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
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
'하늘을 내려다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시작한 새로운 도전'

도전, 꿈, 열정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가 머쓱한 시기. ‘희망’을 강요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피곤하고, 무턱대고 ‘절망’하자니 이러다 정말 죽을 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벼랑 끝에 청년들이 서 있다. 꿈을 찾아 떠나는 일이 맘처럼 쉽지 않다. ‘나도 떠나고 싶지, 하지만 당장 다음 달 방값은 어쩌고?’, ‘도전은 집에 돈 있는 애들이나 하는 거지, 우린 넘어지면 끝이야’라는 생각부터 든다.
이 책의 저자 오현호는 희망과 절망을 강요당하는 이 시대의 청년 그 자체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뛰어난 머리를 가진 것도 아니다. 수능 7등급, 반에서 43등. 어쩌면 이 시대가 명명한 ‘흙수저’의 본보기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그가 큰돈이나 배경 없이 원하는 삶을 일구는 방법을 찾아냈다. 꿈만 꾸는 데 그치지 않고 작은 시도를 이어 나간 결과다. 《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는 변변한 스펙 하나 없이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고, 결국 그 모든 도전을 자신의 스펙으로 만들어낸 한 청년의 이야기다. 독자들은 벼랑 끝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일으킨 한 청년의 삶을 통해 사회의 유물이 되어버린 ‘도전 정신’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다
그는 겁이 없었다. 그리고 잃을 것도 없었다. 그의 앞에는 단지 ‘젊음’이라는 기회만이 놓여 있었을 뿐이다. ‘흙수저, 금수저’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회수되는 기회, ‘시간’ 말이다.
그 어떤 상황에도 기회는 존재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부딪쳐 봐야 한다. 아주 간단하다. 책상 앞에 앉아 수십 시간, 수백 시간 고민해 봤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야 한다. 움직이고, 만나고, 대화하고, 몸으로 부딪치다 보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는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_본문 91쪽
그는 스쿠버다이빙 강사, 45개국 세계 일주, 철인 3종 경기, 사하라 사막 마라톤 완주, 아프리카 르웬조리 산맥·히말라야 텐트피크 등정 등 다소 무모해 보이는 목표에 끊임없이 도전했고, 그 결과 자신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넥슨을 거쳐 삼성전자 중동 총괄에 입사했지만 그마저 내려놓고 파일럿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모두가 불가능을 확신하고 망설일 때 무작정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전국을 떠돌며 만난 어르신이 족히 백 명은 될 것이다. 그중 절반이 넘는 어르신이 다시 길을 떠나는 우리를 보며 똑같은 말을 남겼다. “나도 너희처럼 자전거 여행을 해 보고 싶었는데….” 그때 깨달은 것이 있다. 꿈은 누구나 꾸지만, 누구나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당장 해야 한다. 졸업하고 해야지, 돈 벌어서 해야지, 결혼하고 해야지, 애 크면 해야지 하다 보면 이미 꿈은 저만치 가 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_본문 76~78쪽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다. 방구석에 처박혀 고민만 할 때는 절대로 모를 일이 있다. 무언가를 위해 단지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고, 이불 밖으로 나오고, 방구석을 벗어나는 과정. 우리는 그것을 ‘용기’라 부른다.
‘부시파일럿’은 경제적·환경적 요인으로 길이 놓이지 않은 곳에 물자와 승객을 태워 나르는 조종사를 뜻한다. ‘자발적으로 미지의 세계를 넘나드는 사람’의 의미로 저자의 이미지와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실패가 두렵다면 가만히 있으면 된다. 뛰어내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현호가 뛰어내린 절벽 아래에는 끝없는 푸른 바다와 넓이를 알 수 없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가 도전한 미지의 세계에서 ‘수저’의 색깔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몇 년 후 누군가 물었다. “파일럿이 될 거란 확신도 없이 어떻게 회사를 나올 용기가 생겼죠?”
“저는 애초부터 가진 게 없는 사람이에요. 회사를 그만둔다고 당장 거지가 된다거나 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이죠. 물론 파일럿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고, 건강 상태가 나빠져서 비행을 못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고, 딱히 대단한 것도 없으니까요.” _본문 15쪽
그는 사회가 정해준 길로 가지 않고 자꾸만 ‘길이 없는’ 곳으로 향한다. 오직 자기 자신의 행복을 1순위로 두기 때문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내 사람’들의 행복이다.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자신과 자기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찾는 사람이야말로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다. 타인과 친구가 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모든 무명씨의 삶은 소중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수만큼의 꿈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지 못한 이유 또한 그만큼 존재할 것이다. 모든 실패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나 비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지금 당장, 뭐라도 시작해보자는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요청한다. 그가 벼랑 끝에서 그가 맞닥뜨린 숱한 실패와 좌절은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는 다시 뛰어내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뿐이다.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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