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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 그리고 토종 복분자 이야기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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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 그리고 토종 복분자 이야기
'기능성 식품 원료로 주목받는 과실 복분자'

    예부터 복분자는 천연 자연강장제로 꼽히며, 더위에 떨어진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과실이었다. 이름에 담긴 뜻이 유명해 잘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어쩌면 더 모르고 있는 복분자, 그 과실에 담긴 이야기를 전한다. 
사라지고 있는 토종 복분자
    나무딸기로 일컬어지는 산딸기 중 하나인 복분자가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의 한 종류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복분자는 '복분자딸기(Rubus coreanus)'라는 학명으로 분류되며, 5~6월에 흰색의 꽃을 피우고, 7~8월이면 열매를 맺어 붉은색에서 검붉은색으로 성숙되는 과정을 거친다.
    국내에서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부 및 중부지방의 해발 50~1,000m의 산기슭 양지에서 자생하며,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도 흔히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분자는 국내 토종 종자로서 다양한 생리활성을 갖는 유용한 과실로 인식되고 있으나,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복분자는 대부분 학명이 루부스 옥시덴탈리스(Rubus occidentalis)인 북미산 블랙라즈베리 종으로, 본래 복분자로 일컬어지는 과실과는 일부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이 북미산 블랙라즈베리 종이 1960년대에 도입돼 재배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 토종 복분자의 재배면적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두 가지 품종은 외형 뿐 아니라 유용 성분의 조성과 함량에서도 일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 되고 있으나, 오랜 기간 재배되는 과정에서 유전자의 자연 혼입 등으로 순수한 토종 복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능성 식품 원료로 주목받는 과실
    전통적으로 한약재로 쓰이는 복분자는 덜 익은 미숙과를 말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복분자는 간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며 신장 보호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술되고 있다. 이러한 생리활성을 현대 과학에서 해석하면, 항암 활성, 면역증진, 항산화, 항균 효과 및 혈관신생 억제 등의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의 연구들에서 토종 복분자 품종이 상대적으로 높은 항염증 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끌기도 했다.
    복분자의 생리활성 성분은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과실과 그 외의 줄기, 잎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과실의 주요 생리 활성 성분은 천연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류와 쓴맛을 나타내는 타닌류 화합물로 보고되고 있으며, 품종 뿐 아니라 재배 조건에 의해 그 함량에 큰 변이를 보인다. 이렇듯이 다양한 생리활성이 알려지면서 복분자는 새로운 기능성 식품 소재의 원료로서 관심을 받고 있으며, 식품 뿐 아니라 화장품과 의약품 개발의 원료로서도 활용되고 있다. 

발효주로 재탄생할 복분자를 기대하며
    복분자 과실은 작은 크기와 높은 수분함량으로 저장성이 낮은 단점이 있어, 과실 자체로의 소비보다는 다양한 형태로의 가공식품 개발이 시도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가공품인 복분자주를 비롯해서 복분자 식빵, 샐러드 드레싱, 유과, 복분자 발효 음료, 복분자 요구르트, 복분자잼, 복분자 젤리, 복분자 초콜릿, 복분자면, 복분자 떡 등이 시판되고 있으나, 복분자주를 제외하면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복분자 가공품인 복분자주는 독특한 향미와 함께 전통적으로 알려진 생리활성으로 2000년대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유통되고 있다.
    이는 웰빙 문화의 확산과 함께 시장에서의 수요 증대에 따른 영향이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기호도에서는 한계점을 보이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복분자주는 완숙 과실에 설탕을 첨가해 발효 후, 주정을 가하여 숙성 과정을 거치는 제품들로 우리가 일반 적으로 인식하는 발효주의 형태가 아닌 침출주에 가까운 제조법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렇듯 복분자주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와인과 같이 복분자를 이용한 고품질의 발효주, '복분자 와인'의 개발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복분자주 생산에 이용되는 복분자는 토종품종이 아닌 생산성이 더 높은 수입 품종이 이용되고 있는데, 이를 토종품종의 복분자를 이용할 수 있으면 토종 자원의 보존과 농가소득 증대를 동시에 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 토종 복분자 섭취를 통해 건강하게 더위를 이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어중혁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