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새울전통타악진흥회 김준모 충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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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둥 둥둥~”
북이 울린다. 비장한 각오와 떨리는 마음이 교차된 병사의 심장도 함께 북소리처럼 울려댄다. 양쪽에 대치하고 있던 병사들의 심장박동소리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연줄이 끊기듯 긴장감이 한순간 깨지며 엄청난 함성이 천지를 뒤흔든다. 하지만 함성에서도 북소리는 병사들의 귓전에 살아 신명나게 둥둥거린다.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무아의 경지에서 누에가 명주실 뽑듯 한 올 한 올 뽑아낸 북소리에 저절로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타악잽이 김준모가 두드리는 북소리는 묘한 상상과 꿈을 불러일으켜 낸다.
판소리에서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란 말이 있다. 소리를 잘하는 명창보다 북을 치는 고수가 우선이라는 말이다. 고수는 반주를 담당하는 조연역할이라고 알고 있지만, 일가를 이룬 고수는 다르다. 명고수는 단순히 반주에 그치지 않고 소리를 이끌어가는 지휘자이며 해석자로 명창과 청중을 잇는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새울전통타악진흥회의 김준모 충북지회장을 만나보았다.



소리에 생기(生氣)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장단

■타악연주자인 김준모가 꿈꾸는 무대는?
▷김준모 지회장 : “늘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원칙적인 기준은 전통의 장단이 살아있는 무대다. 그렇다고 고집스럽게 자기만족이거나 과거에만 집착하는 음악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타악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다. 대중이 외면하는 무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전래민요인 장타령과 새울의 풍물굿으로 관객이 함께 두드리며 직접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참여 공연도 꿈꾼다. 남녀노소 누구나 친숙히 다가갈 수 있는 신명과 밝은 기운의 무대를 만들고 싶다.”

■한국 전통 음악에서 장단이란 무엇이며, 우리 생활에 필요한가?
▷김준모 지회장 : “장단은 박자, 빠르기, 리듬의 주기 등을 말하는데 일종의 리듬의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모든 사물은 두드리면 소리가 나고 그 소리에 생기(生氣)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 장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이 장단이고 음악이다. 생활을 즐기는 것이 음악을 즐기는 것이고, 음악을 즐기는 것이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혼이 담긴 우리 소리, 우리 춤, 우리 악기, 우리 장단과 가락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새울’이란 낱말이 낯설다. 무슨 뜻인가?
▷김준모 지회장 : “새울은 ‘새로운 울림’이라는 말에서 따온 것으로 예로부터 전승되어온 우리의 전통 타악이 지향하는 ‘두드림’을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새울전통타악진흥회 충북지회는 전통 타악을 중심으로 우리 고유의 음악을 지키고 우리 전통 타악의 예술성과 독창적 가치를 드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전통음악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목적으로 소리, 춤, 서양악기 등 여러 장르와 접목하고 있다.”


‘777’공식, 삶은 투자한 만큼 깊어지는 것

■타악을 공부하려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준모 지회장 : “과거에는 타악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삶을 버티는 것’이란 말이 맞았다. 버티지 못한 많은 이들이 중간에 포기하고 떠났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들의 문화욕구도 높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이 좋아졌다. 어려서부터 전공을 하게 되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자기 음악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지만, 타악에 몰두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난 ‘777’공식을 믿는다. 7년 동안 투자하면 14살까지 보장된다. 다시 7년을 투자하면, 21살까지 보장되고 다시 7년을 투자하면 28살까지 보장된다. 다시 말하면 이 공부를 시작하는 시점을 한 살이라고 가정할 때, 그렇다는 논리다.(웃음) 타악공부는 세월만큼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면, 발효된 공력의 소리가 점점 깊어진다.”

■김준모 타악에 영향을 준 스승은?
▷김준모 지회장 : “2000년도에 늦깍기 대학졸업을 했다. 졸업 후, 충북지역 대학 민속연구회와 탈패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울림’에는 춤과 풍물, 민요 등 각각 역할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 가운데 풍물과 사물놀이를 하던 이들이 독립해서 만든 것이 씨알누리다. 씨알누리에서 활동하면서 늘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했을 때, 만난 첫 번째 스승은 김덕수 패 초대 사물놀이의 괭과리를 담당했던 이광수 선생이었다. 그의 소리를 통해 귀가 열렸다. 그리고 장단 민속악은 김청만 선생님, 궁중음악인 정악은 대학원에서 김정수 교수님의 지도를 통해 배웠다.”

▶현재 김준모 지회장은 (사)새울전통타악예술단 대표이며 서원대학교 음악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사)충북민예총 예술사업위원장이며 김청만, 김정수, 이광수, 김규형에게 사사받았다. 제7회 K.B.S 국악경연대회 사물놀이 은상수상과 제2회 한국의 장단찾기 한마당 명고수부에서 최우수상, 제14회 송만갑 판소리 고수대회 명고수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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