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유아문화예술교육> - 교육공동체 더하기 We 사례
'유아문화예술교육, 우리의 미래인 유아에게 예술성 함양을 도모하는 사업입니다.'

교육공동체 더하기 We에서 진행하는 ‘초록이의 빛그림’ 관련 인터뷰 통해, <유아문화예술교육> 사업을 들여다봅니다.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충북 도내 문화시설 콘텐츠를 활용하여 유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을 지원하고 전 생애주기에 문화예술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유아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3 유아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초록이의 빛그림 프로그램 중 ⓒ교육공동체더하기We(사진출처)



유아와 문화, 그리고 예술과 교육은 매우 익숙한 단어이지만 이를 붙여 놓고 하나의 단위로 생각하면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어렵다. 실제 일선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유치원, 어린이집 교원들과 예술 강사들 모두가 유아에게 진행되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을 위한 교육인가, 예술을 통한 교육인가라는 논제부터 문화예술교육의 범위를 단순 공연을 관람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직업 예술 창작활동을 하는 것까지 모두를 아우르고 있기에 지역과 기관마다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아문화예술교육은 교원들까지도 그 예술적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대상층을 ‘유아 및 유아 교사’까지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 또한 유아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및 유아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 개발·운영이다.
‘교육공동체 더하기 We’는 이번 유아문화예술교육사업을 보은군 소규모 유치원 공동교육과정으로 설계하여 진행하고 있다. 한 학급당 적으면 두세 명, 많으면 열 명 정도의 인원밖에 되지 않는 보은군 관내의 12개의 유치원이 연합하여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규모 유치원에서 결여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의 경험을 제공하여 교육 격차를 완화하고, 공동 놀이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교육 활동을 공유, 유아문화예술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고래야 사랑해’라는 그림책을 매개로 빛그림 공연과 폐현수막, 폐도서 업사이클링 놀이 활동, 샌드아트 공연과 체험 활동 등을 진행한다. 4회차로 진행하며, 2번은 유치원을 방문하여 진행하고 2번은 청주 우리문고에서 진행한다. 문고 건물의 3층에는 창작자들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와 소규모 공연장, 체험실이 규모 있게 구성되어 있어 교육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3 유아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초록이의 빛그림 샌드아트 프로그램 ⓒ교육공동체더하기We(사진출처)


연합 교사 (2023년 보은군 소규모 유치원 공동교육과정 연합 대표 박관경, 회남 병설유치원 근무중)
제가 보은에서 유치원교사를 한 7년째 하고 있는데, 이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알고 참여하게 된 것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물론 보은군에서도 교육청에서 파견해주는 예술 강사님들이 있어서 원으로 찾아와 수업을 해주세요. 하지만 아이들이 문화예술 관련 공간을 방문하고 이곳의 시설을 누리면서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은군에는 서점이 없어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 중에서는 서점을 처음 방문한 아이들도 있었거든요. 아이들이 책을 판매하고 또 책을 매개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이러한 공간에 와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문화예술 경험을 쌓는 일인데, 그것을 매번 유치원에서 자체적으로 실행하기는 어려운 일이에요. 그리고 보통 외부로 나가는 활동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고요. 그렇기에 이번 유아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통해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아이들이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취재 당일 아이들은 샌드아트 공연을 관람하고 이후에는 각각 샌드아트를 직접 경험하여 본인들의 상상 속 이야기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 한명 한명 모두에게 샌드아트 라이트 틀이 제공되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올라 본인의 작품을 친구들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들이 본인의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사들은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는 유치원이라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또래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없다고 말했다. 또래와 서로 교류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니, 이 현장을 교사들이 얼마나 의미 있게 바라보고 소중히 여기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2023 유아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초록이의 빛그림 샌드아트 프로그램」



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공동체 더하기 We’는 본래 강사들의 네트워크였다.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고 이를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과 엮는 일을 했는데, 놀라운 것은 그들 스스로도 ‘우리가 하는 것이 과연 문화예술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했다’라는 지점이다. 보통의 문화예술교육이 장르적으로는 미술이나 음악, 공연에 더 쏠림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고 하는 다양한 활동을 문화예술과 연결 짓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아의 경우, 이미 누리과정에 음악과 미술 같이 장르의 구분을 두지 않고 있으며, 융합 장르를 활용한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에 독서프로그램과 디지털 기술,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이 엮어 새로운 형태의 융합 장르 문화예술교육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교육공동체 대표 (김상영)
책을 매개로 하는 활동은 계속 해왔기 때문에 그 또한 문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겁 없이 도전한 것이 이번 유아문화예술교육 사업이었어요. 그래서 사업에 이미 ‘교육’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저희 공동체 안에서 ‘교육하지 말고,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책은 전통적으로 아이들의 교육 효율성을 높이고 더 높은 성적을 받게 하는 도구로써 사용되는 측면에 매우 강해요. 하지만 책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언어로 누릴 수 있는 가장 친숙하고도 중요한 문화예술인데, 아이들을 책을 즐기기에 앞서 배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잖아요. 부모들도 마찬가지고요. 한국 교육과정의 씁쓸한 광경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이러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주변에 자문을 구하고, 또 재단에서 컨설팅을 받을 때도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처음 아이들에게 서점 나들이를 프로그램에 넣을 때조차도 저희는 ‘이것이 문화예술활동일까’라는 고민을 계속 들었으니까요.
교육은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활동이라는 그 관념에서 교육공동체 강사들 스스로가 벗어나는 작업도 유의미했다고 김상영대표는 말한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보다 확장된 방식으로 문화예술교육을 발견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문고에서 진행되는 ‘초록이의 빛그림’ 유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흥미로운 지점들이 많다. 운영하는 강사진들도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도전과 시행착오가 의미 있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당일 현장에서 모니터링과 컨설팅을 진행했던 한국교원대학교 유아교육과 김경철 교수는 유아문화예술교육 단체들이 자주 실수하는 부분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경철 교수
아무래도 유아문화예술교육이다보니 그들의 고민의 지점이 자꾸만 유아에게 맞는 걸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예술가적인 면모, 교육자적인 역량을 다 버리고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유아들은 수준이 낮은 게 아니라 그냥 그들의 시선에서 이해하는 거예요.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 나름의 감상을 가지는 것뿐이죠. 그래서 자꾸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지점이 자주 하는 실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용에는 본인의 색을 충분히 담고 아이들에게는 과정만 친절하게 진행하면 되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아이도 어른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이 되는 것이죠.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그들이 먼저 즐기고 행복해야 그 과정에 함께하는 유아들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 이야기였다. 앞서 글에서 유아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하는 일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것은 현재도 유아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민간과 공공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또 역사적으로 유아문화예술교육이 토대를 내리기에는 우리가 겪어온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라나는 세대 교육의 중요성은 이제 온 국민이 동의하고 공감하는 가치이다. 그렇다면 이후 우리 지역의 유아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은 무엇이어야 할까? 그러고 그 건강한 논의가 오늘도 각각의 단체들 속에서, 그리고 유치원에서, 또 사회에서 끊임없이 논의되길 소망한다.

EDITOR 편집팀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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