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의 가치와 자리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고 찾아주는 소비자들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된 한 해'

2020년은 우리의 삶 전반이 흔들린 전 지구적 격변기, 대전환의 시기였다. 4차산업혁명이니 5차산업혁명 같은 용어가 범람하며, 인류의 삶이 또 한 번 큰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던 시대에 급작스럽게 맞닥뜨린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지축을 흔들었고, 바이러스성 감염병에 대응하는 자세에서 각국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선진국이라고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던 나라들이 선진국이기보다 강대국이었으며, 오랜 역사 속에 국가별로 잠재된 문화 의식과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태도 등에서도 국가별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질병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별 과학기술의 발달 정도가 국력의 토대가 되어 감염병 검사시스템이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가장 기초적 토대이며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질병 관리시스템 전반을 관장하고 작동시켰다. 위기 속에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색을 하게 하며 삶의 전반을 주도하고 영향을 주는 것 또한 과학기술의 힘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이 모든 것을 지배하거나 관장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정보와 시스템도 오랫동안 누적된 생활 문화의 힘과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 및 인간의 의지를 능가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여실히 드러났다.
온몸뮤지컬컴퍼니 - 어린이 뮤지컬 놀이터 및 시민 뮤지컬 창작 프로그램

일상의 상실만이 아니라 생명과 생업이 위협받는 그야말로 초유의 한 해. 당연시 여겼던 통로와 관계가 차단되고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코로나19라는 암울한 터널 속에 갇힌 2020년 문화예술의 자리도 전방위 위기를 겪었다. 몇 년에 걸쳐서 가져올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의 자리는 어디이며, 어떤 가치를 담아낼 것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을 하게 된다.
생명과 생업은 누구도 놓을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극단의 지점이다. 예술인들에게 예술 활동이 삶이며 생활이었음에도 처음 맞닥뜨린 절박하고 위협적인 상황 속에서 예술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예술의 향유는 그야말로 사치처럼 여겨져서 2020년 상반기까지 문화예술의 자리는 너무 쉽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암울한 상황이 길어지며 위기 속에 다양한 상처와 아픔을 겪게 되고, 피폐해진 삶과 영혼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그 무엇을 내면에서 간절히 갈망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예술이 우리 삶에 위안이 되고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준다는 점을 다시 환기하게 된 한 해, 뒷전으로 밀려나던 문화예술이 우리 삶을 어루만져주고 정신적 위로가 되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는 자리매김을 하게 된 해이기도 하다.
드림톡톡 어린이 미술관- 어린이 미술관활동

영혼을 어루만지는 예술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각자의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지닌 예술가들은 예술가다운 정신과 지향하는 가치가 있다. 그 힘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묵묵히 밀고 나간다. 또한 예술가들은 인간다움이란 무엇이고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사회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며 자기만의 독창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작품을 통해 사람을 어떻게 보듬고 우리 삶의 지형과 온도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새기고 질문하며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삶, 사회적 문제에 작품을 통해 스스로 응답할 수밖에 없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현실 속에서 예술가들의 정신은 더 예리하고 치열하게 현실에 대한 고민과 응답을 고스란히 담아 밀도 높은 작품활동을 해나가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매개로 관객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예술의 지평을 확장해가는 예술가들에게 갑자기 요구되는 관객과의 거리두기는 당황스럽게만 여겨져서 다른 분야보다 새로운 현실에 대한 적응과 대응이 늦었다. 새롭게 요구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결국 서로의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 특히 소통방식의 변화가 필요했고, 거리두기와 비접촉이 요구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모든 영역이 온라인으로 단일화되는 방식은 생각할수록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드림톡톡 어린이 미술관- 실버미술아카데미, 동네 벽화

분명한 것은 사회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은 물론 세계관과 가치관 등 모든 것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 또한 내용이나 형식 모든 면에서 변화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의 방식을 고집할 수 없다는 것은 예술적 접근방식만이 아니라 예술적 사고방식 전반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고,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최소 대면 혹은 온라인에 적합한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운영되었다.
콘텐츠와 전달방식 즉 내용과 형식에서의 변화만 있는가? 예술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어떠한가? 예술이 좋아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일부 극소수의 예술가를 제외하면 먹고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어서, 예술가 자신의 결핍과 헤쳐나가야 할 생활의 절박함으로 인해 그들의 작품을 만나고 가치를 인정해주는 예술 소비자들의 중요성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느티올 여행학교 - 얘들아 숲이 부른다. 몸으로 말해요


2020년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고 찾아주는 소비자들의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된 한 해이기도 하다. 단순히 온라인, 오프라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작품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에 관심 갖고 응답하는 관객, 예술작품을 적극 향유하는 관객, 달리 말하면 문화예술 소비자들의 가치를 새삼 확인하고, 문화예술의 가치와 함께 예술가와 예술 향유자의 거리와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물음을 마주하게 된 한 해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환기에 응답하는 우리 삶의 지형도는 고스란히 예술작품에 깊은 자국을 남길 것이며, 위기와 상실에 대처하는 공동체의 태도는 고스란히 지역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의 작품에 생생하게 아로새겨질 것이다. 문화예술의 자리는 사람다움을 담아내고 현재적 삶 속의 의미와 방향을 발견하는 것이며, 예술인들의 이러한 정신이 살아있을 때 문화예술의 가치도 깊숙이 새겨질 것이라 기대한다.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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