무부에서 ‘동네식당 가는 날’을 지정하게 되었을까?

늦잠을 자고 일어난 토요일,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은 채 트레이닝복 차림새에 슬리퍼를 신고 점심을 먹으러 동네 식당으로 향하였다.



집 가까운 곳에 70년대에나 보았을 법한 빨간색 간판이 눈에 띄었다.
‘대풍 축산물 식당’ 촌스럽고 허름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음식의 내공이 깊은 오래된 동네식당일 것 같은 포스가 풍겨왔다.
간판에서도 짐작했듯이 이곳은 정육점을 같이 운영하던 식당이라서 삼겹살이 메인 메뉴이다. 하지만 손 맛 좋은 주인장이 내놓은 청국장, 김치찌개, 칼국수의 식사 메뉴 또한 이 식당의 인기 메뉴이다.
지금은 정육점은 운영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뒷골목의 정육점이라서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식당만 부부가 운영을 한다.

이 식당에서는 삼겹살을 주문하면 주방에서 주문 즉시 칼로 베어서 나오기 때문에 기계로 썰어서 가져다 놓은 여느 식당과는 고기의 맛이 차별화 된다.칼로 주문 즉시 썰면 고기의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아 더 맛있다고 한다.

이 식당에서는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지는데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 편에서는 열심히 삼겹살 굽고 소주 한 잔 하시는 분들, 한 편에는 청국장을 먹는 손님들, 다른 한 편에는 칼국수를 먹는 손님들로 제각각 이다.청국장 먹으러 갔다가 온 몸에 삼겹살 냄새를 뒤집어쓰고 오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삼겹살에는 묶은 김치, 데친 콩나물, 버섯, 생마늘이 함께 나온다. 이 재료를 모두 철판 위에 올려놓고, 삼겹살이 익으면서 내뿜는 기름으로 고소하게 익혀 먹으면 묶은 김치와 아삭거리는 콩나물의 맛은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일품의 맛이다.


청국장은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담그신 청국장으로 끓여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소박하면서도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집 된장의 맛이 생각난다.


청국장과 함께 나오는 6가지의 반찬들은 주인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맛이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은 그때그때 계절음식으로 장 봐온 재료들로 반찬을 만들며 재료만큼은 아끼지 않고 최상품으로 쓴다는 것이 아주머니의 철칙이다. 쌀도 역시 보은에서 직접 공수해온다고 하시는데 잘 지어진 흰 쌀밥의 맛은 허기진 배를 호강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칼국수를 맛있게 드시기에 입맛을 다시며 쳐다보았더니 “꼭 시켜 먹어보시게”라며 엄지를 척 들어 올리신다.

다음에 방문 했을 때는 칼국수를 먹어봐야겠다. 이 식당에서라면 어느 메뉴를 시켜도 실패하지 않고 맛있을 것 같다. 이번 주말은 동네의 숨은 맛집, 우리 동네 식당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삼겹살 1만1천원, 목살 1만1천원,
청국장 5천원, 김치찌개 7천원, 된장찌개 5천원, 얼큰한 칼국수 5천원, 바지락 칼국수 5천원

- 대풍 식당/ ☏276-6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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