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 강화 - 충주박물관 사례
'문화예술교육사, 그들은 현장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

충주박물관 하선미 문화예술교육사와의 인터뷰 통해,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 강화> 사업을 들여다봅니다.

충주박물관 전경 ⓒ기억록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문화예술교육사를 문화시설에 배치하여 현장 경험과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며, 충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충북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 발굴 및 활성화를 통해 도민의 문화예술 활동 참여 기회를 확대하여 문화시설을 문화예술교육의 거점공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 강화> 사업을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문화예술교육사’는 예술가로서의 전문성과 교육가로서의 역량 및 자질을 갖춘 전문인력을 의미한다.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서 보다 자세한 설명을 찾아본다면 ‘문화예술교육사’란 ‘문화예술교육 관련 교원 외에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기획·진행·분석·평가 및 교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법에 따라 자격이 부여된 사람을 말한다.’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2조 제5호). 단순히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강사가 아닌, 이 모든 과정을 A부터 Z까지 만들어내는 사람인 것이다.

충주박물관 소장품 미디어월 ⓒ기억록



하선미 문화예술교육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충주박물관에 배치되어 일하고 있다. 본래 미술을 전공하였지만 본인이 예술 교육을 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해 오히려 다른 분야의 일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돌고 돌아 다시 본인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면서 지역사회에서 본인의 쓰임을 발견하는 중이다. 하선미 문화예술교육사가 몸담고있는 충주박물관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 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며, 의무 배치 기관이기도 하다.
처음 이곳에 배치되었을 때, 하선미 문화예술교육사는 박물관을 수십 번을 돌아보았다고 말했다. 어떤 것들이 전시되어 있고 어떠한 메시지를 품은 곳인지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곳에서 본인이 무엇을 기획해야 하는지를 발견하기 위해 수십번 뜯어보고, 고민하며 나온 프로그램이 바로 ‘풍류세끼 맛·멋·흥’이었다. 예로부터 조상들이 가졌던 풍류생활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나만의 풍류생활을 즐겨보는 프로그램으로, 8회차 2기수로 진행된다. 그는 충주의 문화예술교육을 살펴보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비해 성인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현저히 적다고 한다. 시간을 쪼개어 영화를 보는 것이 문화예술 경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환경의 사람들에게 더욱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기획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2023 문화예술교육사현장역량강화프로그램 풍류세끼 맛·멋·흥 ⓒ충주박물관




'단순히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수많은 원데이클래스와 충주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에서 시작한 고민
[하선미] 다른 곳에서도 물론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 교육이지만, 충주박물관이어서 할 수 있고 또 충주박물관에서 하면 더 좋은 것들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저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모든 학문은 다 엮이고 엮여서 서로 시너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이전의 박물관을 떠올리면 무언가 정숙해야 할 것만 같고, 그래서 자유롭다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러한 틀을 깨는 것부터 ‘문화예술교육사’가 이곳에서 해야 하는 일이었어요. 문화예술교육사가 파견되기 이전부터 박물관 자체내의 역사 인문학 프로그램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고, 파견된 이후에는 무엇이라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무엇일지 증명해내야 하니까요. 물론 저는 이미 이전에 해오셨던 사업들이 이미 잘 진행되고 있었고, 그 흐름을 잘 이어가기만 했으면 되었으니까 증명에 대한 부담은 적었지만, 초반에 설계하셨던 선생님들은 그러한 부분들이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박물관을 자주 돌아보고, 이곳에서 했을 때 더 의미있는 작업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죠. 그리고 나온 프로그램이 바로 ‘풍류세끼 맛?멋?흥’이에요.
하지만 어려움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더라고요. 저에게는 기획자와 강사의 미묘한 간극을 메워나가는 일이 난관이었어요. 기획자인 저의 의도와 방향성은 잡혀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강사님이 후반에 투입되는 구조였거든요. 하지만 기존에 문화예술교육 강사를 하시는 분들은 이미 본인 나름의 커리큘럼이나 교육 방향성이 경험적으로 쌓이신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기획자로서 드리는 이 가이드가 마치 그들에게는 실제 월권처럼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는 거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더라고요. 만약 강사님이 이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기획 단계인 처음부터 같이 하셨다면, 제가 기획한 의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셨을까? 그런 생각들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자칫 이 기획이 흐트러지면 기존의 원데이 클래스와 같아지는 측면이 있고, 이 교육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보다 전문적인 교육 기획이 꼭 필요했거든요. 그것이 문화예술교육사가 투입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강사 역시도 이미 많은 시민들과 교육현장에서 호흡하면서 쌓인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고, 그것도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지점이죠. 그렇기에 저는 문화예술교육사의 기획이 한 80% 진행된 시점에서 강사와 같이 소통하면서 마지막 20%를 채우는 과정이 더욱 매끄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며 완성형으로 나아갈 수 있고요. 문화예술교육사의 ‘조정자’적인 부분이 실무를 하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판단되었어요.

2023 문화예술교육사현장역량강화프로그램 풍류세끼 맛·멋·흥 ⓒ충주박물관



문화예술교육의 당위성은 이미 많은 시민이 공감하는 바이지만, ‘문화예술교육사’가 지역에서 어떠한 일을 왜,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계속해서 더 많이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다. 아직도 문화예술교육사의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이 더 많은 상황에서 문화예술교육사의 전문성과 역량이 발휘된 사례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이다. 그들은 지역 문화자원 및 문화시설을 활용한 질 높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지역주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독려한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기관이 지역민에게 문화예술거점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래서 시민의 삶과 문화예술, 공간이 더욱 잘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문화시설 대상 문화예술교육사 활용도 및 자격제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전문성을 갖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에도 영향을 끼친다.
[하선미] 제가 이 안에서 많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그것의 기쁨이 커요. 공부하면서 계속 머릿속에서만 열심히 돌려봤던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직접 해보는 일이잖아요. 머릿속에서는 완벽했다고 여겼던 일들이 실제 수강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다듬어지기도 하고, 생각보다 좋은 피드백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오기도 하고요. 강사님과 참여자들과 만나면서 하나하나 저에게 정말 살 붙듯이 오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저의 성장만큼이나 참여자들의 성장을 목격하는 순간도 정말 감격스러워요. 아이들은 하루하루 크는 게 달라서 그 성장이 눈에 잘 띄지만, 어른은 사실 아이들보다 성장이 더디게 오거든요. 그 더디지만 의미 있는 성장을 보여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문화예술교육이 어떠한 힘을 갖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단순히 ‘문화예술교육사’라는 자격 조건이 취업의 등용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전문적인 인력을 단순히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 방치하는 것 역시 가치 있는 방향은 아니다. 또한 전국적으로는 문화예술교육사가 많이 배출된다고 하지만, 충북의 현장에서는 오히려 그들과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양성과정 자체가 많이 신설되지 않았고, 지원자도 수도권에 많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충주박물관만 하더라도 사업 3년 차에도 지원자가 없어 다른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사를 모셔와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사업으로 지역 곳곳으로 배치된 문화예술교육사들의 사례들이 계속해서 수집되고 있다. 처음의 우려 섞인 시선과는 다르게 문화예술교육가들과 참여 기관의 만족도는 꽤나 긍정적이다. 2021년 충북문화예술교육 정책주간 ‘<정책포럼-충북 문화예술교육사 발전 방안>’의 내용을 회고하자면, ‘특히,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충북 지역의 사업이 매우 탄탄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 사업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인턴십 지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단장 발제문 발췌’고 한다. 물론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문화예술교육사가 지역의 현장에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아직 유효한 것이다.

EDITOR 편집팀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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