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집 밥 - 우리집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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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한 밥의 단 내음은 묘한 향수를 준다. 소박하고 정갈한 반찬, 따뜻하고 포근한 어머니의 손맛 같은 음식점을 만나면 행복하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웃는다.
어린 시절, 해가 짧은 겨울이면 온종일 친구들과 놀다 굴뚝에 하얀 연기가 솟을 무렵이면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다. 대문을 열면 부엌에는 아궁이에 장작이 활활 타오르고 검은 솥에서는 뭉근히 밥 익는 냄새가 풍겨왔다. 아궁이 한 옆 잔불에 얹어져 있는 뚝배기에 ‘청국장’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호롱불이 깜빡이던 불빛아래 온 식구가 둘러앉아 나눠먹던 저녁상은 추억의 흑백사진처럼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런 추억 같은 맛 집이 청주에도 생겼다. 바로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 자리 잡은 <우리집>식당이다.
“아들 친구들이 늘 놀러오잖아요. 그래서 청국장도 끓여주고 닭볶음도 해줬지요. 한창 크는 애들이다 보니 뭐든 뚝딱 잘 먹었어요. 특히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해주면 좋아했어요. 그러더니 아들 친구들이 그러잖아요. ‘어머니! 식당 차리시면 잘 되실 겁니다.’라고요.”



봉명동 <우리집>식당 황창희(56) 대표는 유순한 인상 그대로 격 없이 말한다. 아들 친구들이 권해서 음식점을 차렸다고. 정말 그렇게 시작했다고. 모든 음식들은 그때 아들 친구들에게 내놓았던 메뉴 그대로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더 정감이 간다.




별미 돼지고기두루치기

“아들 친구들이 좋아하는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하다 보니 젊은 손님들이 무척 좋아해요. 이것저것 아들과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음식을 해주다보니 그런 것들이 모두 지금의 식당 메뉴가 됐어요.(웃음)”
‘두루두루’ 친한 음식이란 뜻에서 두루치기일까. 말 그대로 한국의 대중들과 두루두루 친한 메뉴 중 하나가 바로 돼지두루치기다. 돼지두루치기의 최고 매력은 바로 매콤한 맛에 있다. 그러면서도 돼지고기 특유의 얕은맛이 김치와 양파가 적당히 어울린 맛깔난 풍미가 좋다. 돼지고기와 김치가 이상적으로 만나 행복한 궁합을 자랑한다. 퇴근길 일반 서민들에게 돼지두루치기는 밥반찬으로도 그만이지만,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찌개나 전골 같으면서 조림 같기도 한 음식이기도 하다. 사실 두루치기를 안주로 먹다 그대로 물을 부어 팔팔 끓이면 곧바로 김치찌개로 변신할 수는 음식이다.
<우리집>식당 황 대표는 “돼지두루치기는 나무주걱으로 끊임없이 저어줘야 그 맛이 난다. 팬 밑 부분이 타지 않게 눈으로 보면서 적당히 물을 부어 자작자작하게 조려야 한다.”며 “무엇보다 <우리집>에서 쓰는 모든 재료는 국내산이다. 경북 상주 화산리에서 친정어머니가 손수 지은 농산물을 직접 가져다 쓴다.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라고 강조한다.



돼지두루치기가 <우리집>식당의 대표적인 음식이지만, 또 다른 자랑은 바로 청국장이다. 요즘과 같이 나른해지는 봄날, 뜨끈한 청국장에 밥을 올려 쓱쓱 비벼 먹으면 이만한 밥도둑이 따로 없다. 청국장은 조선시대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콩을 잘 씻어 삶은 후 볏짚에 싸서 따뜻한 방에 사흘간 두면 콩에서 진득한 실이 난다’고 밝혔다. 콩에서 나오는 실 같은 것이 바로 콩을 발효시키는 바실러스 균이다. 청국장속에는 다양한 유산균이 들어있다. 그래서 단백질 흡수율을 높일 뿐 아니라, 유익한 유산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해로운 균은 억제시키는 건강음식의 대표선수가 바로 청국장이다.
<우리집> 단골손님인 P씨는 “이집 청국장 맛은 시골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과 무척 닮았다.”며 “청국장 맛이 그대로 스며든 두부는 일품이다. 청국장을 살짝 저은 후 한 숟가락 가득 입속에 넣고 음미하면 구수한 맛의 기운이 그대로 온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다.”라고 말한다.





가장 대중적인, 그러면서 맛있는 <우리집> 닭볶음탕

“단백질로 이루어진 고기의 특성상 양념 잘 배는 순서를 보면 단맛이 제일 잘 스며든다. 소금이 먼저 들어가면 고기가 수축돼버린다. 세포사이의 틈이 좁아져서 단맛이 배이지 않는다. 분자구조가 단맛이 커서 설탕을 제일 먼저 넣어야 한다.”
요즘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어느 유명 쉐프가 밝힌 닭볶음탕의 비결이다. 하지만 <우리집>닭볶음탕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단 맛은 양파나 감자와 같은 천연재료에서 우러나는 맛으로 충분하다. 인공의 설탕 맛이 아니라, 자연의 단 맛으로 맛을 살려냈다. 보통 닭볶음탕은 보통 생닭을 한입에 먹기 좋게 토막을 내 매운 양념장으로 버무린 뒤 큼직하게 썬 감자와 양파, 당근 등을 넣어 바특하게 끓인다. 일반적인 레시피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특별할 것도 없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나만의 방식이 있지만, 굳이 가르쳐 달라고 하면 숨기지 않고 모두 공개한다. 이따금 손님들이 닭볶음탕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가르쳐 준다. 특별할 것이 없다. 좋은 재료를 충분히 넣고 토종닭을 사용해서 닭볶음탕을 만들면 당연히 맛있다.”
<우리집>메뉴는 보통의 백반 집 메뉴다. 이것저것 어머니의 음식처럼 하나같이 정갈하다. 참치뚝배기(2인 이상) 8천원, 김치찌개(2인 이상) 6천원, 청국장 6천원, 된장찌개 6천원, 순두부 6천원, 닭볶음탕 2만5천원, 돼지두루치기(2인 이상) 8천원, 짜글짜글(2인 이상) 8천원, 부대찌개(2인 이상) 7천원이다. 편안한 친구 어머니처럼 말말하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음식이 금방 대령한다. 맛도 내 집처럼 편안한 맛이다.
오전 7시에 문을 열고, 밤 9시에 문을 닫는다. 주말에는 단체예약 손님이 없으면 쉰다.


-<우리집>식당 / (043)267-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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