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

우리의 힘
사제동행 인문동아리 제주 탐방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형 학습 프로그램'

내신과 모의고사, 수행평가 등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학교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어느 날, 문득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인문학적 상상력, 신념, 가치관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된 날이 있었다. 그 후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사제동행 인문동아리’를 알게 되었다. ‘사제동행 인문동아리’는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주관하는 프로젝트형 학습 프로그램으로서, 제주와 관련한 문학 작품을 읽고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한 후 ‘현기영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제주 인문 탐방에 참여하는 내용이었다. 설레는 기대감을 안고 우리 7명은 ‘사제동행 인문동아리’에 신청을 하기 위해 지도 선생님을 찾았고 조민서 선생님과 우리 7명은 ‘사제동행 인문동아리’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먼저 우리의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동아리 이름을 지었다. 제주도 방언으로 ‘소녀들의 아리랑’이라는 뜻이면서 또한 ‘알 지(知) 와 나 아(我)’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아’를 동아리 이름으로 정하고, 4월 후반부터, 우리는 제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모였다. 학교생활이 신나기 시작했다. 우리 동아리원 모두가 문학 속에 나오는 제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더욱 더 열정적으로 조사했다.





우리는 제주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우선 현기영 작가의 <테우리 할아버지>, <제주해녀 간난이>, <순이 삼촌>등의 책을 낭독하고, 감상평도 함께 나누었다. <테우리 할아버지>에서 할아버지의 친구의 죽음이 정말 슬펐고, 책 속에 담겨 있는 제주의 역사 이야기와 제주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을 찾았으며 그 장면을 우리는 각자의 개성대로 북큐레이터에 나만의 생각을 녹여 신문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 실제로 현기영 작가님을 만나 <순이 삼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주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제주 4.3을 묻는 십 대에게>라는 책으로 진행한 독서토론은 제주의 역사에 관해 동아리원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나누기에 뜻깊은 책이었다.
8월 21일 월요일
우리 사제동행 인문동아리 참여 교사와 학생들은 하늘을 가로질러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에서의 첫 날이었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에 도착하고 나서 우리가 간 곳은 ‘제주4.3평화기념관’이었다. 2008년에 조성된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면 4.3 사건 당시 사람들이 지냈던 동굴의 모습을 본떠 만든 동굴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면 ‘4.3 백비’가 나오는데, ‘4.3 백비’는 제작 당시에는 4.3 사건 당시의 피해자들 이름을 적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피해자들의 규모와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아무것도 새기지 못한 채 하얀 비석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평화 기념관은 4.3의 역사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기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랑쉬굴’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었다. 일제, 4.3.과 6.25.는 제주의 사람들을 굉장히 잔혹하고 힘들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념관 내부에서의 마지막은 제주의 사건으로 발생한 희생자분들의 사진 등이 진열되어 있는 길이 나오는데 그 길에 걸린 수 많은 사람들의 사진을 보니 말할 수 없이 슬픈 감정이 우러나왔다. 우리는 그분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2일차
제주 사람들의 힘들었던 삶을 탐방하는 날이다. 우리는 먼저 큰넓궤를 방문했다. 제주도에 오기 전, 우리가 읽은 ‘순이 삼촌’의 배경은 제주 4.3.이후 많은 사람들이 토벌대(무장대)를 피해 산 또는 동굴에 들어가 생활을 했었고 우리는 남아있는 동굴을 탐방한 것이었다. 해설사 선생님 왈, “이 큰넓궤에서 100명이 넘는 주민들이 2개월 정도 생활을 했다고 해요” 우리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어 큰넓궤 동굴 입구에 도착했고 드디어 제주인을 품어준 마음이 아프고 푸근한 동굴, 큰넓궤에 들어갔다. 동굴은 핸드폰 손전등을 켰음에도 불구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무서웠고 움직이기에도 불편했다. 동굴 속에서 1분 30초간 모든 빛을 차단하고 침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실제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매우 길게 느껴졌다. 잠시 동안의 침묵에 공포, 약간의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을 느꼈다. 이러한 공간에서 손전등 없이 2개월 가량의 긴 시간 동안 생활했을 당시 사람들의 공포감, 불안함 그리고 불편함을 생각하니 저절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동굴이 좀 무섭게 느껴지시죠?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동굴이 어떤 말을 해도 되는 자유로운 곳이어서 푸근하고 안정적인 곳이었답니다” 라는 말에서 그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불안했는지 알 것 같았다.




3일차
오후가 되어 진아영 할머니 삶터를 방문했다. 진아영 할머니 집터는 무명천 할머니 집터라고도 불리는데, 정겨운 할머니 집의 냄새와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찾아준 덕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진아영 할머니의 넋을 기리기 위해 삼행시를 지었다.
진 : 진아영 할머니, 삶이 많이 힘드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 아픔을 저희는 짐작할 수도 없겠지만,
영 : 영원히 할머니의 삶을 기억하며 아픔을 공감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문학을 통해 제주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꽤 오래전이었지만, ‘사제동행 인문 동아리’로 제주 문학에 담긴 시간과 공간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몰랐던 진실들과 알고 있었지만 깊게는 몰랐던 것들에 대하여 상당히 많이 알 수 있는 시간이어서 신기했고, 제주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느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매일 동아리원들과 책 또는 영상으로만 배우던 제주도를 직접 와서 유적지를 방문하고 그 당시의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영광이었다. 또한 동아리원들과 선생님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이 될 수 있어서 정말 귀한 행복한 일주일을 보낸 것 같다. 선생님과 제자가 함께 동행하여 탐방을 한다는 것은 참 새롭고 즐거운 성장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우리의 이야기 나눔 속에는 항상 선생님이 있었으니까. 제주문학 속에 나오는 곳을 탐방하며 문학 속의 이야기와 현실을 연결해 나가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탐방한 제주문학관에서 시도 써보고 다양한 감정들을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지적 능력과 감수성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친구들과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많이 쌓고 온 것 같아 행복했다.
탐방을 통해 먼저 관련된 문학을 이해하고 감상하면서 소양을 쌓았고, 탐방하면서는 직접적인 사실과 사람들의 삶을 피부로 느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는 모두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여행으로 아름답기만 한 줄 알았던 제주에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 지금 이 아름다움이 무엇을 극복한 아름다움일지, 잔잔한 파도가 치는 바다에 어떤 비극이 있었을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의 5일 동안의 여정은 평생 가져갈 수 있는 가치를 선물해 준 너무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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