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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거대한 해킹>으로 영화화!
타겟티드
'‘감시 자본주의 시대’의 실체를 파헤친 최초의 책'


개인정보 유출, 가짜뉴스, 심리공작…
우리가 남긴 디지털 발자국이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다

뇌를 해킹한 것처럼 내 관심사를 정확히 반영한 SNS 광고를 본 적 있는가?
신용카드 사용내역, 웹 검색, 위치정보 등 우리가 남긴 디지털 발자국으로 개개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는 이 새로운 ‘21세기 금광’에 열광했고, 기업은 사용자의 모든 디지털 활동과 소셜미디어, 개인이 누른 ‘좋아요’까지 모든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비즈니스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들은 이 빅데이터로 정확한 타겟을 설정해 정확히 그 사람의 성향과 취향에 맞춘 ‘타겟 광고’를 하는 데이터 비즈니스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장밋빛으로 보이던 산업에서 끔찍한 결과가 벌어졌다. 광범위하게 수집된 개인정보가 여론조작에 이용되고, 유권자의 생각에 영향을 미쳐 선거 결과를 바꾸는 민주주의 참사가 일어났던 것.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수천만 페이스북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를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불거진, 이른바 ‘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내부고발자 브리태니 카이저(Brittany Kaiser)는 이 책에서 ‘21세기 금광’으로 평가되는 데이터 산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에 관해 증언한다. 빅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개척하며 세계가 주목하던 한 혁신 기업의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개인정보가 어떻게 트럼프 선거운동에 이용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개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조종당했는지, 우리가 몰랐던 데이터 산업의 내막이 낱낱이 펼쳐진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혁신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졌던 기술의 위험을 알게 된다면 마지막까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빅 데이터가 우리의 정치를 영원히 바꾸어놓을 파괴력을 지녔음을 강조하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빅 데이터가 정치공작과 여론조작에 악용되는 소셜미디어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다
2018년의 데이터게이트는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유출된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이용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것이 없다. 저자는 3년 반 동안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 사업개발 이사로 일하면서 트럼프 선거운동을 비롯해 브렉시트, 프랑스·나이지리아·가나·멕시코 대선 등에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증언한다.
그녀가 밝히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지난 2014년 케임브리지대 알렉산드르 코건(Aleksandr Kogan)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성격테스트에 참여한 27만 명과 그들의 친구목록에 있는 50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이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팔았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성격 프로파일링’을 통해 개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세밀하게 분류한 뒤, 이것을 바탕으로 전 세계 수많은 정치인들에게 자문을 제공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사람들이 보고 듣는 모든 매체를 활용해 개개인 맞춤형 정보를 주입했다. 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해 다시 그 개인에게 맞춰진 타깃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의 기술은 그야말로 혁명적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타깃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철저하게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수천 가지 다양한 메시지를 페이스북, 스냅챗, 판도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했다. 개인화된 광고 효과는 놀라웠다. 트럼프에 대한 4000개의 서로 다른 온라인 광고가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 의해 15억 회나 조회되었다. 개인이 생각을 바꿀 때까지 집요하게 공략하는 방식은 전쟁 심리전을 방불케 했다.
전 세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심리공작의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영국이 유럽을 탈퇴하는 결정이 이루어졌다. 케냐에서는 이들의 주도 아래 아예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졌고,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는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극대화시키는 “그렇게 하자(Do so)” 운동이 전국을 강타했다. 유권자의 투표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비도덕적인 전략들도 대성공을 거뒀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개입한 선거만 케냐, 인도를 비롯해 전 세계 68개국 200개 이상에 이른다. 이 모든 것은 페이스북의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과, 연방정부의 감독 부재 때문에 가능했다.
오늘날의 정보 윤리와 데이터 산업의 어두운 이면과 발전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빅 이슈작!
이는 한나라당 매크로 여론조작 의혹 사건, 국가정보원·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일명 ‘십알단’(우파 계통의 댓글작성 조직) 사건, 드루킹 사건(블로거 드루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당원 3인이 경제적공진화모임 카페 회원 아이디를 동원해 여론조작한 사건)을 비롯해 가짜 뉴스와 거짓 프레임으로 여론이 조작, 호도되어왔던 우리나라 사회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소셜미디어가 음모론과 가짜뉴스의 유통 채널로 이용되면서 사회적 적대감과 양극화로 긴장이 고조되어왔다.
빅 데이터는 ‘21세기 금광’이자 ‘미래의 석유’로 불리고 이미 그 가치가 석유를 넘어선 지도 오래지만, 우리는 통제되지 않은 데이터 권력이 어떤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설령 알더라도 그 파괴력을 실감하지 못한다. 조지 오웰이 그린 《1984》의 빅브라더와 달리, 오늘날의 빅브라더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인 브리태니 카이저는 어두운 산업에 기여했던 자신의 과거를 개인적인 치부와 함께 드러내며, 데이터 산업 이면의 진실을 낱낱이 증언한다.
빅 데이터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쿠키 허용’과 ‘이용약관 동의’에 의문을 품어본 사람이라면, 우리가 매일매일 생산해내는 무수한 디지털 발자국들에 대한 주권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 책을 통해 기술과 데이터 윤리 문제를 이해하고, 데이터 산업의 발전과 민주주의의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DITOR AE안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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