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뺏고 싶은 자와 뺏기기 싫은 자의 잔머리 진화사
세금의 세계사
'빌어먹을 세금은 언제까지 내야 할까? 이제 진짜 문제는 세금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부터 링컨과 히틀러, 그리고 현재의 정부까지 징세의 관점으로 독파하는 인류 금전의 역사
동서양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한 인류 최대의 정복 군주 칭기즈칸은 금나라를 정복한 다음 다른 정복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을 모두 말살하려 했다. 이때 그 곁의 참모가 “죽은 농민은 세금을 내지 못한다”고 진언하여, 수많은 중국인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전 세계 모든 정복자의 주요 사업이다.
칭기즈칸의 이야기는 세금이 국가 권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의 모든 중요한 사건에는 늘 세금이 얽혀 있다.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것은 마리아와 요셉이 그곳에 세금 신고를 하러 갔기 때문이며, 세금을 내는 새로운 노동자계급이 출현한 것은 흑사병으로 중세의 봉건제도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된 것도 제1차 세계대전 중 여성들이 공장에 투입되어 그들이 소득세를 납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부터 백악관까지 인류의 주요 건축물들 또한 세금이 없었다면 짓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 만리장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되기도 했지만 비단길을 따라 중국을 드나드는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전쟁, 재난, 재해 뒤의 재건 과정에도 세금이 항상 등장한다. 세금이 없었다면 인간은 달에 첫발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영국의 금융 전문 작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도미닉 프리스비는 세금이야말로 인류의 역사를 좌우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단언하며, 세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강조한다. 세금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조세제도는 국가의 운명, 즉 국민의 번영과 빈곤, 자유와 억압, 만족감과 불만을 결정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경제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꾼 세계사적 사건부터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아주 작은 변화까지 인간의 역사는 모두 조세제도 안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인류의 문명사는 곧 세금의 역사 전쟁과 종교, 혁명…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세금이 있었다
1861년 4월, 미국 동부 해안에 있는 섬터요새(Fort Sumter). 이곳은 관세를 징수하는 핵심 지점이었다. 볼드윈 대령은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간청한다.
“각하, 평화를 위해 요새에서 군대를 철수시키시죠. 그러면 미국 역사상 그 누구보다 높은 지지를 받을 것입니다.”
“관세 수입은 어쩌고?”
“관세 수입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빨리 결정하셔야 합니다. 이 나라의 구원자가 될 것인지, 역사에 오명을 남길 것인지…….”
하지만 대통령은 대령의 간청을 무시하고 관세 수입을 위해 전쟁을 택한다. 그가 바로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링컨은 섬터요새에 보급선을 보내 남부연합의 포격을 유도했고, 우리가 아는 것처럼 미국은 그 후 4년간 유혈 사태로 물들었다. 노예해방은 남과 북의 서로 다른 의견 중 하나일 뿐, 미국 남북전쟁 또한 다른 나라의 내전이나 대규모 반란과 다를 게 없었다. 남과 북의 불평등한 세금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이렇듯 모든 전쟁의 본질에는 항상 세금 문제가 존재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전쟁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모든 전쟁의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되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나폴레옹과 그 뒤에 출현하는 정복자까지 모든 정복자의 목적은 세원이 되는 토지, 노동력, 생산물 그리고 이익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모든 혁명도 마찬가지다. 그 중심에는 항상 불평등한 세금이 있었다. 미국 독립혁명의 구호는 “대표 없이 세금 없다”였으며, 황제가 부과한 부당한 세금을 참지 못해 소작농들이 일으킨 것이 러시아혁명이었다.
종교 또한 그러하다. 징벌 수준의 세금과 강제노동의 속박에서 벗어나 시나이반도로 탈출한 히브리인들은 역사상 최초로 세금을 피해 탈출한 난민으로 기록되며, 십일조는 기독교의 역사와 함께한다. 이슬람교가 7~8세기에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것도 이슬람의 세금제도로 모두 설명된다. 죽음, 세금, 이슬람 중에서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영국 헌법의 시초인 마그나카르타가 탄생한 비화,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른 소득세, 나치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차별적 조세정책,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무로 몰락한 영국 등등 이 책은 세금이 역사와 얽히고설키며 인류 문명과 늘 함께해왔음을 보여준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무너지는 국가의 권력 미래는 세금이 결정한다!
세금은 권력이다. 그래서 세금 수입이 없어지는 순간, 왕이든 황제든 정부든 권력을 잃는다. 고대 수메르 제국의 왕부터 오늘날의 민주주의 복지국가까지 이 법칙이 항상 적용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국가들이 세수입을 올려 안보, 질서유지, 사회기반시설 등 전통적 분야뿐 아니라 교육과 국민건강 등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여 복지국가 모델을 표방해오고 있다. 한마디로 세금은 국가를 움직이는 연료와 같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로 대변되는 21세기 들어 이러한 연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 비교적 과세하기 쉬웠던 기존의 고용인-피고용인 관계가 사라지고 긱 경제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임시직 경제와 함께 디지털 노마드족이 증가하면서 원천징수는 더욱 하기 어려워지고 탈세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소득세를 거둘 기회가 사라지는데 인공지능, 머신러닝, 로봇은 이 악재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정부 재정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금 신고, 원천징수, 부가세, 거래세 등의 부과 및 감시를 힘들게 만드는 암호화폐의 등장은 이런 흐름을 더욱 부채질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암호화폐는 국세청의 악몽이 되었다. 게다가 EU와 아마존, 애플 등 미국의 IT 공룡들이 벌이는 세금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정부 수입 감소에 결정타를 입히고 있다.
현재 세계의 많은 국가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채무가 GDP를 넘어서고 있는 데다, 글로벌화·디지털화로 국경의 의미가 점점 퇴색해가면서 세금 징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기술 발달로 많은 부문에서 정부의 역할이 쓸모없어지고 있다. 정부가 복지,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모델은 위험에 처해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국가라는 시스템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세금이 있다. 그다음에 벌어질 일도 세금이 결정할 것이다.
세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세청 건물에는 “우리는 세금 덕분에 문명사회에 산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세금 덕분에 문명사회에 살고 있을까? 우리는 세금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이야기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그저 고지서에 적힌 금액을 순순히 납부할 것이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천징수되는 세금이 교육이나 의료 같은 복지에 쓰이겠거니 생각할 뿐, 세금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저자 도미닉 프리스비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경제로 모든 것이 대전환하고 있는 지금, 세금 문제를 다시 전면에 부각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한다.
“세금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다. 역사는 어리석고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시대에 맞지 않는 세금이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제는 21세기에 맞게 새롭고 더 나은 조세제도가 필요하다. 조세개혁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세금이 출발점이다.”
세금이라는 눈으로 현재, 과거, 미래의 세상을 보면 명확한 그림이 그려진다. 현재는 왜 이런 모습인지, 과거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지까지도. 《세금의 세계사》를 읽으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것이다.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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