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로컬 콘텐츠로 물든 이곳, #단양노트
'단양노트_이승준 대표 인터뷰'

이승준 님은 현재 #단양노트를 운영하고 있다. 단양에서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기획, 여러 작가의 콜라보를 통해 단양의 로컬 굿즈를 자체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10여 명의 작가와 콜라보를 통해 단양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 #단양노트의 이승준 대표. 그가 자력으로 지역에서 콘텐츠로 밥 벌어 먹고사는 이야기는 지금도 많은 로컬크리에이터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전국의 많은 청년이 지역에서 ‘로컬크리에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문화의 흐름은 소셜네트워크와 하이퍼 로컬의 트렌드를 타고 더욱 매섭게 성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과연 ‘로컬크리에이터’가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는 명확한 답을 얻기가 어려웠다. 이는 그 대상이 기획자, 기업가, 공간운영자, 예술가의 언저리에 다 걸쳐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자아를 가지고 있든 지역의 문화를 자산화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확실하다. 이번 호에서는 ‘#단양노트’를 운영하는 이승준 대표를 만나 그가 어떻게 단양의 로컬문화를 발굴하고 기획하였는지 들어보았다.

#단양노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승준 대표


공간에 들어오니 스탬프투어를 위한 단양여권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요, #단양노트에서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많은 곳이 연결되어 있네요. 기획자로서 정말 많은 수고가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단양여권 스탬프투어는 단양여권을 구입해서 로컬가게들을 이용하고 스탬프나 영수증을 받아 그 개수에 따라 단양굿즈를 보상으로 받는 투어 프로그램이에요. 저희 #단양노트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로컬문화콘텐츠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단양여권 스탬프투어를 지금의 궤도에 올려놓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초기 모델은 지원 사업을 받아 구체화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도움도 꼭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굉장히 좋은 프로젝트지만 민간의 한 사업체가 이 모든 것을 끌고 가기에는 재정적으로 상당한 부담이거든요. 그래서 단양군에 계속해서 제안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사업 담당자분들은 상당히 호의적이었지만 군에서는 처음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는 행정적인 측면의 조건들이 굉장히 까다로웠다는 거예요.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단양군관광협의회와 단양관광공사와 협업하는 구조로 일단락되어 현재 진행 중이고, 많은 분께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죠. 약 45군데의 업체가 들어와 있고 이 로컬가게들은 제가 다 발로 직접 뛰어 섭외한 곳들이에요. ‘단양 로컬크리에이터가 직접 추천하는 찐로컬여행’이라는 컨셉에 가장 충실하게 임했다고 자부하는 부분이죠.

단양여권과 스탬프. 단양 여행을 다니며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다.


본래 고향도 아닌 단양이라는 낯선 지역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로컬 콘텐츠를 제작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로컬브랜드를 소비하는 문화는 관광산업과 많은 연관이 있어요. 경주나 제주에는 지금도 로컬브랜드를 입힌 굿즈샵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같은 이유로 로컬크리에이터들도 관광도시에서 더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로컬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단양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단양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다른 여행 도시와 비교해봤을 때 볼만한 것들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찾아오시는 연령대도 다양해요. 그래서 제가 평소에 관심이 있던 일러스트 작가님들께 연락해서 단양을 소개해드리고 이를 콘텐츠화하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단양의 같은 장소여도 작가님의 스타일에 따라서 다르게 표현되는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저희 공간의 베이스가 독립책방이다 보니 처음에는 책의 비중이 훨씬 컸어요. 단양의 콘텐츠들이 사실 갑자기 한꺼번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예술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기한을 충분히 주고 천천히 채워나갔어요. 지금의 굿즈들이 풍성하게 채워지기까지는 3년 남짓 걸린 것 같아요. 초기 설계 때도 3년간은 정말 버틴다는 생각으로 진행했거든요. 지금은 제법 많은 분이 저희 #단양노트를 찾아주고 계시죠.

左) #단양노트의 외관. 유리창을 가득 채운 포스터와 엽서가 눈에 띈다. 右) #단양노트의 내부. 로컬굿즈와 독립 출판물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스스로 로컬크리에이터를 정의한다면?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단어가 생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선은 넓게 해석해서 지역을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관심이 있는 키워드라 많이 공부하고 있는데 파고들수록 그 정의가 명확하게 나오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단순히 지역을 알리는 것만을 조건으로 한다면 유명한 맛집 역시 지역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지만, 그곳의 사장님을 로컬크리에이터라고 하진 않거든요. 지역의 문화를 자산화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 결여되어 있다고 보니까요. 말 그대로 크리에이터(Creator)로서의 활동도 중요한 지점인 것이죠. 지역에서 활동한다고 모두를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현재 #단양노트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한 굿즈들


더 많은 단양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나타난다면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렇다면 물론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사실 청년들이 이곳에서 자력으로 살아남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에요. 서울보다 집값이 쌀 것 같지만, 월세도 생각보다 그리 싸지 않고 관광도시다 보니 비수기도 무시 못 할 요소죠. 그 시기를 수입 없이 버텨야 하니까요. 여기 시장 상인분들도 그래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늘 힘들어하세요. 게다가 이곳은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을 위한 지원정책이 거의 없어요. 지역에 정착하려면 이런 부분이라도 장점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죠. 그래서 지금 있는 청년들만이라도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들을 예전부터 조금씩 해오고 있어요.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필요한 일이고 또 그게 제가 이미 구축한 지역민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청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스스로 청년을 정의한다면?
중앙 정부에서 청년을 법적으로 정의하는 기준에서 보면 저는 청년으로서 3년 정도가 남았어요. 그런데 단양에서의 청년의 기준은 만 49세예요. 조례로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청년 창업지원프로그램도 만 49세까지 지원할 수 있죠. 제가 그 청년 창업지원프로그램에서 배출된 1호 창업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자체에서 필요로 정한 이 청년의 기준도 사실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청년을 몇 세부터 몇 세라고 지정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요. 행정적인 집행을 위한 기준으로만 존재하겠죠. 그리고 그 법적인 기준이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으로서 청년에게 쓰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청년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그것이 바로 청년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지금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3년 후에 이제 청년이 아니니 청년들이 하는 활동에서 그만하라고 하면 슬플 것 같거든요. 실제 제가 지역에서 청년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주 많고 앞으로도 많아질 예정이니까요.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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