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립미술관의 역할
'지역 미술 아카이브로서의 공립미술관'

지난 2016년 7월, 지역의 염원이었던 청주시립미술관이 개관했다. 개관전 <여백의 신화> 이래로 동시대 현대미술 전시와 더불어, 지역의 미술사 정립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지난 미술사를 되짚어보는 전시 <어느 누가 답을 줄 것인가: 1980-1990년대 청주미술>(2017), 지역 연고의 작고작가전인 <그림 그리기 좋은 날>(2019), <이완호: 삶과 예술의 일치>(2020), 지역의 젊은 작가전인 <내일의 미술가들>(2017, 2018), 중진 작가 릴레이 전시 <로컬 프로젝트-포룸>(2019), <로컬 프로젝트 2020> 등이 그 예이다.



개관전 <여백의 신화: 청주, 한국초기현대미술의 역사를 쓰다>(2016)는 한국 현대미술의 큰 획을 그은 청주 출신의 작고 작가인 김복진, 김기창, 박래현, 정창섭, 윤형근, 박노수, 김봉구 작가의 작품과 함께 그들의 작품을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한 아카이브를 제시하여 청주 미술의 근본을 보여주고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다. 또 다른 기획전 <어느 누가 답을 줄 것인가: 1980-1990년대 청주 미술>(2017)은 1980~1990년대에 청주에서 활동했던 그룹과 화랑 등의 공간을 중심으로 작품과 아카이브 등을 수집, 연구, 전시하여, 동시대 청주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더불어 우리 지역의 작고작가 전시 및 청주 지역 연고의 젊은 작가들을 선정하여 전시하는 <내일의 미술가들>(2017, 2018)을 진행하였으며, 이를 좀 더 범위를 넓혀 중진 작가들에게 1층 대전시실에서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로컬 프로젝트>(2019, 2020)를 운영하여, 지역 작가의 데이터를 누적 시켜 청주 미술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충북 최초의 공립미술관으로 우리 지역 미술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이를 수집?정리하며, 동시대 우리 지역의 미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지역 미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청주시립미술관은 전시마다 <작가와의 대화>, <어린이 체험 교육 프로그램> 등의 연계 프로그램 및 행사를 진행하며, 매년 다양한 주제의 <시민과 함께하는 현대미술강좌>, 미술 전문 도슨트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들의 문화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변화하는 미술관: 위기를 기회로
지난 2020년은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언제 닫을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보내왔다. 물론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시나 행사를 취소하고, 기간이나 대상을 축소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 아쉽기도 하고, 다음 기회를 약속해야 하는 상황을 보는 주최 측의 입장도 씁쓸하기만 했다.
그런 순간에도 대응 단계가 떨어지면 미술관은 철저하게 방역을 하며 조용히 문을 열었고, 여가생활을 위한 장소가 없던 시민들이 잠깐 들려 작품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작년 초반에는 개관 이래 처음으로 그동안의 소장품 수집 성과를 보여주는 전시 <심안으로 보라>(2020)를 열었다. 코로나가 막 퍼지기 시작한 직후라서 개관을 할 수 없어 영상으로 찍어서 공개했다. 이후, 작고작가전 <이완호: 삶과 예술의 일치>(2020), 현대미술전 <미디어 심포니>(2020)도 차례로 진행했으며, 지역 중진 작가의 릴레이 전시 <로컬 프로젝트 2020>도 1층 전시실에서 릴레이로 진행했다. 중간에 몇 차례 문을 닫았었지만 그래도 수도권에 비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다만, 예전처럼 정규 시간에 하는 도슨트(작품 해설사) 설명이나 단체관람은 운영하지 않았으며, 개막식과 전시연계 체험 프로그램 등도 없어졌다. 대신 1인 내지는 2~3명이 같이 와서 발열 체크를 하고 나서 도슨트 설명이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체험 프로그램은 전시를 감상한 후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체험 활동지로 대체되고, 직접 올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전시설명 영상을 제작해서 SNS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전시 개막을 알리던 엽서에도 QR코드를 넣어 작가 사전 인터뷰와 전시 소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제시해서 비대면 접근 방식으로 정보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전시 소개 영상의 조회 수도 올라갔다. 예전에도 전시 소개 영상을 올린 적은 있지만 조회 수가 적었었다. 또한, 이전처럼 도슨트 설명은 들을 수 없었지만, 직접 만나기 힘든 작가나 큐레이터의 설명을 온라인으로 들으면서 조금 더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생겼다. 이처럼 미술관에서도 어려운 시대이지만, 시민들이 문화 예술을 누리며 조금 더 나은 문화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 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다각도로 검토?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가 변했고, 이에 따라 미술관도 예술을 제공하는 방법을 달리하며 변화하고 있다. 다만 내용을 표현하는 미디어가 달라졌을 뿐, 시민들에게 다양하게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서, 또한, 지역 예술을 담아내는 아카이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우리에게 유일무이한 우리 지역 대표적인 공립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생각한다.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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