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꿈다락문화예술학교 지원사업 선(-)을 넘는 아이들
'제천기적의도서관'

꿈다락문화예술학교 지원사업은 (재)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충청북도가 후원하는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제천기적의도서관에서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3년간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활동을 매개로 친구나 가족과 소통하고 즐기며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선(-)을 넘는 아이들]을 운영해오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쟤 선 넘네?”라는 말은 화자나 청자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선(-)을 넘는 아이들]은 ‘아이들’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친숙하고, 재미있는 느낌으로 이용자와 참여자들에게 다가간 모양이다. 간혹 [선(-)을 넘는 녀석들]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신 걸 보면.

2022 [선(-)을 넘는 아이들 Ⅱ] 프로그램 : 음악을 그림으로! 액션페인팅 ⓒ 제천기적의도서관



COVID-19로 아이들이 외출을 마음껏 하지 못한 시기에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사업선정은 운명과도 같았다. 아이들은 문화생활은커녕 가족 혹은 친구들과 만남조차도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제재에 따라 어울리기 힘들었다. 한창 밖으로 나가 자연과 뛰어놀며 감수성과 사회성을 키워야 하는 시기에 아이들은 비자발적 집순이, 집돌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제천은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충분하지 않았던 곳이라 아동, 청소년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루트는 학교와 학원이 전부였다.
‘몸이 근질근질한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놀며 예술을 경험하게 할 순 없을까?’, ‘도서관이란 장소가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그림책이라는 커다란 예술 속에서 그들의 상상력을 통해 예술과 학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놀고 즐기며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없을까?’ 선(-)을 넘는 아이들은 이러한 무수한 고민과 생각 속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2021 [선(-)을 넘는 아이들 Ⅱ] 프로그램 - 마블링으로 우주 행성 표현하기 ⓒ 제천기적의도서관



첫해엔 음악과 미술, 사진과 미술, 과학과 미술을 접목한 융합 미술을 통해 아이들이 다채로운 활동을 경험하도록 시도하였다. 아이들은 드보르작 음악을 듣고 오르프 악기를 두드리며 소리와 자신의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전문 사진작가에게 사진 기술을 배운 후 팝아트를 시도하기도 하였으며, 마블링 기법을 이용해 우주 행성을 표현해보기도 하며 이게 예술인지, 예체능인지, 과학인지 모를 활동에 선을 넘나들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예술을 체험하였다. 미술을 바탕으로 음악도 경험하고, 그 속에 숨어있는 과학도 파헤쳐보고, 사진기로 찍은 사진이 예술이 된다니…. 아이들은 주변이 온통 예술과 밀접하게 접해있구나! 라는 것을 몸으로 느낀 시간이 되었으리라!

2022 [선(-)을 넘는 아이들 Ⅱ] 프로그램 - 떨어지는 달걀을 구해라! 스턴트 에그 / 공룡화석 만들기 ⓒ 제천기적의도서관



2022년에 진행된 [선(-)을 넘는 아이들Ⅱ]에선 책과 연계하여 스토리텔링으로 맛보는 과학, 기술, 수학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해 보았다. 아이들은 낙하하는 달걀을 깨지지 않게 다양한 방법으로 스턴트 에그를 시도하고, 공룡화석에 대해 탐구한 후 화석을 만들기도 하였으며, 업사이클링 미술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또한 코딩과 미술을 접목한 코딩 미술을 통해 동네 지도를 그룹 지어 만들어보기도 하고, 온몸을 사용해 표현하는 액션페인팅, 산과 염기의 반응을 알아보고 천연염색 체험하기, 자연물 그림책 작가 최향랑 작가님과 함께 자연물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특히나 아이들은 고학년, 저학년 가릴 것 없이 온몸을 쓰며 작업하는 시간을 유독 즐기고 좋아하였다. 스턴트 에그처럼 도서관 외부로 나가 달걀을 던진다거나 물감 묻은 공을 이리저리 굴려 하얀 천에 굴리고 물감을 뿌리는 액션페인팅 등 몸으로 예술을 즐기는 시간을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으로 손에 꼽으며 좋아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올해 진행된 [선(-)을 넘는 아이들Ⅲ_우리들의 이야기를 도서관에 세우다]에서는 2년간의 운영을 통해 습득된 예술표현방식에 미디어의 기술적 측면을 결합하여 새로운 영역의 경험을 주고자 하였다. 모든 사물의 기초가 되는 ‘선’으로 표현하는 예술을 시작으로 점점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식이었다. ‘선’을 바탕으로 젠탱글이나 라인 아트 드로잉, 스트링 아트를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보고, 더 나아가 대형 천에 모든 참여자들이 함께 달려들어 그림을 그려 인도의 왈리미술을 표방해보기도 하였다. 또한 아이들은 인디언으로 변신하여 텐트를 세워 도서관 마당에 설치하기도 하고,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작업물을 ‘빛’과 접목해 표현하기도 하였다.

[선(-)을 넘는 아이들 Ⅲ_우리들의 이야기를 도서관에 세우다 ] 프로그램 - 대형천에 왈리미술 표방하기 / 스톱모션 프로그램 ⓒ 제천기적의도서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획한 디지털 미디어아트 탐방은 새로운 예술의 장르를 접하고 신선한 자극을 경험하기에 충분하였다. 아이들은 미디어아트로 번쩍이는 공간 속에서 흩날리는 빛을 잡아보려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탐방 직후 아이들은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문질러 작업하며 “우와~ 이거 우리 탐방 가서 본 디지털 아트? 그거 같아요!”라고 감탄을 하기도 하였다.
아이들의 완성된 작품은 매년 도서관 곳곳에 전시하여 도서관 속 갤러리로 운영 하였다. 도서관 앞마당 멋들어진 나무 사이에 아이들이 만든 모빌과 연이 바람에 흩날리기도 하고, 도서관 출입구와 발코니, 서가 곳곳에 꼬마 예술가들의 작품을 비치해 도서관을 방문한 이용자들이 오가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도서관이 책을 읽고 빌리는 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시키고 싶었다. 참여했던 아이들은 도서관에 오면 내가 만든 작품이 상시 전시되어 있으니 가족과 친구에게 보여주고 설명하며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의 작품은 영상으로 제작하여 SNS 및 태블릿 등 미디어 기기를 통해 상영하고 있다.

글쓴이 유리나(제천기적의도서관 독서문화서비스팀)



사실 [선(-)을 넘는 아이들]을 3년 동안 운영하면서 모든 것이 수월하게 흘러가지는 않았다. 문화예술교육사나 전문 강사가 많지 않은 지역 특성상 섭외의 어려움부터,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시도해야 하기에 하나의 예술 장르를 여러 각도에서 남다르게 관찰하여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강사들이 힘들어하기도 했다. 참여자들 또한 저학년의 경우 출석도 열심히 하고, 모든 차시에 참여도 열정적으로 하는 반면, 고학년의 경우 본인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강사들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고민이 있을 때마다 강사와 담당자 및 도서관 관계자들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였다. 지난 3년 동안 모은 참여자들의 후기는 그동안의 고민과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었구나! 느끼게 한다.
어느 강연에서 강연자가 한 말이 가슴에 새겨져 계속 맴돈다. “지식의 차이는 좁힐 수 있어요. 하지만 경험의 차이는 좀처럼 좁히기가 힘듭니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잘 구축된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들 혹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어쩌면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그 외의 지역에서 살거나 접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경험’을 준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꿈다락문화예술학교 지원사업은 어린이들에게 예술가로의 ‘꿈’을 심어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바로 앞으로의 문화예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EDITOR 편집팀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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