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어쩌다 <청년창작소 오롯>
'문화학교숲 임완준'

임완준님은 괴산에서 '문화학교 숲'을 운영한다. 이야기를 기반으로 지역민들과 문화예술 교육,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 문화학교 숲은 청년 3명이 함께 마음을 모아 새롭게 단체를 열었다. ‘지금, 여기’에서 참교육을 일구며 교육, 문화, 농사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기 위해 애썼다.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돌아보고 자기 삶의 자긍심을 북돋는 일이 바로 문화예술이라 생각하며 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농촌의 삶과 가치를 단체에 녹아내려 노력했다. 기존에 활동했던 폐교라는 거대한 공간을 떠나 면사무소 뒷골목의 작은 양곡창고를 임대해 도서관, 사무실, 교실을 만들었다.
우리를 일으킨 ‘어린이’라는 존재
무수한 실험과 도전, 좌절과 극복, 고독과 외로움, 자비 없는 긴 농한기를 거치며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냈다. 우리를 여기까지 살아낼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주저하지 않고 ‘어린이’를 꼽을 것이다. 지금껏 한 번도 쉬지 않고 어린이, 청소년을 만나며 서로의 요구와 욕구에 따라 다양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지속해왔음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이 지친 우리에게 준 따스한 위로와 굳건한 신뢰는 우리를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원동력이자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밑거름을 발판으로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 터널의 끝에는 새로운 갈증과 고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左) 2021년 2030청년밥상모임 모집 웹자보. 이것을 시작으로 13명의 청년이 모여 모임을 이어나갔다.
右) 2030청년밥상모임에서는 밥을 먹은 후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그 중 삶의 연대기를 작성하는 모습


청년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만들다.
바로 청년들이 머물 공간과 일거리가 없다 보니 청년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농적 가치를 품고 농촌에 내려와도 일할 거리가 없고 쉴 공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4년 봄, <삼선배움과나눔재단>과 <한살림우리씨앗농장>의 도움을 받아 청년 베이스캠프를 소수면 옥현리에 차리게 되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통해 우리는 함께 배우고 성장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결혼하고 애를 낳아 살다 보니 어느새 우리 부부는 ‘살아낸 청년’이 되어버렸다. 마음은 청년이지만 예전처럼 청년들은 우리를 청년으로 보지 않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늘 같을 수 없다. '청년을 살아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농촌에서 살겠다는 마음을 먹은 청년에게는 좋은 '멘토'가 있는 '비빌 언덕'과 농촌에서의 삶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과 미래의 상을 그릴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키워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모두가 알아야했다. 그래서 <문화학교 숲>은 우리의 동료이자 선배,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청년들의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었다.

2021년 8월 3일. 충남 금산군에 있는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들락날락 방문


고민의 끝, 우리 같이 밥한끼 하자
'청년들의 든든한 비빌 언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우선 당장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모든 생명의 기본 활동이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듯, 모든 일의 시작은 밥을 먹는 일부터 시작되니까.
그래서 2020년 충북문화예술교육거점 사업 중 하나로 <2030밥상>이 시작되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 문화학교 숲에 모여 함께 밥을 나눠 먹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만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개개인 사이에 자리잡고 있던 벽은 점점 불투명한 실이 되어 서로를 끈끈한 고리로 이어주고 있었다. 단순히 밥만 먹은 것은 아니다. 괴산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엮어 팟캐스트로 제작하여 공유하기도 하고 이를 묶어 책으로 발간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청년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지역 청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이 모임은 그 이듬해까지 지속되었고, 몇 년 전부터 이야기해 오던 <괴산읍내 청년 공간 꾸리기 프로젝트>가 무더운 8월 초 금산군의 <청년문화예술협동조합 들락날락>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 방문을 통해 청년 공간 만들기는 청년 손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이틀 뒤 적당한 공간이 매물로 나왔다. 우리는 건물을 보자마자 앞뒤 보지 않았다.
"일단 저질렀다!"





월세 계약 후 기획 회의 및 리모델링이 시작되었고 페인트칠부터 전기, 조명 등등을 다 셀프로 시공하였다. 대부분의 비용은 지역 청년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삼선재단>의 도움을 받아 지출되었고, 알음알음 후원금을 받아 충당했다. 코로나19의 방해로 오픈 파티는 후원자를 초대하여 12월 말경에야 할 수 있었다.
현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되고, 평일 저녁에는 누적 인원 130명이 오롯에서의 모임을 지속해나가고 있으며 지난 5월부터는 괴산시장상인회와 함께 플리마켓도 운영 중이다.
우리가 함께 현재를 ‘오롯’하다.
우리는 함께 현재를 살아내고 있다.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소중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의 좋은 기운을 주고받으며 지금을 살아간다면 <청년창작소 오롯>의 존재만으로도 우리는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농촌에서 자신의 삶과 문화를 찾아 당당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만나는 어린이, 청소년들도 다양한 삶을 꿈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긍정하는 법을 알고 그 공동체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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