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서로 다른 상상을 펼치다, 지역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변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에 맞는 문화예술교육의 설계 비대면이 당연해진 지금, 기획의 판부터 더욱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숨 쉬듯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삶의 한 장면이다. 그것에 ‘교육’이라는 개념을 씌워 조금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전통적인 방식의 교수법이 아닌 더 확장된 의미로의 교육으로 이해한다면 좋을 것이다. 어느 날은 경험으로 또 어느 날은 토론으로 혹은 만남과 교류로써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제 어디에서나 문화예술교육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오늘의 글에서는 크게 정책안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교육의 분야에 집중되어 있음을 먼저 알린다. 이 분야의 공적 지원자금이 어떻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광역 혹은 기초 단위로 그래서 실행 교육단체에서 어떻게 다시 시민으로 가는 지 그 흐름에서 우리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처음으로 중앙 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방문하여 허윤정 지역협력팀장을 만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협력팀장 허윤정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더 가까이 누리는 문화예술 교육, 함께 만들어 가는 문화예술교육’ 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모든 국민이 전 생애 걸쳐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과 국가의 문화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문화체육관광부산하 공공기관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누리집 발췌
‘중앙은 실체가 없고 모든 것은 기초에서 이루어진다’
대화의 시작에서 현장의 중요함을 가장 먼저 강조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가장 먼저는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단체 혹은 개인이 있는데 이들은 스스로를 예술가라 칭하기도 하고, 기획자 혹은 강사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문화예술교육을 직접 경험하는 시민들이 있다. 시민들은 앞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미션에서 살펴보았듯 전 생애기에 걸쳐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현장을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광역센터 혹은 기초센터가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이 각각의 지역 센터에 큰 정책 기조를 담은 사업을 가장 먼저 안내하는 기관인 셈이다. 즉 직접 현장을 만나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이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반영할 것인지에 방점을 찍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책의 흐름을 이야기한다면, 초반에는 한정된 예산으로 어떤 국민을 지원할 것이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문제로 시작했었어요. 그래서 특정 계층을 정해야 한다면 그것은 결국 특수, 소외 계층으로 먼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게 10년간 이어져 왔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시대적인 요구가 문화예술교육이 일반인들에게 너무 동떨어져 있으니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흘렀고,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조가 나타났어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시행하라는 것이었죠. 지원의 중심이 특정 계층에서 우리 지역에 있는 주민들로 그 대상이 옮겨 갔으니 지역마다 우리 주민들에게 맞는 방향으로 사업을 설계해야 했죠.
그래서 예전에는 저희 사업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이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였는데, 여기에는 꼭 지켜야 하는 사업 구조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한번 할 때 3시간을 꼭 채워야 하거나 연간 횟수, 시기, 대상 등이 다 고정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다 풀어져 있는 상태예요. 지역에서 알아서 그 현장 상황에 맞게 하는 거예요. 예산 역시 2019년부터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합쳐져서 지역에서 그 상황에 맞게 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올해부터는 아예 이 예산을 광역 지자체 예산 안에 직접 넣어주는 구조, 이를 지방이양이라고 하는데요. 이 구조로 바뀌어서 최종적으로 국가가 개입하지 않게 되었죠. 그래서 이제 그 지역에 맞는 설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거예요.”



꽤나 큰 변화의 골조가 있었지만 혁신의 현장 그 첫 단의 의욕이 과연 현장으로 가는 데는 얼마나 걸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이 부분에 대한 허윤정 팀장의 의견을 물었다.
“저 역시도 이 정책이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예요. 예상하자면 그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생각해요. 이것은 변화된 정책을 받아들이는 온도 차이에서 비롯될 수도 있는데요. 저희는 직접 정책 문서를 보고 이해하고 이를 광역센터에 전달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 다리만 건너도 사실 정책 변화의 온도가 깎여요. 그리고 역시 그 광역센터에서도 팀장이 담당자에게 전달하면서 또 깎이고, 이 담당자가 현장과 소통하면서도 한 번 더 깎일 수 있어요. 이 변화에 대한 강도, 속도, 긴급함 혹은 절박함이 최초 정책을 설계한 사람부터 현장으로 내려가면서 온전하게 전달되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 일지 저도 장담할 수는 없거든요. 그것이 바로 정책의 어려움일 것이고, 그 격차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하죠.”
정책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또 코로나라는 뜻하지 않는 변화까지 만나지 않았던가.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직접 시민들을 만나야 했기에 이를 풀어내야만 하는 과제에 봉착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대면 송출이었고, 이 역시도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코로나 이후 변화는 비대면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식인 것 같아요. 제가 현장 베이스가 아님에도 사업 기획을 할 때, 워크샵을 하나 기획해도 줌(zoom)으로 송출되는 것인지를 먼저 알아보게 되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대면과 비대면을 동일 선상에 두게 되었다는 지점이 의미 있는 변화지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의 대상도 예전에는 실제 참여한 인원들만 포함했다면 이제는 비대면으로 만나는 사람까지를 포함해서 수혜자로 보고 있죠. 대상과 상황을 고려하는 스펙트럼이 코로나 이후 확실히 넓어졌어요. 하지만 문화예술교육현장에서 기존의 방식에 비대면 송출만 입히는 형식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결과를 낳았죠. 저는 그것을 부대낌이었다고 생각하는데, 현장에 계시는 분들도 수혜자분들도 많이 힘드셨으리라 생각해요. 이 과도기를 거치면서 저희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는데 우선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기획이 아닌 비대면을 고려하는 기획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죠. 대상이 확대되었고, 비대면으로 발생하는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기획이요.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증폭되는 요소들은 저는 더 무한하리라 생각해요.”



그렇기에 허윤정 팀장은 이 모든 것을 광역센터 내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이 판을 영리하게 짜서 현장이 결정하는 구조’로 가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직접 현장의 예술가와 기획자를 파트너로 삼아 그 고민을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센터의 역할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내실 있는 주체로 파트너를 발굴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문화예술교육 거점 사업의 의미와 맞닿아있다고 본다. 그 파트너들이 현장에서 다양한 예술가와 기획자들을 만나 자생적으로 네트워크를 조직하게 만들 수 있도록 센터는 어렵지만, 판을 짜는 것에 집중한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책의 변화가 내 삶에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의 경험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문화예술교육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절대 놓아서는 안 될 고민이기도 하다.

EDITOR AE류정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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